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성소수자 혐오반대의 날 국가인권위원장 성명
-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더이상 용납되어서는 안 돼 -
우리는 어떤 날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어떤 이들의 달력에는 이날이 아예 표시되지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지구 곳곳에서는 매년 이날을 기념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이날은 1990년 5월 17일, 세계보건기구가 동성애를 질병분류에서 공식적으로 삭제한 날이며, 그 후 전 세계에서 매년 이날을 기리는 행사가 마련됩니다. 우리는 이날을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IDAHOBIT: International Day Against Homophobia, Biphobia and Transphobia)이라 부르고,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 사회적 낙인의 역사를 반성하고 되새기는 계기로 삼고 있습니다.
우리는 지난 몇 년간 변희수 하사, 김기홍 활동가 등 성소수자의 인권을 위하여 헌신한 분들의 죽음을 목격했습니다. 성소수자 591명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성소수자라는 이유만으로 혐오를 경험한 사례는 응답자의 90%에 이르고, 이들은 혐오와 차별로 인한 스트레스와 우울, 불안 등을 지속적으로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국가인권위원회, 트랜스젠더 혐오차별 실태조사, 2020년). 특히 성소수자 청년을 대상으로 한 실태조사에서는 응답자 3,911명 중 절반 가량이 ‘최근 1년간 진지하게 자살을 생각했다’고 응답하였습니다(성소수자 인권단체 다움, 청년 성소수자 사회적 욕구 및 실태조사, 2021년).
2015년 11월 3일 유엔 자유권규약위원회는 우리 사회에 만연한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적 태도를 우려하며, 성소수자에 대한 혐오표현, 성적지향 및 성정체성을 이유로 한 폭력을 포함한 어떤 종류의 사회적 낙인과 차별도 용납하지 말 것을 우리 정부에 권고한 바 있습니다.
사회의 다른 구성원과 마찬가지로 성소수자 또한 그 자체로 존중받고 자유와 공정, 인권과 평등한 연대를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인권위는 국제 성소수자 혐오 반대의 날을 맞이하여 이 점을 다시 확인하며, 앞으로도 성소수자를 비롯한 사회적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을 해소하기 위해 특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이겠습니다.
2022. 5. 17.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송두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