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 관련 규정 개정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법무부장관에게 판결,결정,처분의 종류와 상관없이 일률적으로 ‘수사경력자료’ 벌금미만의 형이나 검사의 불기소처분을 받은 피의자의 지문, 인적사항, 죄명 등이 기재된 자료를 5년~10년간 보존할 수 있도록 한 현행 법률 규정(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 제8조의2 제1항 및 제2항)을 개인정보자기결정권을 보호하는 방향으로 개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진정인 임모(남, 38세)씨는 “무죄확정판결을 받았음에도 지역 내에서 유사 사건이 발생하자 용의선상에 올라 타액채취 요구를 받게 돼 억울하다”며, 2008. 7.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이는 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에서 피의자의 수사자료를 판결,결정,처분 종류와 상관없이 일정기간 보존하도록 규정한 데 따른 것입니다. 해당 규정은 또한, ‘수사경력자료’에 대한 수집·보존 뿐 아니라, 광범위한 조회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보안업무규정(대통령령)’은 공무원 임용예정자, 해외여행을 하고자 하는 자, 공공단체 임직원 등에 대해 신원조회를 실시하도록 하고 있는데, 이때에도 ‘수사경력자료’를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진정사건에서와 같이 무죄판결 등으로 종결된 사건의 피고인이나 피의자였던 사람에게까지 ‘수사경력자료’ 보존·조회를 허용하는 현행 규정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호·증진에 부합하는지 여부를 검토했습니다.
법무부는 ‘수사경력자료’ 보존 필요성에 대해 재수사에 대비하고, 형사사건 처리결과를 쉽고 명확히 확인해 수사의 반복을 피함으로써 수사력의 낭비를 막고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본 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반해 불이익 받을 개연성 커
그러나, 현행 규정대로라면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되는 무죄판결 등 사건 피고인과 불기소처분 등 사건 피의자가 불이익을 받을 개연성이 큽니다. 단지 자료가 보존되어 있음으로 해서 진정사건에서와 같이 범죄 발생 시 용의자로 지목되어 수사대상이 될 수 있고, 재판에서 법정에 제출되어 양형 상 불이익을 줄 개연성이 있는 등 불이익의 정도가 상당합니다. 또한, 경찰청에서 ‘수사경력자료’를 조회하고 타기관에 제공하는 경우 고용차별 등 구체적 불이익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일부 판결을 제외하고는 자료 보존 필요성 없어
국가인권위원회는 ‘기소유예’,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 처분을 제외한 판결 등(무죄판결, 면소판결, 공소기각판결, 공소기각결정, ‘혐의 없음’ 처분 중 ‘범죄 인정 안 됨’의 경우, ‘죄가 안 됨’ 처분, ‘공소권 없음’ 결정)의 경우는 재수사 가능성이 없고 판결문, 결정문이나 불기소결정서에 의해 수사력 낭비를 막을 수 있으므로 ‘수사경력자료’의 보존 필요성이 현저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본 규정에 의한 불이익의 정도가 결코 가볍다 할 수 없고 본 규정의 적용을 받는 여러 종류의 판결·결정과 처분에 따라 보존의 필요성 정도에 차이가 있으므로, 그 중 보존 필요성이 현저하지 않은 경우에는 불리한 개인정보를 가급적 삭제하는 것이 개인정보자기결정권 보호 및 증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법무부장관에게 일부 처분(기소유예, 증거불충분에 의한 혐의없음)을 제외하고는 판결 등이 확정된 즉시 ‘수사경력자료’를 삭제하는 방향으로 ‘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의 관련 규정을 개정할 것을 권고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