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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여성연예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 발표
담당부서 : 홍보협력과 등록일 : 2010-04-27 조회 : 4937

 

- 조사대상 여성연기자 45.3% 술시중 요구, 60.2% 성접대 제의받아 -

 

 * 실태조사 결과를 취지와 다르게 확대하거나 선정적으로 보도하는 것은 여성 연예인에 대한 2차 피해가 될 수 있으므로 각별히 유의해 주실 것을 당부드립니다.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은 2010. 4. 27. 14:00~17:00. 국가인권위원회 인권교육센터(10층)에서 <여성연예인 인권상황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를 개최합니다.

 

  1. 실태조사의 의미와 한계

 

  국가인권위원회는 2009년 여성연기자 J씨의 자살을 계기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일어나기 쉬운 연예계 구조와 왜곡된 성인식 문제가 드러남에 따라, 구체적인 실태파악과 개선방안 마련을 위해 한국여성정책연구원에 의뢰해 <여성 연예인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보고서는 여성연예인의 인권상황 실태 전반에 관해 진행된 국내 최초의 포괄적 여성연예인 인권 실태 조사 보고서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국여성정책연구원(책임연구원 이수연)은 2009. 9. ~ 12. 기간 중 여성 연기자 111명과 연기자 지망생 약 240명 등 총 351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였고, 심층면접 조사에는 매니저 등 연예산업 관계자 11명을 포함하여 총 27명에 대한 인터뷰를 실시하였습니다.

 

  설문조사는 △모집단인 연기자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가 불확실하고, △대중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공인’으로서 연예인이라는 대상자의 직업적 특성과 △여성연예인에 대한 인권침해라는 조사 내용의 민감성으로 인하여 체계적인 표집이 어려웠고 결국 조사 대상자의 상당한 용기와 자발성에 의존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따라서 조사결과를 여성연예인 전체로 일반화하는데는 신중해야 하겠습니다. 한편, 심층면접조사는 대면적 상황에서 자신의 경험을 솔직하게 말하는 것이 중요한데, 사생활이 노출되기 쉬운 직업적 특성상 문제가 있더라도 침묵하고 혼자 감당하는 것이 현실인 상황에서 사례수를 충분히 확보하는데 어려움이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는 여성연예인 차별이 발생하는 구조를 살필 수 있는 그룹을 선정해 당사자의 문제의식을 드러내고, 개인의 문제가 아닌 구조적 측면의 실태를 파악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가 있습니다. 

 

2. 여성연기자 인권침해 실태

 

 ꊱ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 심각

  “성추행, 직접적 성관계 요구받은 경험도 있어”

 

  실태조사 결과, 조사 대상 중 △연기자의 45.3%는 술시중을 들라는 요구를 받은 경험이 있었고, △연기자의 60.2%는 방송 관계자나 사회 유력 인사에 대한 성 접대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조사대상 연기자의 상당수가 △듣기 불편한 성적 농담(64.5%), △몸이나 외모에 대한 평가(67.3%), △몸의 특정 부위를 쳐다보는 행위(58.3%) 등 언어적·시각적 성희롱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아울러 성추행, 직접적 성관계 요구 및 성폭행 피해 경험도 확인되었는데 조사대상 연기자 중 31.5%는 신체의 일부(가슴, 엉덩이, 다리 등)를 만지는 행위 등의 피해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또한 조사대상 연기자 가운데 △직접적으로 성관계를 요구받거나(21.5%), △성폭행/강간 등 명백한 법적 처벌 행위가 되는 범죄로부터의 피해를 받은 경험(6.5%)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연기자 지망생의 경우 연기자만큼은 아니지만 성희롱, 성접대 제의, 술시중 요구 등 성적 자기결정권 침해로부터 안전하지 않았습니다.

 

<사례>

이런 경우가 있었어요. 기획사 대표가 남자를 알아야 된다 이러면서 모텔로 끌고 갔어요..그날도 옷 협찬받는다고 무슨 디자이너 클럽에 데려가더라구요...옷을 실컷 사주고 저를 집에다 데려다 주는 줄 알았는데 모텔로 데려가더라구요. 왜 그러시냐고 그랬더니 이쪽 일을 하려면 니가 아직 세상을 더 알아야되고 남자도 알아야 되고..(연기자 20대 중반)

 

(내 친구의 경우인데) 내가 너를 데뷔시켜주겠다. 너 뜰 때까지 다 해주겠다고, 그런데 너 1년 동안은 주변 사람들 아무도 만나지 말고 죽은 듯이 살라고, 죽었다고 생각을 하라고. 걔는 좋잖아요. 그래서 그러겠다고 했는데, 그 다음부터, 기획사 사장님하고 밥을 먹는데, 이제 들이대는 거예요. 뽀뽀도 하고, 이렇게 살짝살짝 만지고, 너 내 애인하자. 그래서 그 친구가 싫다고. 그래서 없던 일로 하고 빚은 도로 생기고..(연기자 지망생 20대 초반)

