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보장을 위한 위험의 외주화·이주화 해소 촉구 |
- 노동자·외국인 노동자 사망사고 재발 방지 필요 - |
□ 오늘은 경기도 화성시에 소재한 ㈜아리셀에서 리튬배터리 폭발 사고로 인해 23명의 사망자와 8명의 부상자가 발생한 참사 1주기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창호)는 참사 1주기를 맞아 비정규직·이주노동자들의 반복된 희생을 막기 위해 위험의 외주화?이주화의 구조적 문제가 근절되기를 촉구하는 바입니다.
□ 지난해 발생한 아리셀 참사는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 그리고 존엄이 충분히 보장받지 못한 우리 노동 현장의 현실을 다시금 적나라하게 드러낸 사건이었습니다. 노동 현장에서의 기본적인 안전교육 및 안전조치 미비와 책임 있는 관리 체계의 부재, 불법파견 등은 우리 사회가 반드시 바로 잡아야 할 문제입니다.
□ 우리 사회에는 사용자가 인건비 절감과 책임 회피를 위하여 안전사고와 중대 재해를 예방하고, 책임을 져야 할 기본적인 의무조차 하청업체에 전가하는 이른바 “위험의 외주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하청업체 노동자들은 불안정 고용에 더해 안전과 생명 위협이라는 벼랑 끝에 서 있는 상황입니다.
○ 고용노동부는 아리셀 참사를 계기로 2024년 7~11월 전국 산업단지 내 영세 제조업체 229개소를 대상으로 불법파견 감독을 실시하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불법파견, 비정규직 차별, 임금 체불 등 노동관계법령 위반 948건이 적발되었으며, 이 중 불법파견은 87개소에서 드러났습니다. 이는 곧 아리셀 참사가 특정 기업에만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의미합니다.
○ 특히 해당 참사는 23명의 사망자 중 20명이 비정규직(외부인력 업체를 통해 불법파견 된 노동자)이어서 안전교육을 받지 못했고, 비상구를 열 수 있는 카드도 없었다는 점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정규직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험에 내몰릴 가능성이 높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줍니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8년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실시하여 노동환경에서의 위험의 외주화를 확인하였고, 2019년 12월 「간접고용노동자 노동인권 증진을 위한 제도개선 권고」를 통해 노동자의 기본적 권리인 생명과 안전 보장을 위해 원청의 산업안전 책임을 강화하고, 위험의 외주화 동기를 억제하는 방향으로 법체계를 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역설한 바 있습니다.
□ 최근에는 이러한 위험의 외주화와 더불어 저임금?고위험?고강도의 노동환경으로 인해 인력 확보가 어려운 산업구조 말단부에 이주노동자들이 유입되는‘위험의 이주화’가 뚜렷해지고 있습니다.
○ 실제로 최근 3년간 산재사고 사망자 중 외국인의 비중은 2022년 9.2%(85명), 2023년 10.4%(85명), 2024년 상반기 11.8%로 늘고 있고, 이번 사건에서도 사망자들의 다수가 이주노동자로 확인되었습니다.
○ 한편, 외국인 산재사고 사망자 비율은 전체 취업자 중 외국인 비중(약 3.5%)에 비해 3배 이상 높아 외국인 근로자들이 위험한 작업 환경에 더 많이 노출되어 있음을 방증하고 있습니다. 또한 언어와 문화가 다른 이주노동자들의 생명과 신체를 보호하기 위하여 어떻게 효과적으로 안전교육을 실시하고, 보다 안전한 작업 환경을 구축할 것인지 깊이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 국가인권위원회는 올해 리튬배터리 등 산업구조 변화에 따른 새로운 유해 위험 요인에 대응한 노동인권 증진 방안 실태조사를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빠르게 변화하는 노동환경에 대응하고 비정규직 노동자, 외국인 노동자 등이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 조성을 위한 방안을 도출해 낼 것으로 기대합니다.
□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은 노동을 제공하는 과정에서 보장받아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입니다. 희생자의 넋을 기리고, 유가족을 위로할 수 있도록 조속한 후속 조치와 재발 방지를 촉구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도 사각지대에 있는 취약계층 노동자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2025. 6. 24.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창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