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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생각하기 [2022.01]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재해 방지 안전줄이 되려면

글 전형배(강원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전형배 강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강원지방노동위원회 공익위원, 고용노동부 「중대재해처벌법」 감독자문위원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저서로 《법률정보조사와 민사소송》 《영국노동법》 등이 있습니다.

 

 

2022년 1월 11일 일어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현장 붕괴사고(제공:소방청)
2022년 1월 11일 일어난 광주 화정동 아이파크 공사현장 붕괴사고(제공:소방청)

 

2020년 산업재해 사고사망자, 882명
- 건설업 458명, 제조업 201명 사망

 

산업재해는 크게 사고사망 재해와 직업성 질환으로 나눌 수 있는데 직업성 질환은 산재요양 승인율을 높이려는 정책 기조에 따라 계속 늘어나고 있다. 따라서 「안전보건정책」의 실효성을 직접적으로 평가하는 데에는 사고사망 재해의 통계를 많이 사용한다.

 

정부의 2020년 산업재해 통계에 따르면 사고사망자는 882명이었다. 업종별로는 건설업에서 458명이 사망하고, 다음으로 제조업에서 201명이 사망하였다. 건설업이 전체 사망자의 약 52%를 차지한다. 규모별로는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이하 중대재해처벌법)이 적용되는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의 건설업 사업장에서 119명이 사망하였고, 상시 근로자 50명 이상을 사용하는 제조업 사업장에서 43명이 사망하였다. 2021년 통계를 살펴보면, 전체 사고사망자는 828명이다. 그중 약 50%인 417명이 건설업에서 사망하였고, 제조업에서는 184명이 사망하였다. 규모별로 살펴보면, 공사금액 50억 원 이상이 건설업 사업장에서 113명이 사망하였고, 상시 50명 이상을 사용하는 제조업 사업장에서 49명이 사망하였다. 2020년 이전의 통계를 고려하여 보면 전체적인 사망자의 총수는 점차 감소하는 경향이 있으나 사망원인의 절반이 떨어짐과 끼임에 집중된 경향은 동일하다.

 

2021년 통계만 고려하면, 총 828명의 사망사고 중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되었다면 수사대상이 되는 사고사망자는 201명으로 전체 사망사고의 약 24.3%이고, 사업장 기준으로는 사고가 일어난 전체 사업장 811개소 중 190개소가 수사대상이 되어 비율로는 약 23.4%를 차지한다.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 ‘「중대재해처벌법」 5인 미만 적용 촉구 집회’_2021. 1. 26.(제공:권리찾기유니온)
일하는사람누구나 근로기준법 입법추진단 ‘「중대재해처벌법」 5인 미만 적용 촉구 집회’_2021. 1. 26.(제공:권리찾기유니온)

 

1월 27일,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 5명 미만 사업장 예외, 50명 미만 유예 3년 뒤 시행

 

「중대재해처벌법」 제2조는 법이 적용되는 개인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범위를 정하면서 그들이 경영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규모를 기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입법 과정에서 다툼이 많았던 것 중 하나가 법이 적용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규모였다. 많은 논의 끝에 현재와 같이 상시 근로자가 5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을 경영하는 개인사업주와 경영 책임자 등에는 법을 적용하지 않는 것으로 하였다.

 

아울러, 법 부칙 제1조는 2022년 1월 27일을 기준으로 개인사업자 또는 상시 근로자가 50명 미만인 사업 또는 사업장(건설업의 경우에는 공사금액 50억 원 미만의 공사)에 대해서는 공포 후 3년이 경과한 날부터 시행한다고 규정한다. 따라서 이들에 대해서는 2024년 1월 27일부터 법이 적용된다. 이들 중소규모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하여 법의 적용을 제외하거나 유예한 것은 영세 사업주의 경제적 취약성을 고려한 조치이다.

 

 

출처:중소벤처기업부
출처:중소벤처기업부

 

「중대재해처벌법」이란?
- 사망사고 기준, 1년 이상의 지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

 

「중대재해처벌법」은 널리 알려진 것처럼 영국의 2007년 「법인중과실치사법」(Corporate Manslaughter and Corporate Homicide Act)의 입법 영향을 받아서 제정된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법률은 영국의 법률과 상당히 다른 내용을 포함하고 있는데 특히 영국의 법률과 달리 주된 책임추궁의 대상을 기업이 아닌 개인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으로 삼고, 그들의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를 구체적으로 나열하는 방식을 취하고 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과도 상당히 다른 내용을 담고 있다. 의무 주체가 사업장의 안전보건에 직접 관여하는 중간관리자가 아니라 안전보건정책을 결정하는 경영책임자 등이다. 의무의 내용도 안전보건에 관한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기술적·행정적 의무를 규정한 것이 아니라 경영책임자 등에게 상당히 포괄적인 관리의무를 부여하고 있다. 보호 대상을 정하면서 기존의 근로기준법상 근로자 개념에서 탈피하여 널리 종사자라는 광폭의 개념을 도입하였다. 법률 위반에 대한 개인의 처벌 수준도 사망을 기준으로 하면 7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에서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 원 이하의 벌금으로 상향되었다.

