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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이음 [2019.05] 교사는 학생 인권을 지키는 옹호자

글 김민태

 

“한국의 교육 현실은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군사부일체(君師父一體)’라는 옛 표현이 무색할 만큼 교사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지 오래이며, 더 이상 교사에 대한 존경이나 교권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기대하기 힘든 사회적 풍토가 만연하다. 직접 체벌을 금지하는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개정과 일부 시도의 학생 인권 조례 제정으로 학생의 지도 불응이 커짐에 따라 교사의 지도가 어려워지고 있으며, 교사는 학생으로부터 권위를 가진 존재로 인정받기가 힘든 상황이 됐다. 더욱이 학부모는 교육 수준의 향상과 개인 이기주의로 교권을 대수롭지 않게 인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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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와 민주시민 교육

앞서 나온 글머리는 어느 교육 학회지에 실린 교사의 교권 침해에 관한 연구 내용이다. 요즘 학생의 인권 보장이나 민주적 학교 교육을 이야기하면 당연하다는 듯 따라오는 말이기도 하다. 듣기에 따라 학생 인권 보호와 민주시민 교육으로 인해 교권은 땅에 떨어졌고 학교는 위기에 처했다고 오해할 수 있는 이야기다.

세상은 변했고 또 변해가고 있다. 이제 학생과 그 보호자들도 학교가 헌법의 명을 받아 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실현시키기 위한 공간이라는 것을 이해하기 시작했다. 학교 교육은 학생을 자주적 인간이자 민주시민으로 성장하도록 돕는 것에 목적을 두고 있다는 것도 알아가고 있다. 나아가 법률도 모든 교육 과정과 교육 방법에 있어 학습자의 인권을 존중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모든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하늘로부터 부여받은 인권이 있다고 가르친다. 사람의 기본적 권리는 누구도 함부로 침해할 수 없다고 가르친다. 인권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나라가 민주주의 국가이며 공화주의 국가라고 가르친다. 우리나라는 국민의 인권을 불가침의 권리로 선언하고 보호하는 민주공화국이라고 가르친다.

우리 헌법과 교육 법령, 교과 과정은 온통 인권 보장과 민주시민 교육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 같다. ‘군사부일체’까지는 아니었지만 ‘스승의 그림자도 밟지 않아야 한다’는 시절을 지나왔거나 전해 듣고, 그때가 좋았다 생각하는 교사들의 입장에서는 이제 학교는 정말 힘든 공간일 수 있다. 교사의 말 한마디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학생들, 교사의 말은 무조건 잘 들어야 한다고 아이를 다독이는 어머니의 모습은 사라져가고 있다.

대신 흡연이 의심돼 소지품 검사를 하려는 교사에게 감히 자신의 권리와 학교 규칙에 따른 적법 절차 준수를 요구하며 따지고 드는 학생들이 늘어가고 있다. 말썽을 피운 학생에게 “너희 부모님이 그렇게 가르쳤니. 버릇없는 녀석!”이라고 훈계를 한 교사를 상대로 형사고소를 하는 학부모들이 나오고 있다. 이렇게 학생 인권 앞에 교권은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그런데 법원은 더 하다. 학교 규칙에 정한 절차를 지키지 않은 학생 지도는 위법하며, 부모님을 들먹이며 학생을 훈계한 것은 모욕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교권은 이제 법원에서도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듯하다. 극단적인 예처럼 보이지만 우리 학교에서 실재하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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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권과 교권

그렇다면 정말 교권은 인권 앞에서 설자리를 잃어 가고 있는 걸까? 단연코 아니다. 학교는 단순히 교과 과목 중심의 지식 전달 공간이 아니다. 헌법과 법률이 정한 인권 보호와 민주시민 교육을 위한 공간(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한 물적 수단으로서의 학교)이다. 그리고 교사는 헌법과 법률에 의해 인권 보호와 시민 교육을 이뤄가는 보호자이자 교육자로서의 역할과 권한(국민의 교육받을 권리를 위한 인적 수단으로서의 교사)을 부여받았다.

