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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이음 [2019.09]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오해와 진실

글 장근영

 

요즘 청소년 세대의 이미지는 어떤가. 비행청소년이거나 스마트폰과 게임에 중독된 청소년, 혹은 SNS에서 되지도 않은 허세를 부리는 미숙하고 어리석은 존재들인가? 어른이 모르는 공간에서 어른과 격리된 단어로 자기들만의 문화를 즐기는 외계인들인가? 하지만 이들은 21세기 한국의 미래를 결정할 밀레니얼이다. 이들에 대한 오해와 진실에 대해 살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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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밀레니얼 세대란? 밀레니얼 세대 혹은 밀레니얼은 말 그대로 ‘새천년을 대표하는 세대’라는 뜻이다. 학계에서는 이들을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 세대라 정의하고, 넓게는 1980년대부터 2000년대 초에 태어난 사람들까지 포함시킨다. 하지만 여기서는 21세기에 청소년기 혹은 청년기를 맞이한 세대, 즉 지금의 10대와 20대에 국한해서 이야기하고자 한다.

 

밀레니얼에 대한 오해

밀레니얼에 대한 가장 큰 오해는 이들이 위험하거나 공격적이라는 생각이다. 흉포하고 잔인한 범죄로 뉴스 면을 장식하는 청소년들이 있긴 하다. 하지만 실제 통계에 따르면 밀레니얼의 범죄율은 인류 역사상 가장 낮다. 1997년에 청소년보호법을 제정했던 가장 큰 이유가 청소년 범죄였다. 그 당시 청소년 범죄는 최고점에 도달해서 폭행상해 범죄의 50%, 절도 범죄의 30%가 청소년들에 의해서 저질러졌다. 이들이 커서 지금의 30~40대가 됐다. 지금은 어떤가? 2016년 대검찰청 범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전체 범죄 대비 소년범죄의 비율은 2008년에 5.5%에서 2015년에는 3.5%까지 감소했다. 청소년 비행도 줄어들고 있다. 청소년의 흡연율은 2011년 12.1%에서 2016년에 6.3%로 줄었고, 가출 경험 역시 2011년 20.6%에서 2016년에 15%까지 감소했다. 지금 학교폭력이 문제라지만, 예전에는 더 심각했다. 전 세계적으로 비슷한 추세다.
밀레니얼은 이전 세대들보다 더 조용하고 온건하다. 현실 공간에서 마약이나 위험 행동을 하기보다는 사이버 공간에서 모험하는 비율이 더 높다. 특히 우리나라 청소년들이 그렇다. 한국의 안정된 치안은 많은 부분 착한 한국 청소년들 덕분이다. 한국의 밀레니얼은 미국이나 유럽 선진국 청소년들에 비해서 노동의 가치를 높이 평가하며 반드시 일을 해야 한다고 믿는 비율이 높다. 또한 다른 어느 나라보다도 평균적인 학력이 높고, 교육받은 기간도 길다. ‘학업성취도 국제비교연구(PISA)’의 국제 비교 조사 결과들은 한국 청소년들의 논리-수학적 문제해결 능력과 민주시민으로서의 지식과 판단력이 매우 우수하다는 사실을 반복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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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레니얼의 환경

밀레니얼을 이해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들을 둘러싼 환경을 살펴보는 것이다. 한국에서 밀레니얼은 소수집단이다. 1978년에 9~24세 사이의 청소년들은 전체 인구의 36.9%를 차지했다. 이 비율은 2019년에 17%가 됐다. 지난 40년 동안 청소년 인구 비율이 절반 이하로 줄어든 것이다. 그 결과 밀레니얼의 발언권도 계속 줄어들고 있다. 더불어 투표권이 없어 정치적으로 늘 뒷전으로 밀리는 청소년 문제 또한 더 위축되는 중이다.
이들의 삶은 ‘청소년’이라는 명칭에서 점차 벗어나고 있다. 이 세대의 사춘기는 점점 빨라지는데, 성인기에 진입하는 연령은 갈수록 뒤로 미뤄진다. 1990년에 평균 초혼 연령은 남자가 27.9세, 여자는 24.8세였다. 25년 뒤인 2015년에는 남자 32.6세, 여자 30세로 약 5년 늦춰졌다. 가장 큰 이유는 안정된 직장을 가지는 시점이 그만큼 늦어졌기 때문이다. 한 취업사이트의 자료에 따르면 2016년 정규직 신입사원 평균 연령은 남자 29.2세, 여자 27.9세였다(사람인, 2016). 최근 9~24세로 정의된 청소년의 기준에 청년을 포함시켜 최대 39세까지 늦추자는 법안이 발의된 것도 이와 같은 변화를 반영해서다. 이들은 또한 예전보다 더 일찍 어른의 세계에 들어서고 있다. 우선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의 비율이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아르바이트하는 청소년은 2011년에 48%였고 2015년에는 50.4%가 됐다. 90년대 청소년의 통계는 없지만 이보다 훨씬 적었을 것이다. 그 결과 이전에 비교적 뚜렷하던 어른과 청소년의 경계선도 희미해지고 있다.
그리고 밀레니얼은 미래에 대한 전망이 기성 세대와 전혀 다르다. 1980년대에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취업하는 비율도 높았고, 대학을 졸업하면 거의 다 취업할 수 있었다. 지금은 아니다. 15~29세 연령대 중 비정규직 비율은 2014년에 34.6%였다. 이들을 다 포함해도 청년 고용률은 2015년에 41.5%에 불과했다. OEDC 평균보다 10% 정도 낮은 수치다. 그나마 괜찮은 정규직은 갈수록 줄어드는 추세다. 그 결과 밀레니얼은 대기업과 공무원으로 몰린다. 15~18세 사이 청소년들이 선호하는 직장의 유형에서 공공기관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부터 2015년까지 계속 40% 선을 유지하고 있으며, 대기업이 차지하는 비율은 2006년 18.4%에서 2015년 22.8%로 증가했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은 2013년에 17.6 대 1에서 2016년에는 자그마치 54 대 1로 높아졌다. 이는 54명 중에서 53명은 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서 청소년들이 성실하게 학교를 다니고 미래를 준비한다는 것 자체가 대단한 일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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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친구들의 성향과 이해

