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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생각 [2019.04] 특수학급에서 벌어지는 장애학생 차별 이야기

글 김예원

 

우리나라 장애아동은 어떻게 초등학교에 가게 될까? 사람들은 보통 장애가 있으면 특수학교에 가는 것으로 아는 경우가 많다. 다음 이야기는 장애아동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 중 하나의 사례를 장애아동의 시선에서 정리한 글이다. 우리 사회가 이 아이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함께 고민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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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 부모의 간절한 바람

저는 아기 때부터 지금까지 스스로 움직일 수 없어 휠체어에 누워 지내고 있어요. 제가 태어날 때 산소를 제대로 받지 못해 움직일 수 없게 됐다고 해요. 당시 엄마는 저를 낳으시다가 죽을 뻔 하셨대요.

저는 휠체어에 의지해야만 이동이 가능하고 스스로 밥을 씹어 삼키지도 못하지만, 모든 걸 알아듣고 느낄 수 있죠. 사람들과는 고개로 끄덕이면서 소통할 수 있어요. 제가 크는 동안 엄마는 일을 하셨기 때문에 근처에 사시는 할머니께서 저의 재활치료를 도와주셨어요. 어린이집에서는 비장애인들과 함께 통합 보육을 받았는데, 장애아동 전담 보육 선생님이 계셔서 잘 보살펴주셨어요.

저는 올해 한국 나이로 8세가 됐어요. 8세가 되면 초등학교에 들어가야 한대요. 엄마는 제가 학교에 가서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았어요. 그래서 휠체어가 없으면 움직이지 못하는 저를 특수학교에 보낸다고 하셨어요. 저와 같은 장애아동들만 다니는 학교가 있다는 게 신기했어요.

작년 11월경 엄마는 한 통의 전화를 받고 화가 많이 나셨어요. 제가 특수학교가 아닌 일반학교로 가게 됐는데, 그 학교는 비장애학생들도 함께 다니는 곳이래요. 엄마는 교육청에 “우리 아이가 장애가 심해서 일반학교에 다닐 수 없다”고 말했는데, 교육청에서는 “아이의 능력을 믿고 일단 보내라”고 했대요.

엄마는 다시 백방으로 알아봤지만 그곳이 어디든 모두 같은 말을 하며 일단 보내라고 했대요. 엄마는 고민하다가 지금 다니는 장애아동 어린이집을 일년간 더 다니고 싶다고 초등학교 입학 유예 신청을 하셨대요. 그런데 그것도 안 된다고 무조건 초등학교를 보내라고 했대요. “아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건 법을 위반하는 일입니다. 일단 보내면 나머지는 학교에서 다 알아서 할 거예요.” 엄마는 많이 속상해 하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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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학생이 일반학교에 갔을 때

그렇게 봄이 왔고 저는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됐어요. 저희 집 주변에 가까운 초등학교가 2곳이나 있었지만 저는 걸어서 30분이 넘게 걸리는 꽤 먼 초등학교로 가게 됐어요. 집에서 가까운 초등학교는 특수학급에 장애학생들이 너무 많아서 저처럼 장애가 심한 학생은 더 받을 수 없다고 했대요. 그래도 제가 배정받은 학교는 이번에 특수학급이 새로 생기는 곳이라 괜찮을 것 같았어요.

학교로 가는 길은 인도와 차도의 구분이 없는 좁은 골목길을 지난 뒤 언덕도 여러 개 넘어야 했어요. 그런데 학교에 도착하자 생각지 못한 일이 생겼어요. 저를 처음 본 학교 교감선생님이 너무 깜짝 놀란 표정으로 엄마에게 말했어요. “이런 애가 어떻게 우리 학교에 다녀요?” 엄마는 그 말에 크게 낙심한 표정이었어요. 저는 불안해졌어요.

