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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장애인 이중차별 실태조사
담당부서 : 홍보협력팀 등록일 : 2003-02-04 조회 : 7818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2002년 10월부터 2003년 1월까지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와 함께 여성장애인의 이중차별에 대한 사례연구를 실시했습니다. 이번 연구는 고학력 여성장애인차별에 대한 최초의 연구이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대학에서의 여성장애인 차별경험을 확인했다는데 의의가 있습니다.

  본 연구는 4년제 대학을 졸업했거나 현재 재학 중인 여성장애인 28명을 심층면접방식을 통해 조사했습니다. 주요 연구내용은 △여성장애인 차별감수성 및 차별에 대한 대응 방식 △여성장애인이 경험한 차별(대학 진학 이전의 교육과정에서의 차별, 대학 입학전형 과정에서의 차별, 대학의 물리적 환경에 의해 발생하는 차별, 대학의 학습과정에서의 차별, 대학의 취업지원 과정에서의 차별, 여성장애인에 대한 학내 성희롱 및 성폭력) △여성장애인 관련 법 및 정책 등입니다.

 

  연구 결과 대학사회에서 여성장애인이 경험하는 차별의 특성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여성장애인은 가족, 교사나 교수의 낮은 기대치에 의해 수학능력개발을 위한 지원을 충분히 받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히 대학교육 과정에서 일부 교수들은 여성장애인에게 △출석을 부르지 않거나 △결석을 권하거나 △계속 똑같은 점수를 주는 등 획일적으로 평가하거나 △질문을 하지 않거나 △취업을 추천하지 않는 등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여성장애인의 학습권을 침해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가족 내에서도 △대학에 진학하도록 격려하지 않거나, ‘위험한 세상으로부터의 보호’라는 이유로 진학을 반대하거나 △대학 진학 준비중인 여성장애인을 비웃거나 △대학진학보다는 직업교육이나 집중적인 물리치료를 권하는 등의 태도를 보임으로써, 여성장애인의 수학능력 개발을 저해하고 있었습니다. 이밖에 일부 동료학생들도 △공동과제 작성 과정에서 일방적으로 역할분담에서 제외하거나 △귀찮은 일을 일방적으로 떠맡기거나 △조모임을 하는데 연락을 안하는 등 심각한 형태로 배제와 소외를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2. 여성장애인을 무성적(無性的) 존재로 규정하는 사회적 태도에 의해 여성장애인은 인격이 무시되는 경험을 할 뿐 아니라 성폭력 피해에도 쉽게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생활에서도 여성장애인은 여성이 아닌 존재 혹은 ‘제3의 여성’과 같이 다른 범주의 여성으로 규정되는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실례로 여성 장애인 화장실의 경우 △남녀공용으로 설치 △남자화장실 안에 설치 △출입문을 비닐 커텐으로 설치한 사례 등이 있었습니다. 이밖에 동료나 학교직원 중에는 여성장애인에 대한 성폭력을 심각한 문제로 생각하지 않거나, 도움을 빙자해서 여성장애인에게 신체접촉을 하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3. 여성장애인만의 특별한 요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학교 여학생 휴게실의 경우 비(非)장애여성 중심으로 시설과 공간이 마련돼서 여성장애인은 이용이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또한 생리대 자동판매기의 경우 역시 비장애여성의 키 높이에 맞게 설치되어 있고, 동전을 구멍에 맞추어 넣어야만 생리대를 살 수 있게 만들어져 있습니다. 따라서 휠체어를 탄 여성장애인이나 손을 사용하지 못하는 여성장애인에게 생리대 자동판매기는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비장애여성의 요구에 의해 마련된 시설은 그 시설이 마련 된 것 자체에 큰 의미가 부여되면서, 여성 집단 내에서 소수자인 여성장애인의 특별한 요구는 고려되지 않고 있었습니다.

  4. 여성장애인의 요구가 남성장애인의 요구에 의해 가려짐으로써, 여성장애인의 특별한 요구가 비가시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최근 많은 대학교 내에서 장애대학생 모임이 활성화되고 있는데, 이들 모임의 활동은 대학이 장애학생을 위한 편의시설과 지원체계를 마련하는데 큰 영향을 미치고 있으나 이런 활동이 남학생이 주도가 되고 있어, 소수자로써의 여성장애인의 요구는 가려질 수 있습니다. 실례로 △장애인화장실이 남녀 구분 없이 설치된다거나 △여성장애인의 성폭력에 대해 특별한 예방대책을 제안하지 않는 것 등은, 여성장애인의 요구가 상당 부분 드러나지 않고 있음을 확인해 줍니다.

  5. 장애인 집단 내에서도 여성장애인이 차별을 경험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실례로 △장애대학생으로 이루어진 동아리에서도 회장을 비롯한 간부 직책은 남학생이 대부분 차지한다거나 △성별분업으로 인해 장애인단체에서 뒤치다꺼리는 여성장애인의 담당으로 고정된다거나 △남성장애인이 여성장애인에게 “여자가 뭐야” 라는 식의 성 차별적 발언 또는 폭언을 하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6. 여성장애인의 취약한 자기방어능력은 여성장애인을 폭력에 쉽게 노출시키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사회활동의 경험이 적은 여성장애인은 대인관계에서 심리적으로 위축을 느끼며, 이는 신체적으로 취약한 자기방어능력과 결합되어 여성장애인이 폭력에 노출될 위험을 높이고 있습니다. △교내에서 지나가던 남학생이 도움을 빙자해서 신체접촉의 성희롱을 하거나 △불쾌한 시선으로 바라본다거나 △교직원이나 경비원, 매점 직원 등에 의한 신체접촉의 성희롱은 이런 맥락에서 발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7. 대학의 물리적 편의시설과 도우미 제도와 같은 행정지원체계가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여성장애인이 대학생활을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하루에도 수십 차례 타인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데, 이와 같은 의존적 상태는 여성장애인의 대학생활을 매우 위축시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교내에서 여성장애인에게 필요한 도움을 주는 사람이 대부분 남성이기 때문에 여성장애인은 이성으로부터 도움을 받을 때 불필요한 신체접촉 등의 불편함을 경험하게 됩니다.

  국가인권위와 이화여대 아시아여성학센터가 진행한 이번 연구는 여성장애인의 차별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지 않은 현실에서, 향후 여성장애인 차별에 대한 판단기준을 마련하고, 차별 해소방안을 마련하는데 기초자료가 될 것입니다. 본 연구를 통해 대학 당국은 각 대학에 재학 중인 여성장애인에 대한 차별문제 해소를 위해 학교의 장애학생 지원체계를 성인지적 관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확인되었습니다. 특히 여성장애인을 전담할 수 있는 도우미제도를 시급히 마련해야 합니다. 또한 교수와 교직원, 학생 등을 대상으로, 여성문제와 장애문제에 대한 인식을 제고할 수 있는 인권교육이 절실히 요청됩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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