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료방치로 폐질환 수용자 사망케 한 책임 및 자료변조 추궁
대한변호사협회에 법률구조요청 진정인의 손해배상 지원키로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김창국)는 구치소에 수용됐던 만성폐질환 환자 박모씨가 수원구치소의 의료방치행위로 인해 2002년 3월 24일 사망한 사건과 관련, 11월 6일 전 수원구치소 의무사무관 홍씨를 공문서 변조 등의 혐의로 검찰총장에 고발하기로 결정했습니다(국가인권위원회법 제45조 제1항). 이는 국가인권위가 진정사건과 관련해 피진정인을 검찰에 고발한 첫 사건에 해당됩니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진정인이 국가 등으로부터 적절한 손해배상을 받을 수 있도록 대한변호사협회에 법률구조를 요청키로 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사망한 박모씨는 2001년 11월 28일 수원구치소에 입소할 때부터 건강에 이상이 있었던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이와 관련 박씨와 함께 수용됐던 사람들은 “박씨가 화장실까지 몇 걸음을 걷는 것도 힘겨워 할 만큼 숨이 가빠하고 헛소리를 했다”고 증언했으며, 당시 수용자들이 박씨를 병사로 옮겨줄 것을 요구했지만, 교도관들은 “하루 만에 병사로 보낼 수 없다”며 묵살했다고 주장했습니다.
박모씨는 2001년 12월 1일 동료 수용자 김모씨의 요청으로 수원구치소에서 의무과 진료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홍모씨는 약을 쓸 필요가 없는 가려움증이라고 판단하고 1차 진료를 끝냈습니다. 또한 12월 10일 홍모씨는 박모씨의 X-ray 촬영을 지시해 만성폐쇄성폐질환이라는 외부판독 소견을 받았으나, 이후 단 한차례도 치료하지 않았습니다.
수원구치소 수용자들은 박모씨가 X-ray를 촬영한 뒤에도 차도가 없자 12월 내내 박모씨에 대한 의료조치를 요구하였고, 교도관들은 2001년 12월 4일부터 16일까지 5차례에 걸쳐 근무일지에 “박씨가 정신이상 증세를 보였다”고 기록하고도 상부에 보고하지 않았습니다. 박모씨는 2002년 들어 식사를 제대로 하지 못하는 등 이상증세를 보였으며, 2002년 1월 6일엔 다량의 검은 대변을 옷에 배설했습니다. 같은 날 저녁 박모씨는 저녁을 먹지 못하고 눈이 풀린 상태에서 의무과에 보내진 뒤, 의식불명 상태에 빠져들자 아주대 병원으로 후송됐는데, 2002년 3월 24일 사망했습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 법의학과 의사 김유훈씨의 감정서에 따르면, 피해자 박모씨는 중증의 만성폐쇄성폐질환에 의해 호흡부전이 유발되어 아주대병원으로 후송되었고, 입원치료를 받던 중 폐렴이 지속되면서 급성신부전 등의 합병증으로 사망했습니다.
또한 국립의료원 전문의 백재중씨는 소견서에서 사망자가 입소 당시 이미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심했으므로 약물투여를 시도할 필요가 있었으며, 약물투여를 하지 않았더라도 최소한 환자의 상태를 면밀히 관찰하면서 악화 여부와 합병증 발생 등을 주시해야 했다고 밝혔습니다.
또한 피진정인 홍모씨는 박모씨의 건강진단부를 변조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홍모씨가 2002년 3월 21일 국가인권위에 제출한 자료에는 사망한 박모씨의 혈압 체온 맥박 등이 기록되어 있었지만, 홍모씨가 2002년 4월 26일 국가인권위에 직접 출석했을 때 소지했던 건강진단부에는 이 같은 기록이 없었습니다.
국가인권위 조사 결과 홍모씨는 치료소홀 등의 과실이 드러날 것을 우려한 나머지 2002년 3월 서대문 보건소로 찾아온 수원구치소 의무주임 최모씨에게 피해자의 건강진단부에 혈압, 맥박, 체온 등을 적어 넣으라고 지시했으며, 최모씨는 다시 의무과 직원 김모씨와 원모씨에게 건강진단부 내용의 변조를 지시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수원구치소와 홍모씨의 이상과 같은 행위가 헌법 제10조(인간의 존엄과 가치ㆍ행복추구권)에 반하고 행형법에 저촉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행형법 제8조 제2항은 신입자에 대하여 지체없이 건강진단을 받게 하고 같은 법 제26조에서는 질병에 걸린 수용자에 대하여 병실 수용 또는 적당한 치료를 받게 하며, 같은 법 제29조 제1항에서는 교도소 안에서 수용자에게 적당한 치료를 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인정되는 때에는 교도소 밖의 다른 병원에 이송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피해자 박모씨는 구치소 입감 당시부터 기침, 정신이상, 심폐기능 이상 등의 증세를 보이고, 동료 수용자들이 끊임없이 의료조치와 병실수용을 요구했음에도, 수원구치소측은 ▲건강진단을 형식적으로 진행하고 ▲병실수용 요구를 묵살하였으며 ▲정신이상증세 및 만성폐쇄성폐질환이 진행중임을 알고도 적절한 후속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따라서 국가인권위는 수원구치소의 의료방치행위에 대해 인권침해(국가인권위법 제30조 제1항)로 인정했으며, 의료행위를 게을리 한 수원구치소 및 홍모씨의 과실로 피해자가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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