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현재 청송교도소에 수용돼 있는 정모씨(40)가 2001년 3월 5일 헌법재판소에 제기한 계구사용행위위헌확인심판사건(2001헌마163)에 대해 “도주 및 자해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장기간 가죽수갑(422일)과 금속수갑(466일)을 착용케 한 것은 신체의 자유 및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행위“라는 의견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했습니다.
이 사건은 정모씨가 2000년 2월 광주지방법원에서 심리중 공범 2명과 함께 흉기로 교도관들에게 상해를 입히고 도주했다가, 같은 해 3월 7일 체포돼 광주교도소에 재입소하자, 광주교도소측이 입소일부터 2001년 4월 2일까지 금속수갑과 가죽수갑을 착용케 하고, 4월 2일 목포교도소로 이감된 뒤에도 계속해서 금속수갑과 가죽수갑을 착용케 하자, 정모씨가 2001년 12월 광주교도소장과 목포교도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하면서 비롯됐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이 사건에 대해 ‘진정이 제기될 당시 진정의 원인이 된 사실에 관하여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재판, 수사기관의 수사 또는 그 밖의 법률에 따른 권리구제절차가 진행중이거나 종결된 경우엔 그 진정을 각하한다’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관련 조항(제32조 제1항 제5호)에 따라 정모씨의 진정을 각하했습니다.
하지만 국가인권위는 ’위원회가 조사 또는 처리한 내용에 관하여 재판이 계속중인 경우, 위원회는 법원 또는 헌법재판소의 요청이 있거나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때에는 법원의 담당재판부 또는 헌법재판소에 사실상 및 법률상의 사항에 관하여 의견을 제출할 수 있다’는 국가인권위원회법 관련 조항(제28조 제2항)에 따라 헌법재판소에 의견서를 제출하게 됐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의견서에서 ‘수용자라 할지라도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는 천부적이고 절대적인 불가침의 권리이며, 수용자라는 특수한 사정에 따라 불가피하게 개별 기본권이 제한되는 경우가 있더라도, 제한은 헌법 제37조 제2항의 규정에 따라 기본권의 본질을 침해하지 아니하는 범위 내에서 법률에 따라 최소한도에 그쳐야 할 것’이라고 명시했습니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교도소측이 △장기간 금속수갑과 가죽수갑을 장기간 착용케 한 점과 △특히 초기 26일 동안 단 한차례도 계구를 해제하지 않음으로써, 정모씨가 세면․목욕․식사․수면 등은 물론이고 기본적인 생리현상조차 자유롭게 해결하지 못한 점을 중시했습니다. 이에 따라 국가인권위는 의견서에서 교도소측의 행위가 △헌법 제10조(행복추구권)와 제12조(신체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며 △세계인권선언 제5조(’누구도 잔혹하거나 비인도적이거나 기타 품위를 손상시키는 처우나 형벌을 받지 않는다‘) 및 시민적정치적권리에관한국제규약 제10조(’자유가 박탈된 모든 사람은 인도적이며, 인간의 고유한 존엄성이 존중되는 처우를 받아야 한다‘)에도 위배된다고 밝혔습니다.
이밖에 국가인권위는 의견서에서 △교도소측이 정모씨에게 466일 동안 계속적으로 계구를 사용한 행위는 행형법은 물론 기타 어떤 법률에도 근거가 없는 위법한 처분이고 △가죽수갑 등으로 상반신을 완전히 묶어놓고 수용한 것은 사실상 고문에 해당하며 △부득이하게 계구를 사용할 경우 보충성과 비례성의 원칙에 입각해 최후의 수단이자 최소한도로 법률에 따라 엄격하게 행해져야 하지만, 정모씨에 대해서는 ‘계호’의 목적으로만 계구가 사용됐다고 볼 수 없다는 점을 명시했습니다.
구금시설 수용자는 특수한 사정 때문에 일정한 기본권의 제한이 불가피하지만, 헌법이 보장하고 있는 기본권은 가능한 최대한 보장돼야 하며, 법률로 제한할 경우에도 방법의 적정성이나 피해의 최소성 등 과잉금지의 원칙에 어긋나는 정도로 제한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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