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북 시, 법률적 근거 없는 확약서 요구는 기본권 침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통일부가 법률적 근거 없이 ‘방북 승인 신청자에게 확약서 제출을 요구’하는 것은 ‘여행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으로 판단하고, 통일부장관에게 확약서 제도를 폐지하거나, 확약서 제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진정인 K(남, 60세)씨는 진정인을 포함한 일행이 2008. 5.경 통일부에 방북 승인을 신청하였는데, ‘통일부가 방북 승인 조건으로 법률적 근거도 없는 확약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확약서를 제출하지 않자 방북 승인을 지연하는 등으로 진정인의 인권을 침해했다’고 2008. 5. 14. 인권위에 진정을 제기했습니다.
통일부는 확약서 제출의 필요성에 대해, 남북관계의 진전에도 불구하고 상대방 지역에서 발생하는 사고나 위법행위에 대한 처리절차의 제도화가 미흡한 상황에서 남북간 인적교류가 원활하게 이루어지도록 하기 위해 확약서 제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확약서는 방북규모나 특성을 고려하여 필요시 요구하며, 확약서 내용도 방북자의 당연한 주의의무를 환기시키거나 남북화해협력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일반적인 사항을 당부하는 것일 뿐만 아니라 방북 승인은 통일부장관의 재량사항이므로 확약서 요구가 인권을 침해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제9조 제1항은 “남한과 북한의 주민이 남한과 북한을 왕래하고자 할 때에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의하여 통일부장관이 발급한 증명서를 소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면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통일부장관이 방북을 승인하도록 하여 통일부장관의 재량의 범위를 제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행「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증명서 발급 요건 등 통일부장관의 방북 승인 재량을 제한하는 규정을 두지 않고 있었습니다. 확약서 요구 또한 통일부의 내부지침에만 근거하고 방북 신청자가 이를 제출하지 아니하면 방북 승인이 지체되거나 불승인되고 있었습니다.
남・북한 간의 왕래는「헌법」제3조(영토) 및 제14조(거주・이전의 자유)에도 불구하고 남북분단의 현실로 인해 크게 제한되는 것이 현실이나 남・북한 간을 왕래할 자유는「헌법」제14조에서 규정한 거주・이전의 자유(여행의 자유)로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등의 법률이 정하는 바에 따라 보호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방북 승인 시「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이 규정한 바에 따라 방문승인 요건을 대통령령에 정하지 않고 통일부장관의 재량만으로 내부지침에 근거해 확약서 제출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법률적 근거 없이 동법이 정한 남・북한 간 왕래를 제한하는 것으로, 통일부장관의 재량의 범위를 벗어나 진정인 등의 거주・이전의 자유(여행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므로 판단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통일부가 주장하는 확약서 제도의 취지는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시행령」제13조 및 동법 시행규칙 제4조에 의한 ‘북한방문 안내교육’의 내용에 포함하거나 ‘방북승인 시’ 조건의 부과 등을 통해 그 재량으로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점 등을 감안하여 확약서 제도를 폐지하되, 불가피하여 폐지가 어려운 경우에는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도록 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