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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환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취임사
담당부서 : 홍보협력팀 등록일 : 2006-10-30 조회 : 2805
   자랑스러운 국가인권위원회의 일꾼 여러분, 그리고 인권을 기리고 신봉하는 국민 여러분, 그동안 하마나하며 지루하게 기다리던 가을이 마침내 찾아왔습니다. 생경한 공권력이 국민의 일상적 자유와 인권을 유린하던 암울했던 그 시절, 한 시인은 이 겨울공화국 동토에 봄이 도래하기를 소망하는 마음을 목매인 절규로 다짐했습니다. “사계절이 분명한 조국 땅에는 좀 더디더라도 봄은 반드시 오고야 말 것이다.”라고.    그로부터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눈부신 발전을 이루었습니다. 군사독재에 저항하여 시민혁명을 이루어 낸 빛나는 성과는 민주적 질서의 정착에 크게 기여했고, 경제성장이 이룬 기적과 함께 세계인의 찬탄을 얻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우리 대한민국은 식민지 지배를 벗어난 후 가장 짧은 기간 동안 민주화와 경제발전을 동시에 이룩한 유일한 나라로 칭송받고 있습니다. 폐허의 잿더미 위에 U.N.이 만든 그 작은 나라가 마침내 기관의 수장인 사무총장을 배출한 쾌거는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현주소를 상징하는 빛나는 징표가 되기도 합니다.    5년전 이 땅에 국가인권위원회가 탄생한 것은 국정의 모든 영역과 국민의 일상에 민주적 이상과 질서가 뿌리내리기를 바라는 국민의 열렬한 소망의 결실이었습니다. 입법, 행정, 사법, 전통적인 분류에 다른 정부의 3부처 그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는 독립된 기구로 만든 이유는 체제와 이념을 초월한 인권이라는 인류 보편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우리의 전향적 바람의 발로이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우리 국가인권위원회는 실로 많은 난제를 안고 노력했습니다. 때때로 신생기관에 대한 과도한 열망과 무거운 기대에 부대끼기도 했습니다. 탄생 다섯 돌을 앞둔 시점에 우리 위원회는 성숙한 어른이 될 준비를 해야 합니다. 이 땅에서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유린당한 수많은 사람들의 아픔과 고통에 눈과 귀와 함께 따뜻한 마음도 열어야 합니다.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이들의 아픔과 고통을 덜어주는 알맞은 방법을 찾는 성숙된 지혜입니다. 그동안 세 분의 전임 위원장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그분들의 노고에 깊은 경의를 표하면서 여러분들이 이룩한 업적을 발전적으로 계승하고자 합니다. 한 기관의 업무는 수장 한 사람이 바뀐다고 해서 근본마저 바뀔 수 없는 것입니다. 심도 있는 토의를 거쳐 제시된 기관의 비전과 행동 계획은 존중되어야 합니다. 그러나 시대가 요구하는 역할에 합당한지 다시 한 번 되짚어보는 일은 언제나 필요합니다.    저는 우리 기관의 문서 속에서 ‘권력 대신 매력’으로 라는 구호를 읽었습니다. 법적 강제력이 없는 권고가 보편적 설득력이라는 보다 무거운 힘을 얻기 위해서는 우리 위원회가 국민에게 ‘매력’있는 기관이 되어야 합니다. 우리 스스로가 매력을 키우기 위해 배전의 노력을 쏟아야 합니다. 한 예로 우리의 업무를 이행함에 있어 보다 연조가 깊은 국가기관들의 경험에 대한 경의를 잃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국정의 운영 경험은 그 자체가 소중한 자산입니다. 독립된 기관으로서의 우리가 유념해야 할 일은 다른 국가기관의 협조와 지원 아래에서만 비로소 국민의 인권을 신장시킬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우리는 장래를 향해 인권의 기치를 드높이 세우되, 현시점에서의 국가와 사회의 보편적 관념을 경시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우리 위원회가 출범할 당시에 국민이 걸었던 기대가 근래에 들어와서 여러 형태로 나타나고 있습니다. 변함없는 사랑의 언어 못지않게 강한 질책의 목소리도 높습니다. 그러나 질책은 다른 형식의 사랑의 격려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사랑의 말에 교만하지 말고, 비판과 질책에 말씀에 겸허하게 고개 숙여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우리들 자신이 다양한 의견을 막힘없이 개진하고 성숙한 자세로 토론에 임하여 공동의 지혜를 창출해 내는 데 더욱 노력을 쏟아야 할 것입니다. 그동안 독립된 국가의 인권기구로서 우리가 수행했던 수많은 일에 대해 자부심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면서도 때때로 열정이 앞선 나머지 분별의 지혜가 모자랐던 경우도 없지 않았나, 찬찬히 되돌아보아야할 것입니다.  우리 기관을 탄생시킨 국가인권위원회법이 천명하듯이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과 법률, 그리고 국제인권조약과 국제관습법이 보장하고 인정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하는데 앞장서기 위해 다시금 자세를 가다듬어야 할 것 입니다.  앞으로 우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과제는 바깥 세상에 눈을 돌리고 세계의 동반자가 되도록 노력하는 일입니다. 우리가 이룬 눈부신 인권의 성과를 국제사회에 널리 알리고, 나아가서는 후발국가에 대한 책임을 분담함으로써 인권분야에서도 국제사회를 선도하는 명실상부한 선진국으로 도약하는 반석을 만들어야 할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 사회의 총체적인 발전에 인권의 신장이 가장 중요한 요소임을 인식하면서도, 때때로는 참고 기다릴 줄 아는 지혜를 배양해야 할 것입니다. 가슴속에 식지 않는 열정을 지니되, 분별 있는 열정으로 임하기를 바랍니다.  이제 우리는 기다리던 가을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민주와 인권의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습니다. 이제 우리는 풍성한 수확을 갈무리하여 닥쳐올 겨울에 대비해야 합니다. 선조들이 배움을 시작하면서 다졌던 천자문의 한 구절대로 ‘추수동장’(秋收冬藏)의 지혜를 다질 때이기도 합니다.   마지막으로 우리 모두의 헌신적 성찰을 다짐하는 뜻으로 어느 시인의 구절을 옮기면서 취임사를 마치고자 합니다.    “비누는 스스로 풀어질 줄 안다./ 비누는 결코 자신을 고집하지 않는 까닭에/ 이념보다 큰 사랑을 얻는다.”(오세영) 「사랑의 묘약」   우리 자신은 한 없이 겸손한 마음과 자세로 봉사하고, 자신의 존재는 점점 작아져서 끝내는 자취조차 보이지 않게 되더라도, 국민의 일상적 체취 속에 은은히 풍기는 비누냄새와 같은 존재가 되어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인권의 선봉장으로서의 국가인권위원회의 일꾼들에게 주어진 사명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여러 가지로 모자라고 흠이 많은 저에게 이렇듯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 것을 더없는 영광으로 여기면서, 두려운 마음으로 여러분 앞에 섰습니다. 우리 모두 힘을 합하여 지혜롭게 국민과 인류의 인권 앞에 봉사하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되도록 노력합시다.  감사합니다. 

제4대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안경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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