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4 > 기획 > 우리 아이들이 바로, 편견 없는 세상의 주인공입니다

기획 [2017.04] 우리 아이들이 바로, 편견 없는 세상의 주인공입니다

글 강지훈

 

장애, 비장애 영유아의 통합교육

 

1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시작된 인권


최근 '르봐이에 분만'을 선택하는 산모들이 늘고 있다고 한다. 그 동안 산모 위주로 돌아가던 분만과정과는 달리, 산모와 태아 모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선택하는 일명 '인권분만'이다. 인권분만은 출산의 태아에게도 시각, 청각, 촉각, 감정 등이 있다고 보고, 태아가 엄마의 뱃속에서 세상 밖으로 나올 때 스트레스를 받지 않도록 환경 변화를 최소화하고, 출산의 고통과 공포로부터 보호해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인권은 아기가 세상 밖으로 나오면서 갖는 것이 아니라, 엄마의 뱃속에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울시 강동구 천호동에 위치한 〈곡교 어린이집〉은 이렇게 시작된 우리 아이들의 인권이 '너'와 '나'의 다름으로 침해되지 않고, 편견 없는 긍정적인 생각으로 자라날 수 있도록 통합교육을 실천하고 있는 곳이다. 〈곡교 어린이집〉에서는 발달이 지체된 아동을 포함한 모든 아동들이 함께 지낸다. 체험 및 행사 통합, 감각놀이, 미술 놀이, 체육 활동 등 다양한 통합 프로그램을 통해, 상호 다양한 구성원을 자연스럽게 이해하면서 사회적응력을 키워나간다.


처음 통합교육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어떻게 이것이 가능할까'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참 많은 편견을 가지고 살았구나'하고 반성부터 하게 되었다. 〈곡교 어린이집〉의 통합교육은 1992년 12월, 어린이집이 문을 연 첫날부터 이루어진 교육이다 보니, '통합'이라는 말자체도 어쩌면 편견의 틀에 짜 맞춘 어색한 표현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곡교 어린이집 원장을 비롯해 교사들은 이곳의 아이들과 함께 긍정적인 생각은 물론이고, 남을 배려하고 함께 하는 것을 실천하며 행복을 찾아가고 있다.

 

 

서로의 다름을 배우다


어린이집 현관 앞에 길게 놓인 신발장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다. 각양각색의 앙증맞은 신발들이 각자의 이름이 붙여진 신발장 안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요즘 아이들 이름은 성별을 구분 짓지 않는 예쁜 이름들이 많아서 신발 주인에 대한 호기심을 갖는 것조차 어리석은 일이었다. 처음부터 이곳에서는 어떤 아이가 신고 온 신발인지 굳이 궁금해 할 이유가 없어 보였다. 이 다양한 신발 밑에 붙여진 이름처럼 아이들 모두가 다른 독립된 인격체들이었다는 것을 새삼 깨닫는다. 아이들은 서로의 다름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그것이 각자가 가진 아름다움임을 유아시절 또는 그보다 더 빠른 시기부터 자연스럽게 배우고 있었다. 서로 손을 잡거나, 자연스럽게 귓속말로 속삭이며 장난을 치고 있는 아이들의 모습들이 그것을 증명해 보였다.


통합교육이라고 해서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다 똑같은 교육을 받는 것은 아니다. 〈곡교 어린이집〉은 개별화된 맞춤교육을 하고 있다. 새 학기가 시작되는 3월 한 달 동안에는 아이들을 면밀히 관찰하며 개별적 특성을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그 과정이 완벽하게 끝난 후에야 아이의 개별 특성에 맞는 진단과 프로그램을 짜고, 각자의 눈높이에 맞는 교육을 한다. 특히, 가정방문을 통해 아이들의 심리,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가정의 구성원도 일일이 확인하며 가정과 연계된 교육을 지향하고 있다. 〈곡교 어린이집〉은 어린이집과 아이들의 부모가 함께 하는 열린 어린이집이다. 부모와의 협력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다양한 부모 참여 프로그램을 마련해 놓고, 부모의 권리를 실현할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있다. 어린이집에서 부모권리의 실현과 협력은 보육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부분이기 때문에, 이것이 곧 〈곡교 어린이집〉의 교육 철학이 되었다. 그래서 통합교육이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지금에도 꾸준히 모델이 되고 있는 곳이다. 그만큼 교사들에 대한 교육 또한 철저히 이루어지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자연스러운 환경에서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교육 환경을 제공하기 위해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2013년 기준, 특수 교육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특수교육 대상자 중 70.5%(86,633명 중 61,111명) 정도가 통합교육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중 특수교육 대상 유아만을 볼 경우, 그 비율은 79.2%(4,190명중 3,321명)이고, 장애유아의 경우 의무교육 지원을 받는 아동의 50%가 일반 학급에 완전 통합되어 있다. 통합교육은 장애아동들이 사회에 적응하기 위해 필요한 교육시스템이기도 하지만, 비장애 아동들에게 더 필요한 교육 시스템이다. 통합교육을 받고 자란 아이들은 함께 하는 일과 남을 배려하고 존중하는 것을 먼저 배우기 때문에 어른이 되어서도 편견 없이 남을 돕고 살아가는 것에 인색하지 않을 것이다.

 

 

긍정적 행동 지원을 통한 실천교육


문제를 일으키는 아이에게는 그 이유가 분명 존재한다. 〈곡교 어린이집〉은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고 말하기 보다는 문제의 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환경을 마련해 주는 것을 원칙으로 한다.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곧 교육이다. 그래서 충분한 놀이를 통해, 아이의 공격성을 줄이고 문제의 행동을 교정하고 있다. 아이들은 이러한 노는 방법을 통해 사회성을 배우고, 양보와 배려를 배운다. 이미옥 원장은 이와 같은 긍정적 행동 지원을 적극 권하고 있다. 아이들의 행동을 살피고 관찰하는 것이 교사가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며, 그에 따른 책임을 지는 것도 교사가 해야 할 일이라고 말한다.


"아이의 부모들은 선생님이 책임을 아이에게 전가하는 것을 제일 싫어합니다. 그래서 문제의 행동이 일어나지 않도록 선생님들은 아이들을 위해서 항상 주의하고 노력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 어린이집 교사가 해야 할 일입니다."


재잘거리는 아이들의 목소리가 봄바람을 타고 꽃을 피우기 시작한 벚꽃 나무에 살며시 내려앉는다. 그리고 이어지는 천진한 웃음소리가 따뜻한 기운과 어우러져 어린이집 담장 밖을 넘어간다. 순간, 마음 한구석이 단단해진다. 이 아이들이 자라서 편견 없는 세상의 주인공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이렇게 큰 위로가 될 줄이야. 

 

orange


강지훈 님은 소설 등 다양한 장르의 글을 쓰며 성장하고 있는 작가입니다.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