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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자 약물치료시 ‘동의’ 요건 포함해야”
담당부서 : 인권정책과 등록일 : 2010-12-27 조회 : 1417

 

- 인권위, 법무부에 성범죄자 약물치료법 개정 권고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성폭력범죄자의 성충동 약물치료에 관한 법률」(이하 “성범죄자 약물치료법”)과 관련하여, 법무부장관에게 인권침해 소지가 있는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세부 내용은 다음과 같습니다.

 

  성범죄자 약물치료시 당사자의 자율적 동의 요건 포함해야

  성범죄자 약물치료제도는 그 대상자의 인격권 내지 자기결정권, 신체의 자유의 일환인 신체를 훼손당하지 아니할 권리,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에 대해 상당한 제한을 가하고 있는 데 비해 재범방지 효과가 불명확하고, 안정성을 입증할 수 있는 임상적 연구가 없는 상태라는 점, 진단도구나 절차 등이 체계적으로 마련되어 있지 않고 약물치료와 병행되는 심리치료프로그램 또한 제대로 실시되지 않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성폭력범죄 재범방지의 적절한 수단이라 보기 어렵습니다. 또한 약물의 부작용에 대한 우려와 이중처벌금지 원칙 위배의 문제가 제기되어 왔습니다.

 

  이러한 인권침해 소지를 해소하기 위한 중요한 장치가 대상자의 ‘동의’ 요건이라 할 수 있습니다. 동의에 기초한 약물치료는 강제처분이 아닌 치료의 성격을 갖고 치료선택권을 본인에게 부여하는 것으로, 자유제한은 동의에 의해 일정정도 상쇄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성범죄자 약물치료법은 약물치료 대상자의 동의를 요하지 않고 있습니다. 약물치료가 성폭력범죄 재범방지 효과에 있어 매우 제한적인데 비해 강제적인 약물치료는, △첫째, 그 적용대상자의 신체 기능의 일부를 일시적으로 불능화하고 약물투여로 인한 부작용 또한 예상되는 조치임에도 본인 동의를 전제로 하지 않고 있어 재범방지라는 공익적 필요성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도에 그치고 있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둘째, 당사자의 자발적인 치료의지가 있고 치료프로그램과 긴밀히 연계될 때 그 효과가 있고, 자발성을 확보하지 않는 한 당사자가 상쇄약물을 복용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할 수 없어 효과가 미미합니다. 따라서 강제적 약물치료는 재범방지라는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이라 인정하기 어렵습니다.

 

  이러한 이유로 약물치료의 필요성과 방법, 효과와 부작용 등에 대한 사전 설명 하에 반드시 당사자의 자율적인 동의를 전제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며, 동의의 자발성과 진정성을 확보하고 대상자가 약물치료에 적극 동참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할 것입니다.

 

 

  치료명령 경과조치 규정은 소급효금지 원칙에 위배

  성범죄자 약물치료법은 이 법 시행 전에 저지른 성폭력범죄자에 대하여도 약물치료명령이 적용되고, 성폭력범죄를 저질러 이 법 시행 당시 형의 집행 또는 치료감호·보호감호의 집행 중에 있는 자에 대하여도 약물치료가 적용될 수 있도록 하여(부칙 제2항 및 제3항) 소급적용을 하고 있습니다.

 

  강제적 약물치료 처분은 당사자의 자유를 상당히 제한하는 것이고 그 자유제한의 정도는 당사자가 행위를 할 시 예견하였던 제재의 통상적인 수준을 넘어서는 것이며 사후에 회복할 수 없는 고통을 남깁니다. 따라서 약물치료가 보안처분의 성격을 갖는다 하더라도 약물치료 대상자의 자유를 박탈하거나 제한하는 국가형벌권의 행사라는 점에서 형벌과 동질적이기 때문에 소급효금지 원칙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성범죄자 약물치료법 시행 전에 저지른 성폭력범죄에 대하여도 치료명령 처분을 적용하는 등의 경과조치 규정은 소급효금지 원칙에 위배되어 신체의 자유에 대한 침해의 소지가 있으므로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준수사항 위반시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과도

  성범죄자 약물치료법 제35조는 약물치료 대상자가 도주하거나 정당한 사유없이 상쇄약물의 투약 등의 방법으로 치료의 효과를 해할 시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법 제10조 제1항의 준수사항[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2항의 준수사항(주거지에 상주하고 생업에 종사할 것, 범죄로이어지기 쉬운 나쁜 습관을 버리고 선행을 하며 범죄를 저지를 염려가 있는 사람들과 교제하거나 어울리지 말 것, 보호관찰관의 지도·감독에 따르고 방문하면 응대할 것, 주거를 이전하거나 1개월 이상 국내외 여행을 할 때에는 미리 보호관찰관에게 신고할 것)과 성실히 약물치료에 응할 것, 정기적으로 호르몬 수치 검사를 받을 것, 인지행동 치료 등 심리치료 프로그램을 성실히 이수할 것] 위반시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법 제10조 제2항의 준수사항[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 제32조 제3항의 준수사항(야간 등 재범의 기회나 충동을 줄 수 있는 특정 시간대의 외출 제한, 재범의 기회나 충동을 줄 수 있는 특정 지역·장소의 출입 금지, 피해자 등 재범의 대상이 될 우려가 있는 특정인에 대한 접근 금지, 범죄행위로 인한 손해를 회복하기 위하여 노력할 것, 일정한 주거가 없는 자에 대한 거주장소 제한, 사행행위에 빠지지 아니할 것, 일정량 이상의 음주를 하지 말 것, 마약 등 중독성 있는 물질을 사용하지 아니할 것,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상의 마약류 투약, 흡연, 섭취 여부에 관한 검사에 따를 것, 그 밖에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 방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어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사항)] 위반시 1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여 준수사항 위반을 형사처벌의 대상으로 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할 경우 보호관찰 준수사항을 위반하고 그 정도가 무거울 경우에도 가석방의 취소만 이루어지고 있는데도 성범죄자 약물치료법에서 「보호관찰 등에 관한 법률」의 준수사항과 성실히 약물치료에 응할 것 등의 준수사항을 위반한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등의 형사처벌을 부과하는 것은 그 형량이 적정하다고 보기 어렵습니다. 특히, 약물치료제도가 치료의 성격이라는 점, 그리고 형사적 제재의 최후적·보충적 성격을 고려할 때, 준수사항의 위반에 대해 바로 형사재판으로 회부하여 징역에 처하거나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준수사항 위반시 벌칙 규정을 재검토하여 실효성 제고 차원에서 꼭 필요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형사적 제재가 아닌 방법을 모색하거나 처벌 규정을 완화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약물치료 참여자에 대한 비밀준수의무 규정의 신설 필요

  약물치료 대상자와 치료 등의 관련 정보는 민감한 내용인만큼 약물치료 과정에 참여하는 자에 대하여 비밀준수의무 규정을 별도로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앞으로도 행위자 인권간의 이익형량 등의 문제뿐 아니라 성폭력범죄 예방과 재범을 위한 정책에 지속적으로 관심을 기울일 것입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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