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본인확인제 범위 확대는 표현의 자유 침해 우려"
- 인권위, 국회에 개정안에 대한 의견표명 -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국회의장에게「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하, 정보통신망법)」전부개정법률안(2008. 11. 28. 국회제출 정부입법발의) 중 ‘게시판 본인확인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표현의 자유 및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표명을 했습니다.
정부는 급격히 증가하고 있는 불법 유해정보 확산과 같은 인터넷 역기능 문제를 예방하고 사후구제에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정보통신망법」전부 개정안을 입법 발의했습니다.
개정안에 따르면, 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을 위한 방법 및 절차를 마련할 의무가 부과되는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범위를 “정보통신서비스의 일일 평균 이용자수가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현행 “정보통신서비스의 유형별 일일 평균 이용자수가 10만명 이상이면서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기준에 해당되는 자”에서 “유형별” 및 “10만명 이상이면서” 부분을 삭제해 최소한의 하한선을 없애고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도록 하는 것입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위와 같은 개정조항이 국민들의 표현의 자유 및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직업수행의 자유 제한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고 보아 개정조항을 검토하게 되었습니다.
우리「헌법」은 제21조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으며, 헌법재판소도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어 있지 않는 나라는 엄격한 의미에서 민주국가라 하기 어렵다.”, “민주체제에 있어서 불가결의 본질적 요소”, “민주국가의 존립과 발전을 위한 기초가 되기 때문에 특히 우월적인 지위를 지니고 있으며..”등으로 표현의 자유의 중요성에 대해 판시(헌법재판소 1998. 4. 30. 95헌가16, 헌법재판소 1991. 9. 16. 89헌마165, 헌법재판소 1992. 11. 12. 89헌마88) 한 바 있습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정안을 검토하면서 표현의 자유에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도 포함되는 것인지 여부와 관련하여 외국의 판단 사례와 가이드라인을 살펴보았습니다.
미국 연방대법원은 1960년 Talley v. California 사건(전단배포자의 신원확인을 강제하는 것은 익명표현의 권리(right to anonymous speech)를 침해하는 것이라는 결정)과, 1995년 Mcintyre v. Ohio Elections Commission 사건(선거유인물을 발행하는 사람이나 선거본부의 이름과 주소가 명기되지 않은 유인물 배포를 금지시킨 오하이오주 법률에 대해 위헌 결정)에서 기본권으로서의 익명표현의 자유를 인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유럽의회는 2003년 ‘인터넷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의 자유에 관한 선언’을 통해 7개 원칙 중 하나로 익명성을 포함시키고 있습니다. 이밖에 미국과학발전협회는 1997년 인터넷 규제정책 설계 시 온라인 익명커뮤니케이션 보장 원칙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헌법이 보장한 표현의 자유가 익명으로 표현할 자유도 포함하는 것인지 여부에 관한 구체적 결정은 아직 없습니다. 그러나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 유지・발전에 필수불가결적인 기본권이기에 특히 우월적 지위를 갖는다고 판시하고 있는 헌법재판소의 태도와, “모든 국민의 통신의 비밀을 침해받지 아니한다”라고 규정한 헌법 18조 등을 종합할 때 우리나라에서도 익명표현의 자유는 보장된다 할 것입니다.
반면, 본인확인제도를 통해 악성댓글이 확실히 감소했다는 객관적 자료는 존재하지 않으며, IP추적, 로그인 접속 기록 확인, 수사기관의 통신사실 확인 자료 제출 요청 권한 등 익명 게시판에서의 사생활 침해와 같은 부작용을 방지하기 위한 기술이나 제도가 존재하고 있어 법률로서 익명 표현의 자유를 제한해야만 하는 근거는 미흡합니다.
한편, 개정안에 따르면 정보통신서비스 제공자의 경우 각자 운영하는 게시판을 본인확인이 필요한 게시판으로 운영할 것인지 여부를 선택할 수 없게 되는데, 이는 헌법이 보장하는 직업수행의 자유 제한과 관련됩니다.
더욱이 개정안은 이처럼 표현의 자유와 직업수행의 자유 제한 범위를 전적으로 대통령령에 위임하고 있어, 법률유보 원칙(기본권 제한 및 행사에 관한 기본적이고 본질적인 사항은 국회가 제정한 법률에 규정되어야 한다)에 반할 뿐만 아니라 포괄적 위임입법 금지원칙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원회는 개정안의 내용이 헌법이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 및 직업수행의 자유를 침해할 수 있으므로 이와 같이 개정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표명을 했습니다.
첨부 :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안(정부입법발의) 제115조 제1항 제2호(게시판 이용자의 본인 확인)에 대한 의견표명 결정문 1부.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