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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인권도서관 가는 날 [2017.06] 대한민국에서 감정노동자로 살아남는 법

글 지유리

 

6-7-1

 

감정노동자를 위한 명쾌한 감정노동 철학서

 

저자 김계순·박순주

새로운 제안

2013.10.15.

 

 

안녕하십니까? ○○○고객님 맞으시나요?”

누구세요?”

반갑습니다. 전화 드린 건 다름이 아니오라 ○○VIP고객님에 한해 ○○보험에 무료로 가입해 드리고 있는데요."

안 사요!”

 

사실 스팸전화에 이 정도의 반응이라면 꽤 매너 있는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그 흔한 욕지기나 얼굴을 붉히게 만드는 성적 농담도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전화를 건 콜센터 직원의 입장에서는 자기 말만 하고 전화를 끊어버린 고객의 반응에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 뿐인가. A/S센터에서 제대로 제품이 고쳐지지 않았을 때, 수리비가 생각보다 비싸게 나왔을 때 우리의 반응은 어떠한가.

 

한국안전보건공단에 따르면 우리나라 임금 근로자 1,700만 명 중 43%인 약 740만 명이 고객을 상대하는 감정노동자인 것으로 나타났다. 10명 중 4명이 감정노동자인 셈이다. 최근 들어 감정노동자를 상대로 한 갑질이 사회적인 공분으로 확산되면서 감정노동자를 위한 법.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쏟아지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감정노동자들에게는 자기통제와 과잉긍정을 요구하고 있어 많은 감정노동자들의 정신적 건강상태가 병들어가고 있다.

 

최근에는 콜 수를 못 채운 현장실습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 사건도 발생했다. 실적에 대한 압박을 못 이겨 발생한 사건이었다.

 

대한민국에서 감정노동자로 살아남는 법의 저자는 이런 현실 속에서 감정노동자들이 지친 자신의 삶을 껴안고 하루하루 편한 삶을 살기 위한 해답을 제시하고 있다. 하지만 불량고객을 다루는 고객응대 서비스의 일반적인 기술을 다루고 있지는 않다. 대신 보다 근본적이고 심리적인 접근을 통해 직업의 참 의미와 이를 바탕으로 풍요롭고 자유로운 존재로 성장할 것을 주문한다. 때문에 단순히 위로에 그치는 것이 아닌, 힘든 고객이야말로 내 인생과 내 일에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에 이르게 한다. 이런 점 때문에 책은 일반 처세술과 달리 자신, , 고객 사이에서 진정한 내적 평화를 구하는 철학서에 모습을 갖추고 있다.

 

실질적으로 감정노동자에 종사하는 이들이 겪는 트라우마나 정신적 스트레스는 매우 심각하다. 이는 불황의 침체기와 겹치면서 이를 악용한 감정적 화풀이나 갑질 등으로 표현되고 있다. 대기업 임원이 비행기 승무원에게 라면을 여섯 번이나 끓이게 한 것도 모자라 손찌검을 한 일, 무상수리를 해달라며 무턱대고 반말을 하는 손님 앞에서 무릎을 꿇는 점원의 이야기 등 우리사회 전반에는 갑과 을의 관계로 점철되는 관계 형성이 무의식적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저자는 불량고객을 극복하는 방법을 총 3단계로 정해, 불량고객의 파악법, 나를 무장하는 법, 불량고객과의 이별을 다루고 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듯 불량고객의 심리를 알면 이들의 행동의 원인과 대처방법을 알 수 있다고 말한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의 말과 행동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감정을 잘 다스리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불량고객을 만나 괴로운 것이 단지 욕을 하고 싶은데 참아야 하는 현실 때문인지에 대해 묻고 있다. 이에 똑같이 그들을 향해 욕을 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에겐 인간답고, 아름답게 살고 싶은 소망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만약 고객이 한 만큼 욕을 날려준다고 해도 마음이 편치 않는 것은 우리가 바라는 삶의 모습이 아니기 때문이라고 전한다.

 

욕을 들었을 때는 욕은 뱉는 사람의 것이지 듣는 사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이 자기 것인 줄 알고 달려가 가슴으로 감싸 안고 장렬히 폭사할 것인지, 멀찌감치 욕이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날아가는지 담담히 지켜볼 것인지 선택은 우리 손에 달렸다.(49p)

 

우리 속담 중에 웃는 낯에 침 뱉으랴라는 말이 있다. 물론 쉽지는 않겠지만 상대가 욕을 했을 때에 침착하고 다정스런 목소리로 상대를 대한다면 분위기는 달라질 것이다. 대화에 있어서 중요한 것은 언어가 아닌 그 사람의 목소리와 표정이다. 이를 통해 말하는 사람의 감정이 상대방에게 고스란히 전달된다. 때문에 어떤 말을 하는 것보다는 어떤 식으로 전달하는지가 대화에 있어서 더욱 중요하다.

 

화를 냈던 고객에게 아무런 부정적 감정의 동요 없이도 우리는 일처리를 할 수 있고 그 고객과 더 좋은 관계를 만들 수 있다. 이러한 인간으로서의 당당함과 전문가로서의 자신감은 우리 스스로 나 자신에 대한 치유자이며 불량고객에게도 현장에서 살아 숨 쉬는 치유자가 되게 한다. 기억하자. 화를 내고 큰소리를 내는 고객을 진심으로 대하고 그들로 하여금 우아한 삶의 세계로 초대한 우리는 진정 아름다운 치유자다. (90~91p)

 

우리가 흔히 쓰는 말 중에 손님은 왕이다라는 말이 있다. 익숙한 말이자 꽤 오랫동안 써온 이 표현에는 너와 나는 다르다는 뜻이 내포돼 있다. 어쩌면 아무 생각 없이 사용했던 이 말이 지금의 갑질 문화를 야기시킨 건 아닌지 자문해 본다. 감정을 지닌 인간은 모두가 감정노동자이다. ‘너와 나는 다르지 않고 같은 존재라는 보다 평등적 이해관계가 선행되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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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유리 님은

전방위 프리랜서 에디터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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