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이모씨(29)가 2002년 4월 “사면․복권된 전과를 이유로 교원 임용에서 탈락시킨 것은 평등권 침해이며, 신원조사회보시 사면․복권된 전과를 통보하는 것은 인권 침해”라며 경남예술고등학교장 등을 상대로 낸 진정사건에 대해, “사면․복권된 전과를 이유로 교원으로 신규임용 제청을 하지 않은 것은 헌법 제11조에 정한 평등권을 침해하는 차별행위라고 규정하고, 사립학교법 제53조의 2의 규정에 따라 학교장이 학교법인 이사회에 임용제청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또한 신원조사회보서에 사면․복권된 범죄 경력을 통보하여 불이익을 받게 한 것은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한 행위라고 판단하고, 보안업무규정 제31조에 정한 신원조사를 하는 경우, 사면․복권된 범죄 경력은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통보하지 말 것을 권고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경남예술고등학교의 유지법인인 학교법인 숙진학원에서는 2002년도 교원(국어과)을 신규모집하기 위해 2001년 10월 경상남도교육청에 공개전형을 위탁했고, 경상남도교육청은 공개전형을 통해 이모씨가 필기시험에서 유일하게 합격하였음을 학교법인 숙진학원에 통보했으며, 학교법인 숙진학원 이사장은 2002년 2월 1일 이모씨가 교원임용시험에 최종 합격되었음을 공고했습니다. 그러나 이모씨의 신원조사회보서에 국가보안법 위반 등의 혐의로 형을 받았다가 사면․복권된 전과 사실이 나타나자, 경남예술고등학교장은 2002년 2월 21일 진정인에게 임용제청을 하지 않겠다고 통보했습니다.
피진정인 경남예술고등학교장은 “교원임용에 있어서 신원조사회보서는 구비서류로 제출하게 되어 있기 때문에 요청한 것으로 서류심사시 참고만 할 뿐이며, 당사자에 대한 면접 등을 통해, 교사로서의 인성과 자질이 적합한 지와 건학이념에 부합하는 사람인지를 신중히 검토하여, 최종합격 여부를 결정한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경남예술고등학교장은 사립학교의 경우 한번 임용하면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정년까지 근무하기 때문에 임용예정자의 인성을 더욱 중시하여 선발하고 있으며, 진정인에 대한 서류심사 및 면접을 실시한 결과 교사로서의 인품과 자질이 건학이념에 부합되지 않아 임용하지 않기로 결정함에 따라, 임용제청을 하지 않은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진정인을 임용제청하지 않은 것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30조 제2항에 정한 형의 효력이 실효된 전과를 이유로 한 고용 상의 차별행위로, 이는 헌법 제11조에 정한 평등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이와 관련 △학교법인 숙진학원에서 진정인을 최종 합격자로 발표한 후 따로 면접시험을 실시한 사실이 없고 △사면․복권된 전과 사실이 기재된 신원조사회보서가 도착한 후 학교장이 진정인을 면담하는 자리에서 “임용하지 않겠다”고 통보한 만큼, “진정인의 인품과 자질이 건학이념 등에 부합되지 않아 임용제청을 하지 않았다”는 학교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한편, 신원조사회보서에 사면․복권된 범죄 경력이 통보돼 교원으로 임용되지 못한 것은 인권침해라는 진정인의 주장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사면․복권된 전과내용을 통보하여 진정인이 불이익을 받은 만큼, 이는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행위라고 규정하고, 보안업무규정 제31조에 정한 신원조사를 할 경우 사면․복권된 범죄 경력은 범죄 종류와 관계없이 통보하지 않도록 개선할 것을 권고했습니다.
보안업무규정 제31조는 공무원 임용예정자, 비밀취급인가예정자, 공공단체 임직원, 기타 법령이 정하는 자 등을 대상으로 신원조사를 실시하도록 하고, 같은 규정 제34조는 신원조사 결과 국가안전보장상 유해로운 정보가 있는 것으로 확인된 자에 대해서는 관계기관의 장에게 통보하도록 되어 있으며, 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 제6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7조에 “신원조사의 경우 수사자료표를 활용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습니다.
한편 신원조사 실시 관행과 관련, 경찰청장은 “신원조사는 보안업무규정 제31조의 규정에 따라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국가에 대한 충성심․성실성․신뢰성 등을 조사하는 등 임용대상자의 정보를 수집․제공하는 것으로, 같은 규정 제34조제1항에 의거 국가안전보장을 위한 정보를 수집․제공하는 것이므로 형의 실효나 사면․복권된 사실과는 별개 사안으로 보아야 하며, 신원조사는 보안상 적성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신원정보를 제공하는 것일 뿐이므로 신규임용이나 승진 등 인사관리에 활용할지 여부는 인사 결정권자의 재량에 속하는 사항임을 명시하여 회보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국가정보원장은 “신원조사기관의 장은 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 제6조 및 같은 법 시행령 제7조의 규정에 따라 수사자료표에 의한 범죄경력 조회 및 회보를 할 수 있으므로 형의 효력이 실효되거나 사면․복권된 경우라도 이를 회보할 수 있으며, 보안업무규정 제34조의 규정에 의거 국가안전보장상 유해로운 정보인 국가보안법 위반사항을 통보하는 것은 인사권자가 신원조사 대상자의 국가에 대한 충성심․신뢰성 등과 관련하여 보안 대책 수립 등 인사업무에 참고하도록 한 것일 뿐이므로 신원조사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이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사면․복권된 범죄 경력을 통보하여 진정인이 교원으로 임용되지 못한 불이익을 받은 만큼 이는 헌법 제10조에 정한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판단하였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보안업무규정 등 신원조사와 관련된 규정에 사면․복권된 범죄 경력을 통보하여야 한다는 명시적 규정이 없고 △대법원 판례(96도2153, 97. 2. 22)는 ‘형사소송법제420조에 정한 재심청구에 있어 특별사면에 의하여 유죄의 판결의 선고가 그 효력을 상실하게 되었다면 이미 재심 청구의 대상(유죄판결)이 존재하지 아니 한다’고 나와 있습니다.
신원조사의 근본 취지는 국가에 대한 충성심․성실성․신뢰성 등을 조사하여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한 것이므로, 국가에서 사면․복권한 것은 그 대상자의 국가관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인정할 수 있습니다. 또한 관계규정은 사면법에 따라 특별 사면․복권된 경우, 형의 선고로 인해 금지되어 있는 선거에 의한 공직취임이나 공무원 임용 등을 다시 허용하고 있으며, 형의실효등에관한법률은 전과기록을 정리하는 수형인명표를 폐기하고 수형인명부의 해당란을 삭제하도록 명시하고 있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이상의 법률과 관행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사면․복권된 범죄 경력을 회보할 수 있고, 이것이 신원조사 목적에 위배되지 않는다”는 국가정보원장과 경찰청장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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