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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2017.01] 찾아가는 국가인권위

글. 최수희 / 송병관

 

 

그녀, 부산에 살어리랏다
<부산인권사무소>
글. 최수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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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부에서 국제인권 업무를 해왔던 나는 항상 필드에서 일하는 ‘진짜(!) 조사관’이 되고 싶은 갈망을 가슴 한편에 지니고 있었다. 2012년 1월, 승진과 함께 마침내 필드를 누빌 기회가 열렸다. 마침 공석이 있던 부산인권사무소에 지원한 이유는 현장업무에 대한 욕심도 욕심이지만, ‘부산’이라는 도시의 매력 때문이기도 했다. 부산은 바다와 산, 큰 도시가 함께 있고(사실, 이러한 도시가 세계적으로 그리 많지 않다) 더불어 과거의 향수와 모던한 현재가 공존하는 곳이다. 주변에서는 아는 이 하나 없는 곳에 어찌 가냐는 걱정도 보내왔지만 20대 초반부터 혈혈단신 여기저기 쏘다닌 나로서는 어려울 것도 없었다.

 

  부산인권사무소는 크게 인권침해 진정사건 조사, 인권향상을 위한 교육, 지역인권문화 확산을 위한 홍보협력으로 구분되는데, 나는 주로 정신보건시설 인권침해 사건들을 조사하는 것부터 부산 생활을 시작하였다. 이때 수첩에 ‘서울은 나 자신을 고민하게 하는 곳이라면, 부산은 세상을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라고 소회를 남겼던 기억이 있다. 그렇게 우연처럼 부산에 온 나는 이곳에서 부산 사내와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부산말’도 곧잘 따라 하는 아줌마가 되었다.

 

  아이의 엄마가 되니 자연히 아동·청소년 인권에 대한 관심이 커진다. 부산인권사무소는 2016년 3월부터 학교 분야 진정사건에 대한 직접 조사권을 갖게 되었다. 학생들의 호소를 들여다보면 두발·복장규제, 성적 차별, 체벌, 휴대폰 사용제한, 부당한 징계 등 다양하다. 부산인권사무소는 2016년 8월 부산광역시교육청과 「인권친화적 학교문화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여 학교 분야 인권증진에 노력하고 있다. 2017년에는 학교 선생님들을 대상으로, 인권을 먼저 ‘느끼고’, 사례를 통해 ‘공부하는’ 인권감수성 향상 프로그램을 강화할 계획이다.

 

  또한, 부산 소재 고등학교의 교칙을 인권적 관점에서 검토하고 인권침해 요소가 있는 조항들에 대해 개정을 유도하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한편으로는 2016년도에 이어 올해에도 아동인권 모니터링을 진행할 예정이다. 부산인권사무소는 2017년 아동·청소년 인권보장에 한 걸음 더 다가가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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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수희 님은 부산인권사무소 교육협력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무등산 자락에서 인권을 생각하다

<광주인권사무소>
글. 송병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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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남로 분수대 광장에서 촛불과 횃불이 한창 타오르던 2016년 11월이다. 나는 ‘광주인권사무소 이야기’를 담은 홍보자료집 〈사람의 꽃〉 개정판 발간을 위해 한 달여를 매달렸다. 2015년 개소 10년에 맞춰 펴내지 못하고 1년 만에 어렵게 마련한 기회였다. 자료정리를 하다 보니 자연스레 내가 걸어온 길도 뒤돌아보게 된다.

 

11년 전이다. 국가인권위원회 광주인권사무소가 2005년 개소할 무렵이다. 나는 광주광역시에서 일하고 있었고 국가인권위원회로 자리를 옮기려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면접을 통과해야 했는데 면접위원 중 한 분이 수도 사업소 경력을 보면서 인권업무와 어떤 관련성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낡은 집에서 사는 것도 힘든데, 낡아서 쓰지도 못하고 새어 버린 물값을 왜 내가 내야 하느냐는 것부터, 밀린 요금을 내지 않아 단수를 해야 하는 딱한 상황까지 다양한 처지가 있었지요. 원칙적으로야 물 공급을 중단해도 되지만 ‘사람이 사는 곳에 최소한 물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하는 생각이 먼저 들었습니다. 결국 부분납부를 유도하거나, 감면을 위해 노력한 바 있습니다”라고 대답하였던 기억이 난다.

아직까지 기억할 정도로 예상치 못한 질문이었지만 그래도 위원회에 온 걸 보니 감수성이 묻은 인권적인 답변이라고 생각하셨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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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병관 님은 광주인권사무소에서 교육협력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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