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난민의 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 난민보호 역할 강화 및 난민재신청자의 기본적 생존 보장 필요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송두환)는 6월 20일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하여 난민 보호를 위한 우리 정부의 역할을 강화하고 특히 난민재신청자와 관련된 제도개선 필요성을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합니다.
유엔은 1951년 「난민의 지위에 관한 협약」(이하 ‘난민협약’이라 함)을 채택하였으며, 2000년 12월 4일 인종, 종교, 정치적 신념 등을 이유로 박해를 당해 고국을 떠난 난민들에 대한 국제적 관심을 촉구하기 위해 매년 6월 20일을 ‘세계 난민의 날’로 지정하였습니다.
대한민국 정부에 난민신청을 하는 사람은 국제사회 정세에 따라 매해 증가하고 있는데, 난민심사에 대한 전문성 부족 및 통·번역 미흡, 심사 기간의 장기화, 2%도 못 미치는 낮은 인정률 등으로 인해 대한민국 정부는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 및 유엔 인종차별철폐위원회 등 국제인권규약 위원회로부터 지속적인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은 절박한 심경으로 본국을 떠난 난민신청자에게 높은 벽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심사 과정에서 본인의 주장이나 본국의 실태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난민불인정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이나 소송을 하는 난민신청자가 전체 신청자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난민인정 신청을 다시 하는 난민재신청자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난민신청자는 「난민법」 제2조 등에 따라 일정한 법적 지위와 이를 위한 체류자격 등을 부여받습니다. 현행법상 난민재신청자에 대한 별도의 규정은 두고 있지 않기 때문에 난민재신청자 역시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난민신청자의 지위와 권리가 보장된다 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 정부는 난민신청 사유나 횟수에 제한이 없고 심사기간 동안 체류가 가능하다는 점 때문에 난민제도가 남용될 수 있다며, 「난민인정 심사․처우․체류지침」에 ‘남용적 난민신청자 체류관리’를 규정하고, 이에 해당될 경우 체류기간 연장을 불허한 후 3~6개월 마다 출국기한 유예조치를 하고 있습니다. 그로 인해 난민재신청자들은 심사가 끝날 때까지 생계유지 등 기본적인 생활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법무부 출입국통계 등에 따르면, 2021년 난민신청은 2,341건이고, 1,044건이 난민재신청이며, 난민신청에 대한 심사기간은 평균 약 17.3개월이 소요됩니다. 만약 난민재신청자가 이의신청 및 소송을 진행할 경우 훨씬 더 오랜 기간 불안정한 신분으로 체류하게 됩니다. 신분을 증명하는 서류나 생계비 지원도 없이 취업마저 하지 못하는 상태에 놓여 생존권을 위협받을 수 있습니다.
법무부의 ‘남용적 난민신청자 체류관리’가 적체된 난민신청 심사 때문임을 고려하더라도 재신청자에게 위와 같은 제약을 가하는 것은, 국가의 보호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강제송환금지의 원칙을 위반할 위험이 있고, 난민신청자의 권리와도 상충될 우려가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인권위는 2022년 5월 13일 침해구제제2위원회 의결을 통해, 법무부장관에게 난민재신청자의 신분을 증명할 수 있는 서류를 발급하도록 하고, 심사 기간이 부득이하게 장기화될 경우 최소한의 생존 보장을 위한 지원 또는 취업 허가 등의 절차를 마련하는 것이 적절하다는 의견을 표명하였습니다.
인권위는 세계 난민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 정부가 난민신청이나 재신청을 체류자격 연장을 위한 방편으로 바라보는 인식에서 벗어나, 전문적인 심사인력 보강 등 인프라를 개선하고, 이를 기반으로 난민심사가 장기화되지 않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합니다.
아울러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난민신청자 및 재신청자의 존엄이 존중받을 수 있도록 인도적 지원 등에 대한 우리 정부의 역할이 강화되기를 기대합니다. 우리 위원회는 앞으로도 국제인권기준에 부합하는 난민정책이 지속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2. 6. 17.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송두환
붙임 1. 관련 통계 1부.
2. 관련 결정문 1부(별첨)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