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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형제 폐지가 헌법과 국제인권규약에 부합”
담당부서 : 홍보협력과 등록일 : 2009-08-04 조회 : 3186
 

“사형제 폐지가 헌법과 국제인권규약에 부합”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는 사형제도에 대한 위헌법률심판제청사건(2008헌가23)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 제1항 제28조 제1항 “위원회는 인권의 보호와 향상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재판이 계속중인 경우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요청이 있거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의 담당재판부 또는 헌법재판소에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  규정에 따라 사형제도 폐지가 헌법 및 국제인권규약에 부합한다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습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간의 생명권은 인간의 존엄성과 분리될 수 없는 기본권이며,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는 권리이기 때문에, 사형제도는 근본적인 윤리적 문제, 즉 모든 이에게 살인을 금지하면서 국가가 일정한 공익적 목적을 달성한다는 명목 아래 법과 정의의 이름으로 살인행위를 한다는 윤리적 모순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보았습니다.

 

  또한, 아무리 훌륭한 사법제도를 갖는다고 하더라도, 재판이 신이 아닌 사람의 영역에 속하는 이상 오판의 가능성을 절대적으로 없앤다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인간은 본질적으로 오류를 범할 수밖에 없는 존재이며 이러한 인간이 만든 사법제도가 운영되는 과정에서 오류가 있을 수 있음은 우리의 역사에서 경험하고 있는 바입니다. 그러므로 국가가 이러한 사법제도의 불완전성에 대한 마지막 안전판으로서 비록 범죄자라고 하더라도 우주보다도 중하다는 생명이 유지되도록 허용하는 것이 윤리적으로 책임지는 자세일 것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이제 사형제 폐지는 시대의 대세입니다. 국제인권조약인 유엔 시민적 및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제6조는 생명권보장을 규정하면서 사형제폐지가 바람직하다는 점을 시사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형집행과정에 수반된 제 문제는 경우에 따라 동규약 제7조의 “잔혹하고 비인도적인 형벌금지원칙”에 위배되기도 합니다. 국제사회는 사형제 폐지를 위하여 지역차원의 국제조약을 체결하여 유럽대륙에서는 한 나라를 제외한 모든 국가에서 사형제도가 폐지되었습니다. 미주인권협약 및 그 추가의정서에서도 사형제폐지에 대한 국제규범을 형성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대세에 과거에 오심을 통한 사형집행을 비롯하여 많은 인권침해를 경험한 우리나라가 이에 동참하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더욱이 사형은 현행「헌법」과 국제인권규약 등의 정신에 부합되지 않는다고 판단되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는 「국가인권위원회법」 제28조 제1항의 규정에 따라 사형제도를 폐지하는 것이「헌법」및 국제인권규약에 부합한다는 위와 같은 의견을 제출하였습니다.

 

  세부적 내용은 아래와 같습니다.

 

  첫째, 국가인권위원회는 인간의 생명과 이에 대한 권리는 “기본권 중의 기본권”이므로 국가는 이를 보호, 보장할 의무만을 부담할 뿐 박탈할 권한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헌법재판소는 1996년 사형제도에 관한 합헌 결정 당시 ‘사형’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헌법 제110조 제4항을 사형제도 존치의 근거로 해석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해당 규정은 전시 등의 비상계엄이라는 특수 상황을 전제로 한 것으로 평시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는 없다고 보았습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사형제도의 존폐를 논의함에 있어 전시와 평시를 구분하는 것이 타당할 것입니다.

 

  둘째, 사형제도는 국가가 극히 한정적인 경우에 한해 공공의 이익 등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의 이름으로 생명을 박탈할 수 있음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헌법 제10조 “인간의 존엄과 가치”, 제37조에 근거한 과잉금지의 원칙 등에 비추어 인간의 생명은 아무리 극단적인 경우라 해도 정책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 내지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더욱이 사형제도의 존치가 범죄억제 효과를 발휘하는 지 여부에 관해 확실히 검증된 바가 없습니다. 이처럼 검증되지 않은 추측만으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최고 규범으로 하는 헌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습니다.

  나아가 사형제도는 형벌의 일반적 목적인 범죄 억제, 범죄자의 교화를 달성하는 데 필수적 정책수단이 아닙니다. 오히려 사형이 집행됨으로써 교화는 원천적으로 불가능해지므로 사형제도는 교육순화의 목적을 달성할 수 없는 유일한 형벌입니다. 국제적으로도 사형 대체 방안으로 감형・가석방 없는 종신형제도와 일정 기간 감형・가석방 없는 무기형제도가 실시되고 있습니다.

 

  셋째, 사형제도는 근대 이후 발전해 온 인류문명의 귀중한 소산인 인도주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특히 사형제도는 범죄자의 생명을 박탈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의 다른 구성원들(법관, 사형집행인, 사형집행참관인, 사형집행확인인 등)에게까지도 인도주의 정신을 포기하도록 제도적으로 강제하게 됩니다. 더구나 사법절차에 있어 오판 가능성을 고려하면 사형제도는 더욱 심각한 상황에 이를 수 있습니다. 인간과 사법제도의 불완전성이 불가피한 현실인 이상, 국가가 이를 인정하고 수정할 수 있는 안전판으로 형사피고인으로 하여금 생명을 유지하여 필요한 경우 재심의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이 불완전성에 대해 책임을 지는 윤리적 태도일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헌법과 형법에서 예외적으로 인간의 생명을 박탈하는 행위를 용인하는 사례로 전쟁과 정당방위를 들 수 있습니다. 이때에도 국가나 개인의 중대한 법익에 대한 현재의 급박한 침해행위가 존재하고 이를 방어하기 위한 범위 내에서만 타인의 생명을 박탈하는 행위에 한합니다. 이와 비교할 때 사형제도 역시 엄격한 요건이 구비되어야 합니다. 그런데 사형의 경우 이미 범죄행위가 종료했을 뿐 아니라, 앞으로 일어날 범죄는 범죄자를 사회로부터 장기간 격리시킴으로써 충분히 사회를 방어할 수 있으므로 요건을 구비하지 못했다고 판단했습니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2005. 4. △국가의 생명권 보장 의무, △생명권 제한의 법적 근거 미비, △사형 관여자의 양심의 자유 등 침해, △비례의 원칙

위반, △검증되지 않은 사형의 범죄 억제력, △오판 가능성 등을 검토한 결과, 국회의장에게 사형제도는 생명권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이므로 폐지되어야 한다는 의견을 표명한 바 있습니다.

  또한, 2007. 유엔총회에서 사형제도 모라토리엄(집행정지)에 관한 결의안이 표결에 부쳐질 때 우리 정부가 이 결의안에 찬성할 것을 촉구했으며,   2007.말 국제사면위원회(Amnesty International)가 우리나라를 실질적 사형폐지국가로 분류했을 때와 2008. 1. 1. 정부가 사형수 6명에 대해 감형 조치했을 당시 이를 환영하며 사형제도의 법률적 폐지를 촉구한 바 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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