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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2016.06] 길 잃은 남매와 늪의 마녀

글 정도경 그림 조승연

 

길잃은 남매와 늪의 마녀


옛날 옛적 어떤 마을에 가난한 남매가 살고 있었습니다. 어머니는 남매가 어릴 때 돌아가셨고 아버지는 계모를 맞아들였습니다. 계모는 남매를 미워해서 언제나 때리고 욕하며 괴롭혔습니다. 그리고 결국 계모는 집에 먹을 것이 없으니 남매를 숲 속에 버리자고 아버지를 꼬드겼습니다.


  아버지는 남매를 숲으로 데려가서 주머니에 빵 한 조각을 넣어주고 떠나버렸습니다. 남매는 빵을 조금씩 뜯어서 돌아오는 길을 표시하며 어딘지 모를 숲 속으로 계속 걸어갔습니다.

그러다가 남매는 커다란 늪에 이르렀습니다. 늪은 강처럼 길고 바다처럼 넓었고 일렁이는 진흙탕에 닿는 것은 무엇이든 빨아들였습니다. 남매는 늪을 건널 수도 없었지만 그렇다고 집으로 돌아갈 수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남매는 울면서 외쳤습니다.


  “엄마, 엄마! 하늘에 계시는 우리 엄마! 우리는 어쩌면 좋을까요?”


  그러자 갑자기 돌풍이 불면서 늪의 진흙탕이 일어나 남매를 덮쳤습니다. 남매는 정신을 잃었습니다. 깨어났을 때 남매는 오두막 안에 있었습니다. 오두막은 좁지만 깨끗하고 아늑했습니다. 그곳에서 예쁜 아줌마가 남매에게 상냥하게 말했습니다.


  “나는 늪의 마녀란다. 너희는 이제 이곳에서 나와 함께 살아야 한다.”


  그래서 남매는 늪의 마녀의 오두막에서 살게 되었습니다. 늪의 마녀는 남매에게 맛있는 음식을 많이 만들어주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늪의 마녀가 마련해준 오두막의 침대는 언제나 깨끗하고 따뜻했으며 옷은 하얗고 보송보송했습니다. 남매는 행복했지만, 조금 지나자 아버지가 걱정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래서 남매는 이제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마녀는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너희가 떠나온 곳은 사람 귀한 줄 모르는 세상이다. 그곳에서는 돈과 권력이 곧 자유와 권리에 비례하고, 약하고 가난한 사람에겐 책임과 의무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힘센 자는 약한 자를 괴롭힐 권리가 있고, 나이 많은 사람은 어린 사람을 무례하게 대할 권리가 있고, 어른은 아이를 학대할 권리가 있고, 무리를 지은 여러 사람이 한 사람을 괴롭히며 즐길 권리가 있고, 징집된 군인은 국가의 소유물이니 마음대로 착취해도 되고, 힘센 자는 힘이 약한 자를 때려죽이고 찔러 죽여도 된다고 생각한다. 부자는 가난한 자를 착취하면서도 오히려 착취당하는 자에게 더 노력하라며 당당하게 꾸짖고, 부당한 일을 당하고 피해를 본 쪽이 항의하면 네까짓 게 감히 대든다면서 더욱 짓밟는다. 그런 인간만 모여 사는 곳에는 가해자와 피해자만 있을 뿐, 인간도 없고 인권도 없고 희망도 없다. 나와 함께 이곳에서 살자. 여기서는 우리 셋이 아무 걱정 없이 오순도순 살아갈 수 있다.”


  남매는 깊이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생각 끝에 누이가 먼저 말했습니다.


  “그래도 우리는 돌아가고 싶어요. 우리는 그곳에서 태어났으니 그곳에서 우리가 원하는 방식으로 행복을 추구하며 살아갈 권리가 있으니까요.”


  “맞아요. 이대로 도망치면 결국 못된 무리들에게 쫓겨나는 것과 같아요. 어떻게든 사람이 살 수 있는 세상으로 바꿔 봐야죠.”

  남동생이 동의했습니다.


  늪의 마녀는 웃었습니다.


  “용감하고 똑똑한 아이들이로구나. 행운을 빈다. 너무 힘들고 괴로울 때면 엄마를 세 번 부르렴. 엄마가 데리러 갈게.”


  그리고 다음 순간, 남매는 아버지가 남매를 버리고 간 숲의 입구에 서 있었습니다. 남매는 점점이 뿌려두었던 빵조각을 따라 세상으로 다시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남매는 성공했을까요? 아직은 모릅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니까요. 그러나 노력하는 사람들이 있는 한 언제나 희망은 있습니다. 그리고 태어나서 살아가야 하니까, 우리는 희망을 버릴 수 없고 노력하기를 그만둘 수 없는 것입니다.



 


정도경 님은 소설가로 중편 <호(狐)>로 제3회 디지털문학상 모바일 부문 우수상을 수상했으며, 장편 <문이 열렸다> <죽은자의 꿈>과 단편집 <왕의 창녀> <씨앗>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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