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회 ‘세계 사형 폐지의 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올해로 20회를 맞이하는 10월 10일 ‘세계 사형 폐지의 날’을 맞이하여 대한민국의 사형제 폐지를 촉구하는 성명을 발표합니다.
우리나라는 1997년 12월 3일 마지막 사형 집행 이후 24년여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고, 국제앰네스티는 대한민국을 2007년 이후 ‘사실상 사형폐지국’으로 분류해오고 있으나, 법적으로는 사형제가 유지되고 있습니다.
사형제 존치의 대표적인 이유로 거론되는 사형제의 범죄 억지와 예방 효과는 국내외에서 검증된 바 없습니다. 또한 2007년 재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1974년 ‘인혁당 재건위 사건’ 등에서 보는 것처럼 오판으로 인한 생명권 박탈이라는 회복 불가능한 피해를 낳을 수도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사형이 생명을 보호해야 할 국가가 인위적으로 생명권을 박탈하는 비인도적인 형벌이라는 것입니다. 모든 기본권의 전제인 생명권을 침해하는 만큼, 사형제가 인간의 존엄성과 양립할 수 없다는 점은 자명합니다.
이러한 세계적 흐름과 사회적 요구에 발맞추어 대한민국도 사형제 폐지에 본격적으로 나설 때입니다. 정부도 최초로 2020년 12월 유엔총회에서 사형집행 모라토리엄(유예) 결의안에 찬성하는 등 전향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고, 인권위의 2018년 조사에서 적절한 대체형벌 도입을 전제로 사형제 폐지에 동의하는 의견이 66.9%에 이르렀습니다. 이제 정부도 사형제 폐지를 위한 노력을 시작해야 할 시점입니다.
한편, 사형제 폐지가 범죄에 대한 우리 사회의 엄중한 처벌 의지를 약화시키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는 만큼, 정부는 그에 대한 대책을 강구하고, 나아가 범죄 피해자들과 유족들의 치유와 회복을 위한 방안을 마련하는 등 보다 많은 관심과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입니다.
생명권은 어떠한 경우에도 지켜져야 할 절대적 권리인 만큼, 생명권 박탈없이 모두의 기본권과 존엄이 인정되는 사회를 만들기 위해, ‘세계 사형폐지의 날’ 20주년을 맞아 우리 모두가 생명과 사형제 폐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보는 기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2022. 10.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