조금 과하게 표현하면 교사에게 부여된 교권은 교사의 행복을 위한 권리가 아니라 학생 인권을 보호하기 위한 수단적 직권이다. 교사의 교권은 오롯이 학생들의 인권을 보호하고 시민으로의 성장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다. 때문에 교사의 교권은 강하게 보장돼야 한다. 그런데 학생 인권 앞에서 교권이 설자리를 잃었다는 건 말도 안 된다. ‘학생 인권 앞에 무력한 교권’, ‘학생 인권과 충돌하는 교권’ 등의 인식은 교권에 대한 개념과 역할을 오해하는 데서 비롯된 것일 뿐이다.

교육청의 학생인권옹호관으로 일하다 보니 학교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안들이 끊임없이 책상 위에 모인다. 오늘은 한 학생이 수업 중 스마트폰을 사용하여 수업 분위기를 깨는 일이 있어 이를 수거하려 했더니 학생 인권 침해를 운운하며 거부해서 어찌하지 못했다는 교사의 하소연을 들었다. 바로 직전에는 수업 중 교실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며 다른 학생의 공부까지 방해하는 학생을 제지하고 야단을 쳤더니 아동을 학대했다며 보호자가 민원을 냈다고 하소연하는 교사의 전화도 있었다.

고분고분 훈계를 들어주는 학생은 줄어들고, 교사의 교육 철학과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교육청에 바로 인권 침해라고 민원을 내는 학부모들이 늘어나고 있다. 이런 일들을 당면하거나 겪고 나면 교사들은 깊은 회의와 함께 무력감에 빠질 수 있다. 학생을 위한 교육적 열정이라는 마음이 학생 인권에 대한 피로감으로 변질되는 순간이다. 학생 인권과의 충돌에서 무력한 교권이라고 여겨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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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사의 교권 보장을 강화

하지만 교사의 정당한 지도에 불응하는 학생, 수업 방해는 나 몰라라 하면서도 내 아이의 인권만 주장하는 보호자의 태도는 학생 인권 조례가 보호하려는 인권 보호의 범주에 있지 않다. 오히려 학생 인권 조례는 수업 시간에 함부로 스마트폰을 사용하거나 마구 돌아다니면서 다른 학생의 공부를 방해하고 있는 학생에게 정당한 교육권(학생 지도권, 협의의 교권)을 행사하려는 교사의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고 있다.

앞선 사례들은 학생 인권과 교권의 충돌이 아니다. 굳이 표현한다면 좋은 분위기에서 교육받을 권리라는 다수 학생의 권리와 한 학생의 통신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가 충돌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학생들을 위해 좋은 수업을 하고 잘못된 행동을 하는 학생까지도 잘 교육해야 할 책무와 권한이 있는 교사는 당연히 수업을 방해하는 학생을 정당하게 지도할 수 있는 것이다. 학생을 위한 교육을 교육답게 하고, 다수 학생의 인권을 소중히 보호해야 하는 교사의 교권을 강하게 보장해야 한다.

작금의 교사들이 고분고분하지 않는 학생에게, 큰소리와 민원부터 내는 학부모에게, 새로운 교육 정책이라며 쉼 없이 공문을 쏟아내는 교육 당국에게 채이고 상처받는 힘든 시절을 나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런 힘든 상황에서도 수많은 교사들이 학교를 민주적·인권적 교육 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열정을 다하고 있다. 그리고 아직 많은 학생들이 교사를 존경하며 따르고 있다. 2011년 5월부터 만 9년간 경기도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으로 활동하면서 느낀 점이자 중학교 2학년 학생의 학부모로서 깨달은 사실이다.

교사는 분명히 학생 인권을 지켜주는 1차적 인권 옹호자다. 가끔은 과도한 열정에 사달이 나기도 한다. 그래서 교사들에게 부탁한다. 학생을 징계할 때마저도 그 인격을 존중하며 교육적 방법을 사용해야 한다는 초중등 교육법 시행령 제31조 제2항의 내용을 꼭 기억해 달라고.

 

김민태 님은 경기도교육청에서 학생인권옹호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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