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근거 없는 체포용 장비 사용은 인권침해”
인권위, 검찰총장에게 법률 근거 마련 권고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는 △검찰총장에게 현재 검찰청에서 사용하는 체포용 장비의 사용을 위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고, 이에 근거해 체포용 장비의 사용・관리・교육・운용 관련 지침을 마련할 것과 △해당 검찰청 검사장에게 체포용 장비를 과다하게 사용한 검사 및 검찰수사관들에게 주의조치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진정인 A씨(남, 40세)는 “체포당하는 과정에서 검사와 검찰수사관들이 테이저건(권총형 전기충격기)과 삼단봉을 사용하여 4주의 치료를 요하는 상해를 입었다”며 2007. 9. 5. 국가인권위에 진정을 접수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A씨는 2007. 5. 29. 체포 당시 칼을 소지하고 집밖으로 나오는 순간 검찰수사관 3명이 동시에 테이저건을 발사해 바닥에 쓰러지면서 칼을 떨어뜨렸고, 검찰수사관은 재차 테이저건 2발을 발사하고 유형력을 사용해 진정인을 제압한 후 체포했고, 이 과정에서 A씨는 갈비뼈 골절 등 전치 4주의 상해를 입은 사실을 확인했습니다.
대검찰청은 검찰수사관들이 수갑, 전자진압봉 등 체포용 장비를 사용할 수 있는 근거로「대검예규」와 「수사장비관리규정」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수사기관의 체포용 장구 사용은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대표적인 공권력 행사에 해당되므로 반드시 명시적인 법률 근거가 있어야 하고, 예규 등 행정규칙으로 정당화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특히 이 사건에서 사용된 테이저건은 1회 발사 시 5만 볼트의 고압전류를 약 5초간 인체에 흐르게 하여 인체를 일시적으로 마비시키는 장비입니다. 이 장비와 관련해 국제앰네스티에서는 법집행기관의 전자충격기 사용으로 인한 사망사례 등을 보고하면서 전자충격기 사용을 좀 더 신중히 할 것을 권고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테이저 건은 인명에 위해를 줄 수 있는 장비로 무기사용에 준하는 엄격한 사용요건이 적용되어야 할 것입니다.
국가인권위는 법률상의 근거 없이 행정규칙이나 내부지침으로 체포용 장비사용을 정당화하는 경우, 국민의 기본적 인권은 법률에 의해서만 제한될 수 있다는 법률유보의 원칙에 위배된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법적 근거의 미비는 장구의 사용기준 부재, 관리소홀, 장구사용자에 대한 교육 부재 등 다양한 문제점을 낳고 있으며, 결국 장구 사용의 오・남용으로 인한 인권침해의 가능성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체포용 장비의 과다 사용과 관련해, 체포 과정에서 유형력 사용의 불가피성은 인정되지만, 검사 및 검찰수사관은 총 6명으로 테이저건 및 삼단봉을 소지하고 있었던 점, 사전에 체포 및 검거계획 등을 충분히 세울 수 있었다는 점 등을 고려할 때, 진정인의 명백하고 위급한 저항이 없었음에도 신분을 밝히지 않고 사전경고 없이 진정인에게 테이저건 3발을 동시에 발사한 것은 체포용 장비의 과다한 사용으로 최소침해 원칙을 위반하여 진정인의 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검찰총장에게 테이저 건을 비롯한 체포용 장구를 계속 사용하기 위해서는 이에 관한 명시적인 법률 근거를 마련할 것을 △해당검찰청 검사장에게 체포용 장비를 과다하게 사용한 검사 및 검찰수사관들에게 주의조치 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