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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2016.06] <국제인권 따라잡기 6> 양성평등과 여성차별철폐협약

글 김형구 그림 강우근

 

양성평등과 여성차별?폐협약


2016년 5월 강남역 10번 출구에는 무고하게 살해당한 여성 피해자를 추모하는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경찰 당국은 수사 결과 조현병에 의한 묻지마 살인으로 결론지었으나 이 사건은 여성혐오에 근거한 피해망상과 관련 있는 범죄였다는 점에서 사회적 논란을 낳았습니다. 추모의 목소리는 사실 남성혐오를 내용으로 하지 않았음에도 일부 사람들은 남성 전체를 잠재적 가해자로 매도한다며 반대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각자 의견의 옳고 그름을 떠나 이번 사건은 우리 사회에서 약자에 대한 보호 문제와 양성평등 문제를 논의할 때 상반된 긴장관계가 존재함을 보여준 계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에 이번에는 1979년 12월 18일 유엔 총회에서 채택된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차별협약」(Convention on the Elminiation of All Forms of Discrimination against Women, 이하 '여성차별철폐협약')의 주요한 내용을 소개드리고자 합니다.


 여성차별철폐협약은 1981년 9월 3일 국제적으로 발효됐으며 2002년을 기준으로 국제 공동체를 이루는 대다수 국가인 168개국이 가입한 범세계적인 협약이라 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1984년 12월 27일 협약의 비준서를 기탁함으로써 회원국이 되었고 개인통보제도를 두고 있는 1999년의 여성차별철폐협약의 선택의정서에도 2006년 가입했습니다.


 이 협약은 '여성에 대한 차별'을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문화적, 시민적 또는 기타 분야에 있어 혼인의 여부와 관계없이 남녀동등의 기초 위에서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인식, 향유 또는 행사하는 것을 저해하거나 무효화하는 효과 또는 목적을 가지는 성별에 근거한 모든 구별, 배제 또는 제한'을 의미하는 것으로 정의하고 있습니다(제1조).


 나아가 이 협약은 당사국에 양성평등을 증진하고 여성에 대한 차별을 철폐하기 위한 입법과 조치를 취할 의무를 규정하고 있습니다(제2조, 제3조). 동시에 자녀의 양육과 발전에 있어 남녀의 공동 책임에 대한 인식이 가정교육을 통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양성평등에 대한 가정교육의 중요성을 언급하고 있습니다(제5조). 


 이와 같은 제1부 총칙을 근간으로 하여 이 협약은 총 6개 부, 30개 조문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2~4부에 걸친 3개의 부에서는 여성차별철폐협약에서 특히 강조하는 실체적이고 구체적인 권리의 보장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권리로는 선거권과 피선거권을 포함하는 정치적, 공적 생활에서의 양성평등의 보장(제7조), 국적의 취득과 변경에서의 차별금지(제9조), 교육 분야에서의 양성평등(제10조), 고용과 근로에서의 여성차별 금지(제11조), 금융 및 체육문화활동 참여에서의 여성차별 철폐(제13조), 시골 여성에 대한 특별한 조치(제14조), 법 앞에서의 평등(제15조), 혼인과 가족관계에서의 여성차별 철폐(제16조) 등이 있습니다.


 그렇다면 오늘날 여성차별 철폐와 양성평등의 가치는 충분히 실현되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안타깝게도 전 세계 국가 대부분은 여성차별과 관련한 현안들을 가지고 있으며 양성평등의 실현은 현실적으로 많은 도전과 과제에 직면하고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러한 것들 가운데 먼저 언급될 수 있는 것은 '여성차별 철폐' 및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에 만연한 선입관이라고 할 것입니다. 사실 여성차별 철폐와 양성평등의 가치는 여성과 남성 모두 같은 '인간'으로 처우하자는 '인권'의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여성차별철폐운동은 남성에게 불이익을 주거나 여성에게 차별적 특혜를 주는 또 다른 차별이라는 잘못된 선입관이 있습니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교육과 양성평등에 대한 열린 소통이 필요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다른 주된 도전은 '일방의 성이 열등 또는 우수하다는 남성과 여성의 고정적 역할에 근거한 편견과 사회문화적 양식, 관습'(제5조)과 여성차별 철폐라는 인권 논의 사이의 긴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는 때때로 인권과 문화상대주의의 논의로 나타나며 때로는 예전의 가치관과 새로운 가치관이 충돌하는 형태로 가시화되기도 합니다. 이는 앞으로 인권으로서의 양성평등, 여성차별 철폐의 성공 여부와 관련한 근본적인 도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위와 같은 문제들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약, 법률 개정 논의와 같이 큰 논의도 의미가 있겠지만 현실에서 인권 상황을 바꾸는 데 각자 개개인의 삶 속에서 인권의 실현을 위한 작은 실천을 하는 것이 더 의미 있고 그런 것이 모여 큰 물결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오늘부터 직장 동료, 친구, 가족들을 좀 더 '양성평등'의 시각에서 바라보는 것은 어떨까요?



 


김형구 님은 국제법과 국제형사법을 공부했으며 한국항공대학교와 서울여자대학교에서 국제법, 국제기구론, 국제인권법, 국제항공법, 국제형사법과 관련한 내용을 강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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