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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사 - “인권 향상으로 국가의 품격을 높이자”
담당부서 : 홍보협력팀 등록일 : 2008-12-10 조회 : 3111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사
“인권 향상으로 국가의 품격을 높이자”
 
  존경하는 김형오 국회의장님, 진실화해를 위한 과거사정리위원회 안병욱 위원장님, 군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 이해동 위원장님, 국가인권위원회의 초석을 다지고 7년간 이끌어주신 전현직 인권위원님, 우리 사회의 인권 향상을 위해 애쓰고 계신 정부기관과 인권시민단체 관계자 여러분, 그리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을 인권 선진국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계신 외교관과 국제인권기구 임직원 여러분, 저는 먼저 이 자리에 오신 모든 분들과 함께 ‘인류가 만든 가장 아름다운 약속’, 세계인권선언의 예순 번째 생일을 자축하고자 합니다.
 
  세계인권선언은 지금으로부터 60년 전 파리 유엔 총회에서 채택됐습니다. 제2차 세계대전의 참혹한 상처 위에서 탄생한 세계인권선언은 인류가 평화와 공존을 위해 어디로 가야할 지를 일러주는 나침반이었습니다. 인류의 열망이 담긴 숭고한 문서였기에 지구상에서 가장 많은 언어로 번역돼 수많은 사람들의 양심을 일깨우고 행동을 이끌어내는 촉매가 됐습니다.
 
  절망의 끝에서 희망의 씨앗으로 우리 곁에 찾아온 세계인권선언이 오늘로 60돌을 맞았습니다. 동양에서 60이라는 숫자는 ‘환갑’이라 하여 하나의 순환이자 새로운 시작을 뜻합니다. 때마침 2008년은 대한민국 정부와 헌법의 환갑이어서 그 의미가 남다르게 다가옵니다.
 
  공자는 60을 이순이라 했습니다. 나이가 예순에 이르면 생각하는 것이 원만하여 어떤 얘기를 듣더라도 곧 이해가 된다는 데서 나온 말입니다. 그러나 인권 측면에서 보자면 한국 사회는 정부수립 60주년을 맞은 지금 여전히 가야 할 길이 멀기만 합니다. 그것이 이 시점에서 세계인권선언 60주년의 의미를 되새겨봐야 하는 시대적 이유이기도 합니다.
 
  2001년 국가인권위원회가 출범하면서 적지 않은 인권침해 관행들이 시정되고 정부기관 스스로 인권적 관점을 검토하기 시작한 것은 매우 고무적인 성과입니다. 하지만 국제인권기구가 우리에게 요구하고 있는 기준과는 아직까지 상당한 거리가 있습니다. 이미 유엔 인종차별철폐협약과 아동권리협약은 우리 사회의 이주민 차별과 아동・청소년 인권실태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습니다. 유엔 인권이사회도 국가별 인권상황 보고서를 검토한 뒤 33개항에 걸친 권고안을 제시하기도 했습니다.
 
  새롭게 출범한 정부의 국정 지표는 선진화입니다. 저는 대한민국이 경제력에 부응할 만큼 인권 분야에서도 꾸준한 신장이 있을 때, 진정한 선진국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인권이야말로 미래 사회에서 국가의 품격을 결정하는 중요한 잣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측면에서 새 정부가 주요 국정과제 중 하나로 인권외교를 내세우고 있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방향으로 평가합니다.
 
  저는 또한 새 정부가 강조하고 있는 법질서 확립에 대해서도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민주사회에서 법치와 인권은 어느 것이 우위에 서는 것이 아니라 자전거의 앞뒤 바퀴처럼 함께 달리는 것입니다. 따라서 법치를 내세우면서 인권을 후순위로 미루는 것은 민주적 사회 발전에 역행하는 것이며, 그 자체로 인권의 후퇴라 말할 수 있습니다.
 
  지난 11월 중순. 세계 각 국의 다문화 인권 전문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이주민과의 공존을 염원하는 ‘서울 가이드라인’을 도출하던 날, 안타깝게도 경기도 마석에서는 매우 위험한 이주노동자 단속이 있었습니다. 최근 정부 부처와 지방자치단체들이 경쟁적으로 다문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지만, 유감스럽게도 다문화 사회의 핵심이라 할 수 있는 문화적 다양성에 대한 진지한 탐색과 존중이 부족해 보입니다. 바로 이 지점에 인권전담 국가기관인 우리 위원회가 적극적으로 간여해야 할 일들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난 7년여 동안 하루 평균 80여명의 사회적 약자들이 국가인권위원회의 문을 두드렸습니다. 지금도 그 숫자는 계속 늘고 있습니다. 일부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정치적 결정을 많이 했다고 비판하지만, 실제로 우리 위원회 결정의 절대 다수는 국민의 일상생활과 밀접한 사안들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지난 7년의 활동을 돌아보면서 향후 3개년간 집중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를 정리해 얼마 전 ‘인권증진행동계획’을 수립했습니다. 여기에는 노인 인권, 아동 인권, 이주민 인권, 스포츠 선수 인권, 장애인 인권, 북한 인권 등 그간 국가기관과 시민사회가 우리 위원회에 요구해온 굵직한 현안들이 모두 포함돼 있습니다.
 
  끝으로 오늘 뜻 깊은 세계인권선언 60주년 기념식에서 ‘대한민국 인권상’을 수상하시는 모든 분들께 축하의 말씀을 전합니다. 아울러 우리 위원회가 공정한 심사를 통해 결정한 후보를 행정안전부가 훈장 추천 대상에서 제외한 것에 대해 깊은 유감의 뜻을 표합니다. 대한민국 인권상은 정치적 변화나 이념적 성향과 무관하게 우리 사회의 인권 향상을 위해 힘써온 사람들에게 주어져야 할 명예입니다.
 
  독립성은 국가인권기구의 생명이자 근간입니다. 국가인권기구의 조직과 운영 또한 독립성을 확보하기 위한 필수적 수단에 해당합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유엔이 채택한 파리원칙에 근거해 입법・행정・사법 등 3부 어디에도 속하지 않는 독립기관으로 탄생한 것과 국제사회가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독립성을 토대로 국가인권기구의 수준을 평가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럼에도 일부 국가기관은 여전히 독립기구에 대한 이해가 부족합니다. 저는 위원장으로서 국가기관의 오해에 대해서는 꾸준히 설득할 것이며, 독립성을 흔드는 사태에 대해서는 단호히 대처할 것입니다.
  세계인권선언 60주년에 즈음해 저는 다음과 같이 다짐합니다. 독립적 국가기관으로서 쓴 소리를 게을리 하지 않고, 사회적 약자와 소외계층의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대변하며, 국제적 인권기준의 국내적 이행을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또한 각계각층과의 소통을 강화해 국민 속에서 사랑받는 기관이 되겠습니다. 바쁘신 가운데서도 인류의 가장 아름다운 약속, 세계인권선언의 환갑잔치를 축하해주기 위해 이 자리에 와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2008. 12. 10.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안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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