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적 근거나 기준 없이 임의로 구금시설 수용거실 안에 CCTV를 설치해 수용자의 모든 행동을 24시간 촬영·감시함으로써 인권을 침해당했다며 김모씨(34세, 수원구치소 출소자) 외 2인이 수원구치소장, 진주교도소장, 춘천교도소장을 상대로 각각 진정한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법무부장관에게 구금시설 내 CCTV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적 근거와 기준 마련을 권고하고 △해당 시설의 장에게는 법적 근거와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CCTV 촬영범위를 최소한으로 제한해 운영하는 등 인권침해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결과 현재 전국 구금시설에는 총 13,970개의 수용거실 중 1,341개 거실에 CCTV가 설치되어 있습니다(설치율 9.6%). 이 중 여주교도소는 630개 모든 거실에 CCTV가 설치되어 있고(100%), 다른 교정시설들은 0.8%에서 26.9%까지 다양한 설치율을 나타내고 있으며, 이 비율은 대면계호에서 시설계호로 변해가는 교정행정의 현대적 추세에 따라 앞으로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그러나 △현재 행형법과 행형법시행령 등 관련 법규에는 구금시설 내 CCTV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가 없으며 △법무부령인 <보안장비관리규정>은 CCTV 장비의 설치와 관리 요령에 대해서만 규정하고 있고 △<법무시설기준규칙>의 [교정시설감시카메라설치기준]도 교화기능별로 설치율의 기준만을 제시하고 있으나 실제 설치 현황과 부합하지 않는 실정이며 △그나마 이 규정들에는 CCTV 설치 목적, 거실지정 기준, 운영 방법, 인권침해 방지 대책과 같은 내용들이 빠져 있어 법적 근거 규정이 갖추어야 할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과정에서 피진정인들과 법무부는 △구금시설내 CCTV 설치는 수용자 감시의 효율성 말고도 보안 사고 방지, 자살 방지, 수용자간 인권 침해 방지와 같은 보호기능을 갖고 있으며 △수용자에 대한 ‘시선내 계호’가 교도관의 기본 업무 원칙이므로 CCTV를 통한 수용자 감시는 행형법의 목적이나 취지에 위배되지 않아 인권 침해로 볼 수 없다고 주장하였습니다.
그러나 국가인권위는 △CCTV는 재생 및 무제한 복사가 가능하고 △타인에게 제공하거나 유출할 수 있는 점 △특정부위를 정밀하게 촬영할 수 있고 촬영된 내용을 편집할 수 있는 점 등에서 교도관의 시선 계호와 크게 다르고 △24시간 연속으로 수용자의 모든 행동이 감시되고 동태적인 삶의 흐름이 정보의 형태로 녹화됨으로써 수용자 개인의 사생활이 과도하게 침해될 우려가 높고 △CCTV가 설치된 사실 자체가 주는 ‘위축 효과’로 인해 일반적인 행동의 자유도 현저하게 제한되며 △녹화된 개인 정보의 유출 등 악용 사례가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사건의 경우에도 수원구치소는 자살이나 자해, 수용자간 폭행과 같이 구체적 근거가 없는 상태에서 진정인을 CCTV 거실에 수용했고, 3명이 수용된 이 거실은 거실과 화장실 사이에 제대로 된 가림시설이 없어 목욕하거나 용변보는 모습까지 모두 촬영되는 상황입니다. 또한 진주교도소는 수용거실 지정과 CCTV 설치 여부는 무관하다면서 진정인을 강력범 2범 이상자 수용거실에 수용한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습니다. 이처럼 △임의적 기준에 따라 수용자를 CCTV 거실에 수용해 모든 행동의 흐름을 촬영하거나 △CCTV 감시를 해야할 특별한 사유나 거실 지정 기준에 대한 고려없이 거실 배정을 하는 것은 적법절차의 원리를 위반한 인권 침해로 판단했습니다.
춘천교도소의 경우에도 징벌실과 조사실 일부에만 CCTV를 운영하고 있고, 진정인이 단식을 하면서 자살 의사를 밝히기도 하여 CCTV 촬영·계호를 실시할 만한 정당한 사유가 있었다고 인정되나, 이 경우에도 지금처럼 법적 근거와 기준 없이 CCTV 감시를 시행하는 상태는 개선이 필요하다고 판단됩니다. 국가인권위는 이를 위해 △행형법 등 관련 법령에 구금시설 내 CCTV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적 근거와 기준을 마련할 필요가 있고 △이 때 수용거실 내 CCTV 설치ㆍ운영은 수용자 인권보호, 보안사고 방지와 같은 정당한 목적을 위하여만 허용되어야 하며 △CCTV는 어디까지나 교도관의 계호를 보완하는 보충적 보호장비로서 수용자의 교정교화와 재사회화라는 교정행정의 기본 목적하에서 운영해야 하고 △목욕이나 용변 모습이 노출되어 과도한 인격권 침해가 없도록 사용목적에 따라 촬영범위를 제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그 밖에 △장비의 성능과 제원(제품의 규격,성능,기능 등) △설치 장소와 기준?거실지정기준과 같은 운용방법 △녹화된 기록물의 보존과 폐기 △책임소재와 감독 체계 △자료의 활용 방법 들에 대한 절차를 마련해 기록의 정확성을 유지하고, 자의적 이용을 방지하며, 자료를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임의로 수용거실 안에 CCTV를 설치ㆍ운영하는 행위는 헌법에서 보장하는 인간의 존엄과 가치 및 행복추구권(제10조), 평등권(제11조), 적법절차의 원리(제12조),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제17조) 등 인권을 침해한 행위로 판단하고 △법무부장관에게는 구금시설 내 CCTV 설치ㆍ운영에 관한 법률적 근거를 마련할 것을 △피진정인들에게는 인권 침해 방지 대책을 마련해 시행할 것을 각각 권고했습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