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사기관의 방대한 통신이용자정보 수집에
보다 엄격한 통제와 관리 필요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최근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수사기관의 통신이용자정보 조회 대상이 특정 사건에서만 약 3,000명에 달한다는 의혹 보도가 이어지며 통신 사찰, 언론 감시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는 데 주목하며, 관련 법률의 개선을 촉구합니다.
「전기통신사업법」은 수사기관 등이 재판이나 수사 등을 위해 전기통신사업자에게 이용자의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전화번호, 가입일 또는 해지일 등 ‘통신이용자정보’의 제출을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수사기관이 신속하고 효율적인 범죄 수사를 위해 범죄 피의자 등에 대한 기본적인 신상정보를 파악할 필요가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수사 목적이라고 하더라도 통신이용자정보와 같은 개인정보를 수집할 때에는 반드시 필요한 범위에 한하여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그에 대한 적절한 통제를 거쳐 인권 침해가 최소화되도록 노력하여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전기통신사업법」에 따른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요청 절차는 단지 ‘수사기관 등이 재판, 수사 등을 위해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을 요청하면 전기통신사업자는 그 요청에 따를 수 있다’라고만 규정하고 있어, 수사기관이 통신이용자정보를 요청할 수 있는 요건이 매우 포괄적으로 규정되어 있습니다. 반면, ?통신비밀보호법?은 가입자의 통신일시, 통신개시·종료시간, 통화상대방 전화번호 등 ‘통신사실확인자료’를 요청할 때에는 법원의 허가를 받도록 하고 있습니다.
통신이용자정보는 성명, 전화번호,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을 포함하고 있어 이러한 정보의 열람 또는 제공은 이용자의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제한할 소지가 있고, 통신사실확인자료와 결합하면 개인의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을 침해할 소지가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2014년 2월 통신자료 제공 제도는 정보주체의 의사와는 무관하게 개인의 통신자료가 수사기관에 제공되고 사후통지조차 되지 않는다고 지적하면서 ?전기통신사업법?의 개정을 권고한 바 있고, 2016년 11월 같은 취지로 통신자료 제공 제도가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소지가 있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한 바 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2022년 7월 통신자료 취득행위 위헌확인 등(2016헌마388, 2022헌마105·110·126(병합)) 결정에서 전기통신사업자에게 통신자료를 제공받은 수사기관 등이 정작 정보주체인 이용자에게는 그러한 사실을 별도로 통지하지 않아 적법절차원칙에 위배된다는 이유로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 제3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하였습니다. 이러한 결정을 반영하여 국회는 2023년 12월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의2항을 신설하여 수사기관 등은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을 받은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그러한 사실을 당사자에게 통지하도록 하였습니다.
그러나 개정된 법률에서도 증거인멸이나 도주의 우려 또는 사건관계인의 명예나 사생활 침해의 우려 등이 있는 일정한 경우에는 이러한 통지를 두 차례에 걸쳐 최대 6개월간 유예할 수 있도록 하고, 통지를 유예한 경우에는 그 유예기간이 끝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통지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2024년 1월에 통신이용자정보가 제공된 사실이 8월이 되어서야 최종 통지되는 경우도 발생하였습니다. 또한, 여전히 법원의 허가와 같은 사법적 통제에서는 벗어나 있습니다.
한편,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반기별로 발표하는 통신이용자정보 제공 현황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수사기관등에 제공된 통신이용자정보 건수가 연평균 510만 건에 이르고 있어, 이러한 통신이용자정보 제공이 국민 다수를 상대로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고 있는 현실입니다. 이에, 국회에는 이와 관련한 법안이 발의되어 있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조만간 관계기관들과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 입법 과정에서 진지한 논의를 거쳐 「전기통신사업법」을 개정함으로써 개인정보자기결정권, 사생활과 통신의 비밀이 보다 두텁게 보장되기를 희망합니다.
2024. 8. 23.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