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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쇄적인 군 조직, 군 사법제도 개혁으로 쇄신해야

인터뷰-동행 [2021.07] 군대 내 성범죄, 무엇이 문제인가?
폐쇄적인 군 조직, 군 사법제도 개혁으로 쇄신해야

 

군대 내 성범죄 문제가 끊이지 않고 있다. 공군 성추행 부사관 사망 사건 뒤 성범죄에 대한 회유와 묵인을 부르는 군 내 남성문화, 수사·기소·재판을 독점한 군대 사법시스템 등이 도마에 올랐다. 2005년부터 2019년까지 육군 군 법무관으로 근무한 이지훈 변호사를 만나 군대에서 발생하는 성범죄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해 들었다.

 

이지훈 변호사
이지훈 변호사

 

군부대의 폐쇄적 구조,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6월 초, 공군에서 근무하던 이 모 중사가 극단적 선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회식 자리 등에서 일어난 군부대 선임 부사관의 지속적인 성추행 때문이었다. 이 모 중사는 피해를 신고했으나 제대로 된 보호조치를 받지 못했고 부대 상관들의 사건 은폐와 회유 등의 2차 가해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타깝게도 군대 내 성추행 혹은 성폭행 문제는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 수직적이고 폐쇄적인 군대 문화, 직속 상관에 의한 인사 평가 시스템 등이 주된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동일한 계급이 아닌 군대 내 상하관계 속에서 주로 일어나는 성범죄는 군 조직의 특성상 제대로 신고를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급자에게 인사권이 있기 때문입니다. 신고를 함으로써 받게 될 불이익과 보복 조치 등에 피해자는 두려움을 느낄 수밖에 없습니다. 아직도 군 조직에서는 국가인권위원회나 군인권센터에 진정서를 넣는 행위를 지휘권에 대한 도전으로 여기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피해자를 고통스럽게 하는 건 사건 그 자체도 있지만 성범죄를 제대로 처벌하지 않는 군의 조직 문화, 내 편이 돼줄 것이라고 믿었던 사람들의 회유도 크다. 피해자들은 이런 현실 속에서 군 조직 문화에 순응하거나 복무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길로 내몰린다.

 

제대로 기능을 하지 않은 군 사법제도도 다시 도마에 올랐다. 이지훈 변호사는 군검사, 군판사, 국선변호장교가 같이 군사훈련을 받고, 한 지휘관 아래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는 군부대의 폐쇄적 구조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했다.

 

“군 법무관으로 선발된 사람들이 함께 군사훈련을 받으면서 훈련동기가 탄생합니다. 또 임관 후 부대로 배치되면 모두 법무병과에 소속됩니다. 군 법무관이 맡는 법무병과 보직은 법무참모, 군판사, 군검사, 국선변호장교, 징계장교 등으로 부분적 순환보직으로 운영됩니다. 각각 맡은 업무 내용은 법무참모를 통해 지휘관에게 보고되는데, 결국 한 지휘관 아래 같은 사무실에서 일하며, 매일 회의도 함께하고 인사 때도 함께 평가를 받는 구조입니다.”

 

 

군대 내 성범죄, 무엇이 문제인가?

 

가해자의 전역을 기다리며 시간을 끄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휘관 성향에 따라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하며,
이것이 군사법의 가장 근본적 문제입니다.

 

 

지휘관의 성향 따라 사건이 좌우되는 현실, 사건은 결국 극으로!

 

일반 사회와 마찬가지로 군대에서도 범죄 자체를 근절할 수 없는 노릇이다. 이 변호사는 범죄 발생 예방을 위한 노력과 함께 범죄가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결하는가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아울러 앞서 언급한 군대의 폐쇄적 구조 때문에 원칙과 절차에 부합하는 제대로 된 조치가 이뤄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을 문제로 지적했다.

 

“군 지휘관의 성향에 따라 동일한 사건을 처리하는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군사법이라고 봐주기 수사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사건은 가혹하리만치 엄정하게 처분이 됩니다. 반면에 가해자의 전역을 기다리며 시간을 끄는 경우도 있습니다. 지휘관 성향에 따라 이와 같은 차이가 발생하며, 이것이 군사법의 가장 근본적 문제입니다. 이는 공군 여 중사의 사례처럼 사건이 양 갈래 극단으로 치우치는 요인이 됩니다. 피해자는 피해자대로, 가해자는 가해자대로 극단적 불이익을 받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니 또다시 동일한 사건이 발생하면 사건을 덮기에만 급급해지는 것이고요. 진급이 곧 생명이고 상명하복의 풍토를 지닌 군대는 오히려 범죄를 무마하려는, 의도치 않은 부작용을 초래할 위험성이 있습니다.”