 

소속사의 요구로 식사자리, 술자리 등에 여러 번 불려나간 적이 있어요. 결정적으로 사고가 나지는 않았지만 느끼한.. 매우 불쾌한 상황이었어요. 언급조차 불쾌하죠. 이는 해당 기획사와 계약을 하지 않게 된 이유 중 하나예요.(연기자 20대 중반)

 

“스폰서 관계 제의 사례 다수”

 

  설문조사 결과 여성연기자의 55%가 유력 인사와의 만남 주선을 제의받은 경험이 있다고 답했으며, 심층 면접에서도 스폰서 관계를 매개하는 만남은 연예계 주변에서 매우 일상적이고 빈번한 것으로 평가되었습니다. 극단적 사례로는 재정상황이 부실한 기획사가 여성 연예인을 매개로 스폰서의 지원을 받아 회사를 운영하는 경우였는데, 이 때 해당 여성연예인은 기획사와 자신의 성공을 담보로 스폰서 관계를 유지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사례>
모델 초기 광고주와 광고모델을 연결해 주는 분(광고대행사인지 아닌지 딱히 판단하기 애매하다고 함)에게 스폰서 제안 받음. 제안만 수용하면 비용은 원하는 대로 다 받을 수 있다고 하였음. 바로 거절함. (연기자 40대 중반)

 

레스토랑을 운영하시는 이모님이라고 부르던 분에게 스폰서 제안을 받음. 당시에는 순수하게 생각함. 그냥 적당히 그렇게 넘어갔었음.(연기자 30대 중반)

 

친구가 나오라고 해서 나갔는데, 아빠같은 분이 저녁 먹고 나랑 애인할래 딱 이렇게 묻는 거예요. 아니요..아빠같은 분하고 겁나는데... 그러자 네가 하고 싶은 거 다하게 해주고 나는 너의 젊음을 사고 이러시는 거에요..(연기자 지망생 20대 초반)

 

ꊲ 신체에 대한 자기결정권 침해 심각

  “여성 연기자 지망생 다이어트, 성형수술 권유받은 경험 각각 72.3%, 58.7%”

 

  조사 결과, 다이어트와 성형수술 등 외모관리에 대한 요구를 받은 경험은 모두 높게 나타났는데, 특히 이미 데뷔한 연기자들보다는 지망생들에게 그 피해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례>

너 짝눈이다, 눈 풀렸다, 눈 조금만 더 손대자, 이런 식으로 자꾸 얘기를 해요. 주로 회사 사람들. 회사에서 주로 성형을 시키고,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요. (연기자 20대 초반)

 

사실 끊임없이 좀 뭔가 고충이 있는 거 같아요.. 저는 그냥 제가 굉장히 만족스럽다고 생각하거든요. 사실 저의 단점을 제가 캐내면 정말 끝도 없어요. 주변을 보면 거울만 들여다 보면서 이게 못생겼지, 이게 못생겼지 이런단 말이예요....저는 그렇게 생각을 해버리면 정말 끝도 없이 제 미운 점만 보일거 아니예요. 그래서 저는 나의 모든 것을 사랑하고 좀 부족한 이것도 좋다 이렇게 건강한 마음을 가지려고 하는데... 주변에서 너무 닦달을 하는 거예요. 회사에서 너는 뭐가 문제야, 뭐가 문제야, 너 언제 할거니, 살을 언제 뺄거니, 정말 그런 압박이 심한 거예요.(연기자 20대 초반)

 

ꊳ 기획사와의 불공정 거래 등 노동권 침해 심각
  “여성연기자 행사 무상 출연 강요 49.2%, 사전 동의없는 계약 양도 36.5% 경험”

 

  기획사와의 불공정 거래에 대한 경험을 묻는 설문에 응답자들은 △모든 활동에 대한 일방적 승인과 지시, △일거수일투족 감시·통제 등 과도한 사생활 침해△홍보 활동 및 행사 무상 출연 강요, △사전 동의 없는 일방적 계약 양도 등의 경험이 많다고 답했습니다. 또한, 감금에 준하는 인식 구속과 같은 극단적 피해 사례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례>
제가 그때 생활패턴이 뭐였나면, 화목토는 연기레슨 받는데 6시부터 10시까지 받거든요. 그전에 집에 있다가 대표가 데리러 와요.....그리고 본인 볼 일 보고 나 레슨 끝나면 데리러 와요...그리고 맨날 전화해서 확인해요.. 어떻게 하다가 친구를 만나도 남자는 못 만나게 하고, 여자 친구들도 못 만나게 해요.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라 그러고. 집착 아닌 집착을 하더라구요. 그러니까 사람의 숨통을 조인다고 해야하나..(연기자 20대 초반)

