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러방지법 수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 표명 읽기 :
모두보기닫기
테러방지법 수정안에 대해 반대 의견 표명
담당부서 : 홍보협력팀 등록일 : 2003-10-24 조회 : 3668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현재 국회에 상정돼 심의 예정인 ‘테러방지법안’ 수정안의 입법에 반대하는 의견을 표명하고, 이에 관한 의견서를 국회에 전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기존 테러방지법안(이하 원안)과 현재의 수정안을 대비 검토한 결과, 현재의 수정안이 기존 법안의 일부 조항을 삭제하는 등 형식적으로는 상당부분 축소 조정됐지만, 내용상으로는 국가정보원의 권한을 강화하는 쪽으로 개악된 부분이 많고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상당수 독소 조항이 그대로 남아 있음을 확인하고, 국가인권위원회법(제19조 제1호 및 제25조 제1항)에 의거 의견을 표명하는 것입니다.

  ‘인권 관련’ 법령을 제정할 때는 헌법과 국제인권법에 비추어 인권침해 요소가 없어야 한다는 전제에서 볼 때, 이번 테러방지법 수정안이 원안보다 더 개악된 부분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먼저, 수정안은 헌법에서 규정한 죄형법정주의 위배 등 국민의 기본권 침해 가능성이 있는 조항을 다수 내포하고 있는 바,

첫째, 원안 제15조 제3항 및 제4항에 규정된 군병력의 활동 및 업무범위 내용을 수정안 제12조에서는 삭제함으로써 출동한 군병력의 활동범위에 제한을 두지 않게 되고, 이는 곧 출동한 군 병력의 자의적인 법 집행 소지를 남기고 있는 점,

  둘째, 원안에서는 “대 테러활동”을 “국내외에서의 테러의 예방․방지, 테러의 진압, 테러사건현장에서의 인명구조․구급조치 등 주민보호 등을 위한 제반 활동”으로 보다 구체적으로 정의하고 있으나, 수정안은 “테러혐의자 규제, 테러에 이용될 수 있는 위험물질의 안전관리 및 시설․장비의 보호, 국제행사 안전확보 및 테러위협에의 대응․무력진압 등 테러예방과 대응에 대한 모든 활동”으로 규정하고 있어 그 범위가 확대됨으로써 자의적 법집행 소지가 강화됐다는 점,

  셋째, 테러방지법의 제정 목적을 명시한 제1조(목적) 부분에서 원안은 “테러를 예방․방지하고 테러사태에 신속하게 대응하기 위하여”로 구체적인 범위가 한정돼 있으나, 수정안은 “테러로부터 국가의 안전보장과 국민의 생명․재산을 보호하기 위하여”로 바꿈으로써 법 적용 범위가 광범위해졌으며 이에 따라 자의적인 법 집행의 우려가 더 커졌다는 점,

  넷째, 국제적으로 아직 ‘테러’에 관한 개념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수정안 제2조(정의)는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하지 않은 조약(수정안 제2조 제1호 ‘자’목의 「폭탄테러행위의억제를위한국제협약」)규정의 범죄 개념을 인용하고 있고, 제2조 제3호 ‘테러자금’ 정의 역시 미비준 조약인「테러자금조달의억제를위한국제협약」을 근거로 법률용어의 개념을 정의하고 있는 바, 이는 죄형법정주의의 범위를 벗어나고 국민의 기본권을 더욱 제한할 우려가 있다는 점,

  다섯째, 수정안 제13조(허위신고 처벌)의 경우 실수나 착오, 또는 정신질환자가 허위신고를 한 경우 등의 상황에 대한 보호 장치가 전무하다는 점 등을 들 수가 있습니다.

2. 다음으로는 수정안에서 규정하고 있는 법률의 적용 범위나 테러대책기구의 권한에 대해 제도적으로 제어할 장치가 없으며 이는 자연히 국민의 기본권 제한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는데,

  첫째, 수정안에는 원안 제3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부분을 삭제하여 외형적으로 개선된 것처럼 보이나, ‘신법 우선 원칙’을 따르는 우리나라의 법체계상 ‘신법’인 테러방지법이 다른 법률(원안에서는「통합방위법」이 테러방지법보다 우선이었음)보다 우선시될 수 있다는  점,

  둘째, 수정안 제3조에서는 국가대테러대책회의의 의결 권한(원안 제4조)을 삭제하고 심의기능만 남김으로써, 국무총리가 의장인 국가대테러대책회의를 자문기구화 하여 유명무실한 기구로 전락시켰으며, 이는 곧 상대적으로 대 테러센터의 장(국정원장)의 권한을 제어할 제도적 장치를 없앴다는 점,

  셋째, 원안 제6조에는 ‘분야별 테러사건대책본부’를 두어 관계기관의 장이 조정․지휘(예, 국외테러의 경우 외교통상부 소관)하도록 하고 있으나, 수정안에는 본 항목이 빠짐으로서 각 대책본부가 국정원에 종속될 우려가 있다는 점,

  넷째, 원안 제10조 제2항은 ‘국가중요행사의 대 테러대책’을 협의․조정하기 위하여 필요한 경우, “관계기관 합동으로” 대책반을 편성․운영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으나, 수정안 제7조 제2항은 단지 “관계기관으로 구성”되는 대책기구를 설치․운영할 수 있다고 규정함으로써, 관계기관이 국정원에 대해 “협력”관계가 아닌 “종속”관계로 되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는 점,

  다섯째, (수정안 부칙 제2조 제1항의 ‘특정금융거래정보의보고및이용등에관한법률‘에 국정원장을 포함시키는 것은 국정원이 정보․경제․금융에 관한 정보까지 독점하겠다는 의도로 판단된다는 점 등입니다.