 

아울러 이지훈 변호사는 군대 내에서 성범죄가 발생했을 경우에는 사건에 강력 대응하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피해자가 자신이 입은 피해에 대해 강하게 항의하고 이에 대한 요구사항을 적극적으로 제시해야 피해 사항에 대한 적절한 조치가 이뤄진다는 것이다. 또 국가인권위원회나 군인권센터의 도움을 받는 것도 방법이다. 하지만 언론을 통한 사건 공개는 피해자에 대한 우호적 의견뿐 아니라 비판적 의견도 있을 수 있어 신중한 고려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군 사법제도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대한민국 헌법 제110조 제1항에는 “군사재판을 관할하기 위하여 특별법원으로서 군사법원을 둘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이는 군 임무의 중대성 및 특수성을 고려해 신속·적정하게 군기를 유지하고 군 지휘관이 지휘권을 확립할 수 있도록 헌법에 군사법원을 명문화한 것이다. 이는 이후 제정된 ‘군사법원법’의 헌법적 토대가 되었다. 하지만 현행 ‘군사법원법’ 및 ‘군 사법제도’는 개정 대상이자 개혁 과제로 인식되고 있다. 군사법원은 폐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인식과 함께 ‘제 식구 감싸기’, ‘솜방망이 처벌’ 등의 의혹을 끊임없이 받아 왔기 때문이다.

 

이지훈 변호사는 “해결책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평시 군사법원 제도의 폐지 등 군사법을 민간으로 독립시키는 것이다. 지휘관이 군검찰·경찰에 대한 지휘·감독권을 갖고 있는 현 구조는 수사 과정에서 부작용이 생길 수밖에 없으며, 특히 피해자 보호 등을 위한 고도의 전문성을 요하는 성범죄 수사에서 군법무관으로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나라와 사정이 비슷했던 대만은 지난 2013년 군기 교육을 받던 한 사병의 죽음을 계기로 군 범죄를 민간법원에서 재판하도록 하는 군 사법제도 개혁을 이뤄냈습니다. 우리나라도 대만의 경우처럼 할 수 있습니다. 할 수 있는데 안 하는 것이죠. 하지만 이제는 반드시 해야만 합니다.”

 

군의 특수성을 고려하되 군 사법의 공정성과 투명성 확립을 위한 제도는 시급히 개선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군 사법제도 개혁은 군 내 성범죄를 포함한 범죄와 비리를 예방하기 위한 초석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군대 내 성범죄, 무엇이 문제인가?

 

여군 전역자 A 씨가 말하는 군대 내 성범죄 문제

 

“여성에 대한 편견과 잘못된 인식부터 바로 잡아야”

 

1998년부터 2019년까지 20여 년 동안 군 복무를 하고 전역한 A씨. 그녀는 성범죄에 대한 규정, 절차, 보고 체계, 시스템은 일반 사회보다 군대가 훨씬 체계적으로 갖춰져 있다고 말한다. 월 단위, 분기 단위의 성교육 또한 지속적으로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막상 사건이 발생했을 때 피해자가 마음을 터놓고 기댈 곳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한다. 군대의 폐쇄적인 구조 탓이다.

 

“일반 사회라면 피해자가 문제를 제기하고 도움이나 조언을 얻을 수 있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찾을 수 있지만 군대에서는 그것 자체가 쉽지 않습니다. 군 조직에서 남군 100명 중 한두 명이 여군인 상황입니다. 제 경우에는 300~500명의 남군과 함께 생활했습니다. 또 어떠한 조치를 취하려 해도 군대에서는 상관에게 보고가 필수입니다. 성범죄 이슈가 발생하면 여군들은 상당히 위축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피해자를 위로해주고 보듬어주기는 커녕 남성들의 따가운 시선이 여성을 더욱 힘들게 합니다. 최근 사망한 공군 여 중사는 따뜻한 위로와 도움을 받았을까요? 만약 그러했다면 극단적인 선택을 하지 않았겠죠!”

 

성범죄 문제가 발생하면 진급도 어려워진다. 피해자 입장에서는 이중으로 고통이 따르게 되는 현실이다.
주요 보직이나 전투 등에서 남군이 여군을 불편해 하는 상황도 많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남성이 여성을 동등한 동료 군인으로 바라보지 않는 시선은 여성들이 군 생활을 하며 지속적으로 마주쳐야 하는 현실이다. 동료로 인정받는 것조차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시대가 많이 변하긴 했지만 여성에 대한 남성들의 인식은 과거에 머물러 있다고 봐야겠죠. 여성에 대한 남성의 편견이나 올바르지 못한 인식을 없애는 게 가장 근본적인 문제 해결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여성을 동료로 인정하고 서로 존중하는 문화라면 성범죄 문제가 당연히 줄어들지 않을까요?”

 

여군을 하대하거나 폄하하고, 능력을 믿지 못하는 등의 일상적 성차별이 작동하는 군대에서는 성범죄를 막을 수 없다. 구조화된 성차별 문화와 관례들 속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 A씨의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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