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약자 대상 혐오 및 범죄 발생에 대한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성명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 확산에 따른 인권침해 우려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이성호)는 2016. 5. 17. 강남역 부근에서 여성을 상대로 발생한 살인 사건과 2016. 5. 29. 수락산 부근에서 사망한 채 발견된 피해자의 명복을 빌며 그 가족들에게도 애도의 뜻을 표합니다.
이번 사건들과 2016. 5. 25. 부산에서 발생한 길거리 폭행 사건을 비롯하여 여성을 대상으로 한 폭행 및 강력 범죄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발생한 사건들은 피해자와 가해자가 일면식이 없고, 일상의 공간에서 상대적으로 사회적 약자인 여성을 대상으로 발생했다는 점에서 안전과 생명에 대한 여성의 불안감은 날로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일부에서는 우리 사회에서 발생하는 여성 혐오에 대한 문제 제기와 이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고 있으며, 최근 몇 년간 특정 성(性) 뿐만 아니라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는 표현들이 인터넷을 중심으로 확산되어 왔습니다. 또한 이러한 비하 또는 혐오 표현들은 일부 방송 및 일상생활에서 아무런 문제의식없이 사용되고 있습니다.
한편, 경찰은 이번 강남역 사건의 원인을 조현병에 의한 사건으로 판단하고, 조현병 환자에 대한 전수조사 및 행정입원 등의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대책을 발표하였습니다. 경찰의 대책 발표 이후 많은 언론은 정신질환과 범죄행위의 위험성에 집중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상당수 국민이 정신장애인을 위험한 존재, 격리의 대상으로 예단하여 이들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이 심화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실제로 사건 발생 이후 인터넷 기사 댓글, SNS 등 온라인에서는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비하를 조장하는 혐오 표현이 확산되고 있으며, 여성 혐오에 대한 논란 등 그 범위와 대상이 확대되면서 이로 인한 심각한 사회적 갈등이 우려됩니다.
해외에서는 인종, 장애인, 여성 등 특정 집단에 대한 비하 및 혐오 등이 실제 범죄 행위로 이어질 수 있어, 이에 대한 문제점을 깊이 인식하고, 혐오표현과 혐오범죄에 대한 처벌 강화 및 법적 근거 마련 등 규제 방안을 마련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2016. 5. 24. 일본 국회는 「본국(일본) 외 출신자에 대한 부당한 차별적 언동의 해소에 관한 법안」을 통과시켰으며, 독일 「형법」 제130조는 혐오 선동 및 폭력 행위 등에 대해 처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인권위도 이러한 비하 및 혐오 실태의 문제점을 심각하게 인식하고, 올해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인권위는 최근 온․오프라인에서 이슈가 되고 있는 여성 혐오 문제뿐만 아니라 이주민, 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대상으로 한 비하 및 혐오에 대한 전반적인 실태와 이에 대한 국민 의식을 조사하여 그 결과를 발표하고, 전문가 의견수렴 등을 거쳐 정책 대안을 마련할 예정입니다.
이번 사건이 참혹한 사건인 만큼 그 원인과 대책에 따른 사회적 논의와 예방책 마련에 논의의 초점이 모아져야 할 것이나, 이러한 논의가 특정 성(性)에 대한 혐오와 정신장애인에 대한 편견·배제로 확대되는 점에 대해 인권위는 깊은 우려를 표명합니다.
인권위는 앞으로도 이에 대한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실태조사, 인권교육 등을 통해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인권침해가 확산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16. 5. 31.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이성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