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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조사 시 피의자의 메모행위 허용해야”
담당부서 : 조사총괄과 등록일 : 2011-12-19 조회 : 1975

 

 

- 인권위, 검찰총장에게 메모금지 관행 개선 권고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수사관이 피의자신문을 하면서 피의자가 메모하는 것을 금지하는 수사 관행에 대해 검토한 결과,

  법률 근거가 없을 뿐 아니라, 메모행위를 허용하는 것이 현행 피의자신문조서 작성제도가 갖는 문제점[공판중심주의와 직접주의에 배치, 전문(傳聞)증거배제법칙과 충돌]을 완화시킬 수 있고 피의자의 방어력을 제고할 수 있다고 판단하고,
  검찰총장에게 피의자 신문 시 피의자의 메모행위를 허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진정인 A씨(남, 47세)는 “B지방검찰청에서 검사로부터 조사받는 과정에서 누락된 진술이 있으면 추가 진술서를 제출하기 위해 진술 내용으로 메모하고자 했으나 금지당했다.”며, 2010. 7.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은 △메모금지는 수사보안을 위해 당연한 사항으로, △신문 과정에서 피의자의 메모를 허용하면 메모를 이유로 조사방해를 할 수 있으며, 공범관계에 있는 자 등의 증거인멸 또는 도주를 용이하게 할 우려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메모 행위는 ‘일반적 행동자유권’으로 포괄적 의미의 자유권에 해당한다고 보는 것이 적절하며, 이러한 기본권 제한은 법률에 근거한 경우에만 가능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메모 금지 효용성, 불가피성 인정하기 어려워
  국가인권위원회는 피진정인 주장과 같이 메모를 금지하더라도 불구속 피의자의 경우 신문이 끝나면 신변이 자유롭기 때문에 기억에 의존해 증거인멸 등 조치를 취할 수 있습니다. 즉, 증거인멸이나 도주 용이 문제는 불구속 수사방식을 택한 결과이지 메모를 허용한 결과라 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메모 금지가 증거인멸이나 도주를 방지하는 효과를 얻을 수 없어 메모 금지의 불가피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메모한다는 이유로 실질적인 조사방해를 할 수 있다는 주장에 대하여도 우리나라 수사실무에서는 조사를 방해하는 피조사자의 행위를 통제할 수 있는 다양한 수단이 존재하고 있어 크게 우려할 사항은 아닌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한편, 무죄추정원칙의 적용을 받는 피의자는 진술거부권의 보호를 받습니다. 따라서, 신문을 받는 피의자는 피의자신문에 응하지 않은 권리가 있는 동시에 신문에 응하면서 자신의 방어권 행사에 필요한 메모행위와 같은 보조적 행위를 할 권리를 당연히 갖는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피의자신문조서 작성 제도의 문제점 완화 위해서도 메모 허용돼야
  수사관이 공판정 밖에서 작성하는 피의자신문조서는 판사가 직접 공판정에서 확인하는 직접증거가 아닌 간접증거이자, 수사관이 피의자로부터 들은 진술을 증거로 제출하는 전문(傳聞)증거이므로 일본과 우리나라를 제외하고는 원칙적으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습니다.

  특히, 우리의 경우 조서 위주의 재판은 일제 강점기에 우리말을 이해하지 못하는 일본인 법관들이 일본말로 작성된 수사기관의 조서에 의존해 재판하던 관행이 현재까지 이어진 것으로 이해되고 있습니다.

 

  이와 달리, 영미법계는 당사자주의 소송구조에 기초해 피의자진술을 조사경찰관의 증언 형태로 법정에 현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으며, 독일의 경우도 직접주의 및 변론주의에 입각해 수사당사자의 증언을 법정에 현출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습니다.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원칙적으로 인정하는 것은 필연적으로 법정심리절차의 축소와 생략으로 이어져 방청객은 물론 경우에 따라서는 피고인조차도 재판진행상황을 자세히 알기 어려운 측면이 존재합니다. 또한, 검찰과 피고인 측이 공개된 법정에서 대등한 당사자로서 행한 공방보다 수사기관이 우월적 지위에서 작성한 조서를 통해 심증을 형성하는 관행으로 인해 수사기관이 작성한 조서에 과도한 영향력이 부여되고, 그 결과 수사기관은 피의자로부터 자백을 받아 조서에 남기는 데 집중하게 되어 고문 등 인권침해가 유발될 수 있는 토양을 제공한 측면도 존재합니다.

 

  이처럼 피의자신문조서의 증거능력을 인정하는 것은 공정한 재판이라는 형사소송의 이념을 실현하기 위한 원칙인 공판중심주의 및 직접주의, 전문증거배제법칙에는 충분히 부합하기 어려운 면이 존재합니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점의 보완 방식에 대한 적극적 검토와 함께 현행 수사기관의 메모금지 관행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일본변호사 연합회는 이러한 피의자신문조서 제도의 문제점을 보완하고 피의자신문 시 행해지는 불법수사나 허위진술조서 작성을 막기 위해 변호인이 피의자에게 ‘피의자노트’라는 이름의 메모지를 전달해 피의자신문 시 일어난 일을 기재하도록 하고 신문 후 이를 피의자로부터 전달 받는 방식으로 피의자신문 절차에 대한 통제를 꾀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검찰총장에게 피의자 신문시 피의자의 메모금지는 피의자의 방어권을 제한하는 것이며, 법률유보원칙에도 부합하지 않으므로 메모 행위를 허용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붙임: 외국 사례.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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