 

「중대재해처벌법」에 관하여 경영계는 입법 내용에 추상적인 부분이 있고 처벌 수준이 지나치게 과중하다는 비판을 하고 있으며, 노동계는 최초 입법 의도와 다르게 경영책임자 등이 쉽게 면책을 받을 수 있는 허점이 있다고 주장한다.

 

 

「중대재해처벌법」, 산업재해 방지 안전줄이 되려면

 

「중대재해처벌법」 이행 과제
- 실질적 경영책임자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는가?

 

「중대재해처벌법」이 입법된 이유는 주지하다시피 「산업안전보건법」을 해석하는 법원의 판례가 보여준 문제점을 개선하13기 위한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은 산업재해 예방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업주를 처벌할 수 있는 여러 가지 규정을 두고 있었는데 법원은 이것을 해석하면서 수범자를 기업의 경영책임자로 보지 않고 노동현장에서 안전보건에 관한 사항을 일일이 챙겨야 하는 중간관리자로 보았다. 따라서 사회적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 중대한 재해가 발생하더라도 경영책임자보다는 경영 관행이나 경영상 판단에 기초하여 이를 실행한 관리자 이하의 근로자가 처벌되었다. 필자는 이것을 ‘기업 범죄의 근로자 개인 범죄화’라고 지칭하였었다. 대표적으로 2020년 발생한 남이천물류센터 신축공사 화재사고로 총 38명의 근로자가 사망하였으나 시공사나 발주자의 경영책임자는 애초 기소 대상에서 제외가 된 사례가 있다.

 

그래서 「중대재해처벌법」은 「산업안전보건법」에 없는 경영책임자라는 개념을 만들고 안전 및 보건 확보의무의 수범자가 경영책임자이고 이 의무를 위반하였을 때 처벌되는 사람도 경영책임자로 명확하게 규정하였다. 이런 법률의 취지를 실제로 구현하려면 여전히 법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다양한 기업의 유형과 그만큼 다양한 의사결정 구조를 가진 기업에 소속된 사람 중에 누구를 경영책임자로 볼 것인지가 첫 번째 문제가 된다. 기업이 권한이 없는 사람을 기업의 대표자인 것처럼 외양을 만들어서 내세우며 실질적 책임자의 면책을 시도할 때, 법원은 엄중한 정의의 심판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두 번째 문제는 인과관계에 관한 것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안전 및 보건 확보 의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시행령 제4조와 제5조에 위임하여 규정한다. 시행령 제4조는 9개의 의무를 규정하고, 시행령 제5조는 4개의 의무를 규정하고 있다. 수사 실무에서는 주로 이 13개의 의무위반이 다투어질 것이다. 그런데 만일 경영책임자가 13개의 의무 중 일부는 이행하고, 나머지 일부는 불이행하던 중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였을 때 경영책임자는 처벌될 것인가? 개별의무위반과 실제 일어나 사고 사이에 직접적 인과관계를 요구한다면 면책 가능성이 있을 수 있다. 의무의 일부라도 불이행하고 있는 상태에서 중대산업재해가 발생하면 마땅히 처벌되어야 한다는 입장도 있을 수 있다. 인과관계에 관련한 이 문제는 법정에서 상당히 다투어질 것인데 향후 법원은 어떤 판단을 내릴 것인가?

 

세 번째 문제는 법의 해석론보다는 입법에 관한 것이다. 앞서 살펴본 2020년 통계를 좀 더 자세히 찾아보면 상시 근로자 5~49명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402명이 사망하여 전체 사고사망자의 45.6%를 차지하고,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312명이 사망하여 전체 사고사망자의 35.4%를 차지한다. 이처럼 사고사망자의 상당수가 소규모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발생하는데 상시 근로자 5인 미만을 사용하는 사업 또는 사업장의 개인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 등에게는 법 제2장 중대산업재해에 관한 규정을 적용하지 않는다. 이것은 사고사망 재해를 중심으로 중대산업재해를 예방하겠다는 입법 취지와는 부합하지 않는 면이 있다. 영세한 사업장에서 일하는 종사자는 더욱 열악한 근로조건을 감내하여야 한다. 임금은 적은데 일하는 시간은 길다. 여기에 보태어 사망사고의 위험도 많다. 그런데 정작 법은 적용대상이 아니다. 열악한 소규모 사업장은 안전보건에 관해서 더욱 충실하게 지원을 하되, 법령위반에 대해서는 큰 규모 사업장과 똑같이 취급하여야 한다. 안전과 보건에 예외가 있을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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