 

보통 기획사가 99%는 좌우한다고 보아야죠. 누군가 정말 돈이 많아요. 그렇지만 이걸 어디다 주어야 하는 지, 일단 방송에 나가는 것이 목적이라고 했을 때 기획사가 없으면 방송에 나갈 수 없다는 거죠..방송사에 출연할 수 있는 기회는 전적으로 인간관계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연기자 20대 후반)

 

 

ꊴ 노동권과 자기결정권 충돌하게 되는 구조
    “성접대 거절 후 캐스팅 등에 불이익 경험한 여성연기자 48.4%”

 

  조사 결과, △성접대 제의를 받은 경험이 있는 연기자 48.4%가 이를 거부한 후 캐스팅이나 광고출연 등 연예활동에서 불이익을 경험했다고 응답했으며, △연기자 58.3%는 술시중과 성상납을 거부하면 불이익을 받는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이처럼 여성연기자의 경우, 노동(연예활동)권 확보를 위해 성적 또는 신체의 자기결정권을 포기해야 하는 구조적 상황 속에 놓여있어 그 문제의 양상이 더욱 심각하다 하겠습니다.

 

ꊵ 대중으로부터의 사생활권 보호 필요

  “여성연기자의 64.4% 사생활 폭로, 루머 유포, 개인적 정보 유포 등 피해 경험”

 

  조사 결과, 연기자의 64.4%는 △인터넷 등을 통한 악성 댓글, △개인정보 및 나쁜 소문 유포,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욕설, △스토킹 등의 피해 경험이 하나 이상은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3. 여성연기자 인권침해 원인 및 제언
  “연예매니지먼트진흥법 등 법제마련, 관계자 협의체 구성, 여성연예인의 자구노력 등 다양한 접근 필요”

 

  앞서 확인된 다양한 여성연기자 인권침해 실태의 근본적 원인으로는 가부장적 성문화와 연예인 수급구조의 불균형이 지적되고 있으나 이와 같은 문화적·산업적 요인이 기획사, 매니지먼트사, 제작사, 언론과 대중에 의해 확대·심화된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습니다.

 

  연예계는 수요에 비해 공급이 지나치게 많은 구조입니다. 2005년 현재 연극영화과 등 관련학과 255개에 재학생 수는 30,332명이며 220개에서 230개로 추정되는 연기학원을 통해 1년에 수도권 지역에서만 48,000여명의 연예인 지망생이 배출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설문에 응답한 연기자 89.2%(지망생은 87.3%)가 공식적 오디션보다 비공식적 미팅이 캐스팅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하였습니다. 또한 한국연예제작자협회(2006년 가입기준 309개)와 한국매니지먼트협회(2009년 가입기준 89개)에 등록되어 있는 회사 외에 많은 영세 군소 기획사가 대략의 숫자조차 파악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립, 명멸하고 있습니다. 대형 기획사의 문제가 주로 불공정 계약의 문제로 집중된다면 군소기획사는 더 다양한 문제를 일으키고 있지만 이에 소속되어 있는 연예인들의 인권은 더욱 보호받기 힘듭니다.

 

  미국의 경우, 에이전트법을 제정해 사업자의 자격이나 자금조건을 정하고, 연예인과의 계약 체결 시 노동위원회의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하는 등 연예산업 전반에 견제와 균형의 원칙을 반영한 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또한 연예인 스스로 노조를 설립해 권리 보장에 적극 나서는 점도 주목할 만 합니다. 우리나라도 관련 법 제정 등을 통해 연예매니지먼트 사업자의 자격을 엄격히 정하는 한편, 연예인과 연예산업을 지원·육성하는 제도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또한, 공개 오디션 문화 정착, 방송사· 제작자 협회· 매니지먼트협회· 에이전시 협회· 연예인노조 등이 관계자 협의체 구성 등을 통하여 자정 노력을 벌이는 것도 문제해결에 큰 도움이 될 것입니다. △가칭 연예인협회 등을 설립해 상담 창구 운영이나 멘토시스템 도입, 인권교육 등 연예인의 자구 노력도 중요합니다. △또한 대중과 언론도 팬문화나 보도문화의 문제점을 자각하고 자성노력을 벌여야 할 것입니다.

 

  인권위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발표 및 토론회 자리가 여성연예인 인권실태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다각적인 개선방안을 찾는 출발점이라고 봅니다. 오늘 토론회 결과를 바탕으로 인권위는 여성연예인 인권개선을 위한 실효성 있는 대안을 찾고 공론화하는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입니다.  끝.

 

*붙임자료: 외국의 사례- 미국 연예매니지먼트 제도와 연예인 노조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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