3. 또한 수정안에는 외국인에 대한 차별 소지가 더 강화된 반면, 기본권을 제한함에 있어 필수적인 절차법적 규정이 빠져 있다는 점이 지적되는 바, 원안에는 ‘국내에 있는’ 외국인의 ‘출국조치’로 한정돼 있으나, 수정안 제8조(외국인 출입국 규제)는 ‘국외에 있는’ 테러단체 구성원의 ‘출입국 규제’로 그 범위가 확대됐으며, 이러한 기본권 제한 시에 국제법상 지켜야할 ‘난민인정 심사’ 등 절차법적인 내용이 빠져있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한편, 국제사회에서 테러에 대한 경각심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서도 제57차(2002년 12월) 및 제58차(2003년 8월) 유엔총회에서는, 각 국가는 대 테러전략을 명분으로 인권침해가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하고, 반드시 국제인권법, 난민법, 인도주의법 등에서 규정한 의무의 준수를 강조하며, 유엔인권고등판무관으로 하여금 테러와의 전쟁시 인권의 보호 문제를 모니터링하고 정부와 유엔 기구들에게 관련 사항을 권고할 것을 거듭 촉구한 바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 국제앰네스티(Amnesty International)는 한국의 테러방지법안이 인권침해 소지가 많음을 지적하며 우리 정부에 테러방지법 제정 중단을 촉구하는 공개성명을 발표했습니다.

국가정보원이 2001년 11월 28일 발의한 테러방지법안에 대해 2002년 2월 20일 반대 의견을 표명한 바 있는 국가인권위는 이상의 여러 가지를 다시 검토한 끝에  ‘테러방지법 제정 반대’ 의견을 국회에 재차 표명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가인권위가 제정을 반대하는 이유는 ①현행법과 제도로 테러방지 대책이 가능하기 때문에 별도의 입법 추진은 그 근거가 부족하다는 점 ② 특수부대 출동 요청 등의 위헌 소지와 그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침해 우려 ③ 정보기관의 권한 강화에 따라 국민의 기본권이 제한될 소지가 많아졌다는 점 ④ 상당수 조항들에 헌법 및 국제인권법 위반 소지가 여전히 남아있는 점 등입니다.

이상의 내용을 좀 더 자세히 검토해 보면,

  첫째, 이미 국내법과 제도상 다양한 국가기관이 관련 법령에 의해 테러대책을 수립․집행할 책임과 권한을 가지고 있으며, 따라서 현 시점에서 각종 법령 및 제도들과 중복적 기능을 수행하게 되는 테러방지법을 제정할 이유 및 필요성에 대한 논리적 근거가 빈약하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현행법과 제도를 보면, 테러행위에 관한 정보의 수집, 분석․배포에서부터 시작하여 테러행위의 예방과 진압, 수사와 처벌을 위하여 국가정보원, 검찰, 경찰 등 다양한 국가기관에 전문적 기능을 부여하고 있을 뿐 아니라, 「통합방위법」 등에 명시한 바처럼, 중대한 테러사태에 대비하여 군을 포함한 국가기관 및 지방자치단체, 경찰, 향토예비군, 민방위대, 직장 등을 포괄한 통합적인 체제를 구축하도록 광범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이번 수정안에서 원안에 있던 벌칙 규정을 거의 삭제한 것을 보면, 기존 법령으로도 테러방지 대책 및 처벌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사실을 법안 입안자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볼 수 있을 것입니다.

  둘째, 테러방지법안에서 규정한 특수부대 출동 문제는 국민의 기본권 침해 및 위헌 소지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군통수권자인 대통령에 대한 건의나 국회에 대한 통보조차도 없이 대 테러센터 장인 국가정보원장의 판단에 의해 군과 경찰의 특수부대 출동을 요청,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고, 또한 계엄 상태가 아닌 상황에서의 군병력을 동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은 위헌의 소지가 있으며, 이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 제한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습니다.

  셋째, 정보기관인 국가정보원이 군대는 물론 일반 국가기관의 행정에까지 개입할 수 있는 수단을 제공함으로써, 현재 정보 수집․배포 등에 한정돼 있는 국정원의 권한이 크게 강화될 수 있다는 점을 또한 우려하고 있습니다. ‘테러예방․방지’라는 이름 아래 국가조직체계를 재편함으로써 국가기관간의 견제와 균형을 무시하고 정보기관이 권력을 남용할 소지가 있으므로 이는 민주적 국가기관의 조직과 운영의 원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단한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상당수의 법 조항들이 헌법 및 국제인권법의 기준에 어긋나며, 따라서 인권침해의 소지가 여전히 크다는 점입니다. ‘테러’의 개념에 아직 국제적인 기준이나 합의가 없는 현재, 테러관련 국제협약 특히 그 중 우리나라가 아직 비준하지 않은 일부 조약의 내용을 법률 용어의 정의로 인용하는 것은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며, 테러혐의가 있는 외국인의 출입국 규제 규정 등은 외국인 차별 소지가 있다는 점, 그리고 테러에 대한 감청 조항은 국민의 통신의 자유와 비밀을 광범위하게 침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 등을 지적하고 있습니다.  끝.

모두보기닫기
위로

확인

아니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