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03 > 생각하는 인권 > 이제 ‘엄지장갑’이라고 불러주세요!

생각하는 인권 [2017.03] 이제 ‘엄지장갑’이라고 불러주세요!

편집자

 

키워드

 

벙어리장갑? 뭐가 문제지한 청년이 벙어리장갑 대신 엄지장갑이란 용어를 쓰자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는 뉴스를 보면서도 고개를 갸우뚱했습니다. 부끄럽지만 잘못되었다는 것을 곧바로 깨닫지 못한 것입니다. 한번도 그 단어에 문제가 있음을 의심해 보지 않았다니. 오히려 귀엽다고만 생각했으니 정말 무심하고 무지했습니다.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누군가에게 커다란 상처를 주는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쓰고 있었습니다. 아직도 여전히 많은 이들이 쓰고 있고요. 어디 벙어리뿐일까요? 우리가 무심코 주고받는 일상어 중에도 장애인을 비하하는 말이 더 있을 지도 모릅니다.

 

엄지장갑캠페인을 시작한 이는 원종건 씨. 그가 엄지장갑 운동을 펼치는 데는 이유가 있습니다. 청각장애인 어머니가 후천적 시각장애까지 겹쳐 앞을 보지 못하다가 한 방송사의 도움으로 각막 수술을 받고 앞을 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 일을 계기로 어머니와 원종건 씨는 장애인들을 돕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원종건씨는 대학 입학 후 봉사활동에 적극 나섰습니다. 그러다가 설리번이란 공익단체를 만들어 엄지장갑캠페인을 진행하게 되었습니다.

 

원종건 씨는 우리가 별 생각 없이 쓰는 벙어리란 말이 청각 장애인에게는 큰 상처가 된다한두 사람이 안 쓰기 시작하면 언젠가는 이런 표현이 사라질 것이라고 말합니다.

 

벙어리장갑이란 말을 쓰면서도 장애인을 비하한다는 의식을 갖지 못했습니다. 누군가가 상처받는 단어였음을 왜 몰랐을까 생각해 봅니다. 아마도 나를 중심으로 생각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악의로 한 일은 아니지만 상처받는 사람들이 있다면 분명 잘못된 일입니다.

 

벙어리장갑처럼 장애인을 비하하는 언행과 차별이 조금씩 사라지기를 바랍니다. 언어에서부터 존중과 배려가 있는 사회, 나와 다르지만 받아들이고 더불어 사는 사회가 되기를 소망해 봅니다. 상대방의 입장에서 지금 내 앞에 있는 사람의 마음을 헤아리려고 노력한다면, 언어에서부터 인권이 지켜진다면 행동도 그렇게 나오지 않을까요?

 

벙어리장갑의 사전적 정의는, ‘엄지손가락만 따로 가르고 나머지 네 손가락은 함께 끼게 되어 있는 장갑이라고 풀이되어 있습니다. 국어사전에서 이 어휘가 사라질 때까지 우리 함께 엄지장갑이라고 말해요.

이전 목록 다음 목록

다른호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