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인권위, 지휘·관리책임자 조치 및 제도개선 권고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A훈련소에서 중이염 증세를 호소하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훈련병에 대한 진정과 관련해 훈련소 측의 관리부실, 치료미흡 등 인권침해 행위가 있었다고 판단하고, 국방부장관 및 A훈련소장에게 관리책임자에 대한 상응 조치 및 제도 개선 등을 권고했습니다.
진정인 강모(50세, 피해자 외삼촌)씨는 “조카가 A훈련소에서 훈련받던 중 중이염 증세로 민간병원 진료를 요구했지만 소대장 등이 꾀병으로 의심해 폭언하는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아 상실감과 절망으로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됐으며, 사망 당일 신속한 응급조치도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2011. 3.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에 대해 피진정인들은 피해자의 질병 치료를 위해 총 9차례의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했으며, 이때 군의관 소견이 중한 질병이 아니라는데도 피해자가 민간병원 진료를 요구하는 것을 질책하긴 했으나 폭언을 한 사실은 없었으며, 피해자 관리에 대하여는 입소 초기 특별한 이상 징후가 없어 보호관심사병으로 지정하지 않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또한 사망 당일 피해자를 발견한 당직근무자들은 피해자가 이미 사망해 응급조치가 필요한 상황이 아닌 것으로 판단했다고 진술했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의 편지 및 메모, 피진정인들 및 참고인 진술, 의무기록지 및 처방전 등 의료기록, 훈련일지, 당직근무일지, 부검감정서 등을 종합한 결과 다음의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적시에 적절한 치료받을 권리 침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의 질병에 대한 군의관들의 의료 조치 및 처방에 대하여 특별한 문제를 확인할 수는 없었습니다. 그러나, 피해자의 지속적인 민간병원 진료 요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고, 결과적으로 피해자가 훈련소 생활에 적응하는데 심각한 어려움을 겪은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피해자가 요청하는 민간병원 진료를 위하여는 관련 규정상 군병원급 군의관의 진단서가 필요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 조사 결과, 관리책임자인 소대장은 2011. 2. 21. 피해자를 대전병원(군병원)으로 보내면서 사전에 이루어진 8차례의 훈련소 내 병원과 의무실에서의 진료 관련 기록을 전달하는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대전병원 군의관은 진료의뢰서 등 환자 정보가 없는 상태에서 이명 증상에 대해서만 처방했습니다. 피해자는 증세가 호전되지 않아 2011. 2. 26. 민간병원 진료를 요청하다 폭언을 들었고, 2011. 2. 27. 스스로 목숨을 끊기에 이르렀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가 훈련병 신분으로 일정 기간 외부와의 소통이 단절된 상태에서, 총 9회에 걸친 군의료기관의 처방에도 고통이 계속돼 수회에 걸쳐 민간 병원 진료 요청을 했으나 거절된 점 등을 고려할 때, 결과적으로 적시에 적절한 치료를 받을 권리를 침해당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피해자에 대한 폭언 및 관리소홀에 따른 인권침해
또한, 소대장은 피해자가 대전병원 진료 후에도 다시 증상을 호소하며 의무실 및 민간병원 진료를 요청하자 “왜 자꾸 시키는 대로 안하고 떼를 쓰냐. 똑바로 서! 야! 인마! 이 새끼야! 군의관이 문제 없다고 하는데 왜 자꾸 가려고 해. 너 앞으로는 귀 아픈 것으로 외진 갈 생각 하지 마!” 라는 등 부적절한 언행을 한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지휘관들 역시 훈련소 입소 당시 밝고 적극적이었던 피해자가 중이염 증상 이후 계속하여 추가 진료, 정신과 상담, 민간병원 진료 및 유급 후 재입소 등을 요청하는 등 심리적 불안함과 훈련소 부적응의 징후를 보였는데도, 보호관심사병 지정 등의 세심한 보호관리 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휘감독 및 신상관리 소홀, 민간진료 요청에 대한 폭언 등 지휘관들의 행위는, 결과적으로 피해자의 사망을 예방하거나 보호하지 못하고 피해자에게 절망감과 상실감을 유발해 피해자가 스스로 죽음에 이르게 한 데 대한 일정 정도의 책임이 있고, 이는「군인복무규율」제24조 제3항에서 규정하고 있는 지휘관 및 상관의 지도·감독 및 부하의 고충 파악·해결 주의의무를 위반했다고 판단했습니다.
응급환자 발생시 조치 등에 관한 교육 및 제반 사항 관리 필요
국가인권위원회는 사고당일 피해자 발견시 병원 당직자들이 응급구조인력을 보내지 아니하고 일반의무병을 보낸 사실이 확인되었는 바, 이는 사고자 발견시 소생시키기 위한 응급조치는 매우 중요하며 신속하게 이뤄져야 하는 조치일 뿐만 아니라 피해자가 전문적인 판단에 의해 응급조치될 수 있는 기회를 상실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향후 유사 사고의 재발 방지를 위해 사고자 발견시 응급조치 시행을 위한 제반 규정의 정비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A훈련소장에게 △피해자에게 폭언하고 관리를 소홀히 한 관련자들에 대해 상응하는 조치를 취하고, △상급병원 외진시 관련 의료기록 송부 의무화, △보호관심사병 지정·관리 등에 관한 세부 계획 수립, △응급환자 발생시 조치 및 진료에 관한 제반 사항 정비 등을 권고했습니다. 또한, 국방부장관에게 △A훈련소 내 병원에서 민간병원 진료 여부에 대한 진단이 가능하도록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 △A훈련소에 병영생활전문상담관을 적정 수준으로 배치할 것 등을 권고했습니다. 끝.
첨부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