제가 가야 할 교실은 3층에 위치해 있었어요. 지나가는 선생님께 엘리베이터가 있는지 물어봤더니 “엘리베이터요? 이 건물에는 그런 거 없는데요”라는 답변이 돌아왔어요. 엄마는 어쩔 수 없이 저를 등 뒤로 업어서 3층 교실까지 올라갔어요. 엄마 얼굴에 땀이 비오듯 쏟아지고 있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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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가 이렇게 힘든 곳인가요

3층에 도착해서 제가 지낼 교실을 돌아봤는데 또다시 놀란 거예요. 교실이 휑한 거예요. 책상도 없고 컴퓨터도 없고 너무 추웠어요. 먼지도 많고 제가 마음껏 누울 수 있는 곳도 없었어요. 학교는 3월 한 달간 이 교실을 공사해야 한다고 했어요. 교실에 한 시간만 있었는데도 제 옷이랑 양말이 까맣게 됐어요.

수업이 시작됐는데 선생님이 반 친구들에게 저를 소개해주셨어요. “여러분~ 이 아이는 여러분과 달라요. 아주 많이 아파요. 그러니까 여러분이 잘 도와주세요.” 엄마는 그 말을 듣고 또 눈물을 흘리셨어요. 엄마는 항상 저에게 다른 아이들과 다르지 않다고 하셨는데, 선생님은 저와 친구들이 다르다고 해서 그게 무슨 말인지 잘 이해가 안 갔던 것 같아요. 수업시간 내내 저는 한쪽 구석에 앉아있었어요. 선생님은 저에게 아기들이 보는 동화책을 천천히 두 번 읽어주셨는데 그게 끝이었어요. 너무 심심해서 집에 가고 싶었어요.

엄마는 평일 동안 저와 함께 학교를 오간 뒤 주말이면 몸살이 났어요. 주말이 되면 아빠가 저를 돌보시고 엄마 병간호도 하셔야 했죠. 엄마가 계속 아플 것만 같아서 주말이 오는 게 무서웠어요. 언제까지 이렇게 힘들게 학교를 다녀야 할지 걱정돼요. 제가 학교에 잘 다닐 수 있도록 그리고 엄마가 저 때문에 아프지 않게 도와주세요.

 

장애학생의 교육 환경 개선을 위해

매년 3월 첫 주가 되면 전국은 입학식을 치르느라 떠들썩하다. 장애아동을 키우는 부모는 어떤 마음으로 입학 시즌을 맞이할까? 자녀가 학교에서 선생님과 친구들에게 사랑받으며 교육도 잘 받을 수 있다는 확신이 있다면 걱정보다는 기대가 더 클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3조에 의하면 보호자가 일정 연령에 도달한 특수교육 대상 학생을 취학시켜야 할 의무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무를 강제하려면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가 특수교육기관 및 특수교사를 확충해 제대로 된 특수교육을 특수교육 대상자에게 제공하는 의무가 선행돼야 한다.

또한 관할 교육 지원청은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제16조에 따라 특수교육 대상자 선정 여부, 결정된 교육 지원 내용, 배치 대상 학교 등을 학부모에게 서면으로 통지해야 하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대한민국이 제출한 유엔아동권리위원회 심의용 국가보고서를 살펴보면 이렇게 적혀 있다.

“정부는 장애학생의 교육권 보장을 위해 최근 6년간(2011~2016) 특수교사 2,828명, 특수교육 보조 인력 2,324명을 증원 배치했다. 또한 특수교육 담당 교원 등의 자질 함양 및 전문성 제고를 위해 연수를 실시하고 있다. 정부는 장애학생 의무교육을 내실화하기 위해서 특수교육 예산을 증액했다. 또한 정부는 장애아동의 통합수업 참여 지원을 위해 통합교육 교수 학습 자료와 과목별 시청각 보조 교과서 등 장애 유형과 특성을 고려한 다양한 자료를 개발·보급했다. 교육부는 각급 학교에서 모든 학생을 대상으로 장애 영역별 특성, 예절, 교우관계 형성 등 장애 이해 교육을 연 2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고 있다.”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교육받을 권리가 있다. 장애학생도 마음 놓고 상급 학교에 진학할 수 있는 날이 하루빨리 찾아오길 바란다.

 

 

김예원 님은 장애인권법센터 변호사로, 8년간 장애인 인권 침해 사건의 피해자를 법률 지원하면서 공익 소송과 제도 개선을 위해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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