2017년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초등학생들의 하루 스마트폰 사용 시간이 4시간 20분, 중고등학생은 5시간 30분으로 나타났다. 이 시대에 정보는 어디에나 떠있고, 주머니 속의 스마트폰만 꺼내면 모바일 인터넷을 통해 언제든 정보에 접속할 수 있다. 이건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SF 속에서나 가능했던 것이다. 소셜 네트워크, 디지털 미디어를 통해 실시간으로, 또 시공간의 제약 없이 전 지구와 연결된 초연결 환경이 밀레니얼 세대와 이전 세대 간의 차이를 만든다.
그 차이의 시작은 ‘양방향 소통’이다. 인터넷은 인류 역사상 최초로 사람들이 다른 모두에게 무엇이든 표현할 수 있게 만들었다. 그 결과 네트워크에만 들어가면 뭐든 알 수 있는 세상이 열렸다. 이는 사적이고 사소한 것까지 공유되는 ‘정보 과부하’로 이어졌다. 정보 저장·전달에 소모되는 비용이 거의 0에 가까워지고, 인간의 뇌가 처리할 수 없는 양의 정보를 개인들이 접하게 된 것이다. 정보가 결핍된 환경에서 성장한 기성세대는 외우거나 추론해서 정보의 빈칸을 채우는 능력을 키웠다. 하지만 지금의 정보 과부하 환경에서는 진짜와 가짜의 정보를 판별하고, 필요한 정보와 불필요한 정보를 구별하며, 저장보다는 응용하고 활용하는 능력이 더 중요해졌다. 이런 환경에서는 ‘사용자 맞춤’이 대세가 된다. 개인의 필요에 맞춰서 정보와 기능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 일은 내가 아니라 시스템 혹은 인공지능이 해준다. 이들은 나를 보조해주는 매니저인 셈이다. 소셜 네트워크와 유튜브 등은 내 정체성과 내 삶을 분담해서 지원해준다. 사회생활, 직장생활, 여가생활을 할 때 내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전문적인 기관이나 도구 혹은 그룹을 통해서 한다. 이 분야는 기성세대도 만만치 않다. 언제부턴가 산후조리는 산후조리원에서, 결혼은 웨딩컨설팅 업체에서, 삶의 불안은 걱정인형에게 맡기는 삶을 당연히 받아들이고 있다.
생각해보면 이러한 현상은 중세 시대 최상위 지배층이 누리던 환경과 비슷하다. 그 당시 왕은 매일 올라오는 정보의 과부하에 시달렸고, 자신의 메시지를 전국에 전할 수 있었으며, 이 같은 일들은 신하들에 의존해 처리했다. 즉, 중세의 지배 계층만 누릴 수 있던 환경이 지금 세대에게는 일반적인 것이 된 것이다. 그래서 밀레니얼의 심리도 예전의 왕과 비슷한 면이 있다. 대표적인 것이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다. 왕이 자기 업적을 남겨 당대로부터 인정받고 후대에게 기억되고자 노력했듯, 밀레니얼도 그렇다. 스스로 자신을 ‘관종(관심을 갈구하는 종자)’이라 표현하는 이들의 평생소원 중 하나는 자신의 이름이 포털사이트 검색어 1위에 오르는 것이다. 사이버 공간에서는 그냥 있는 것만으로는 존재가 확인되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발견되고, 주목을 받고, 반응을 얻어야 투명인간 상태, 즉 ‘아싸’에서 벗어날 수 있다. 그래서 ‘무플’이 ‘악플’보다 무섭고, 안되면 ‘어그로’라도 끌어야 한다. 덕분에 인터넷을 통해 보이는 밀레니얼은 어딘가 기괴해 보인다. 대부분은 그저 온건한 취준생일 뿐인데.
요약하면 밀레니얼은 이전의 그 어떤 세대보다 더 많은 정보와 기능을 활용할 잠재력을 가진 세대다. 이들은 가장 오랫동안 공부하고 노력한 세대이자, 가장 심한 경쟁에 시달리는 세대다. 부모 세대보다 더 많은 혜택을 받았지만, 그들의 미래가 부모 세대보다 더 비관적인 첫 세대이기도 하다. 이들의 미래는 사회가 이들에게 개미지옥 같은 취준생의 삶으로부터 아둔한 레드오션의 함정으로부터 벗어날 기회를 얼마나 제공하느냐에 달려있다. 그것이 이 사회의 미래까지 결정할 것이다.

 

 

장근영 님은 국책연구기관인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에서 청소년 문화와 역량 연구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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