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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깊이읽기 [2022.07] 노인이 불행하면 청장년 역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글 김태완(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2020년 통계청 기준 노인빈곤율이 38.9%로 노인빈곤 측정 이후 처음으로 40% 이하로 떨어진 일이 정부 성과로 발표될 정도로 높은 노인빈곤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 진입 시점에서 부끄러운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노인이 불행하면 청장년 역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한국은 국제적으로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한 국가로 인정받고 있다. 1960년대부터 시작된 경제발전의 노력이 60년 만에 성과를 거둔 것이다. 물론 경제발전 과정에서 많은 성장통을 경험하기도 했다. 하지만 국민의 염원과 열정적 노력에 기반하여 마침내 2021년에는 UN 산하 기구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가 인정한 선진국에 진입했다. 한국의 선진국 진입은 국가 위상의 증대는 물론 국민적 자긍심을 높이는 데 크게 기여할 것이다. 경제발전의 또 다른 성과는 국민 삶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절대적 빈곤의 위험을 벗어난 점이다. 1960~1970년대 초반 보릿고개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도 있었지만, 현재 한국은 절대빈곤의 모습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평가될 수 있다. 하지만 외형상 보이는 것과는 다르게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문제도 있다. 부끄럽게도 한국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은 노인빈곤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2020년 통계청 기준 노인빈곤율이 38.9%로 노인빈곤 측정 이후 처음으로 40% 이하로 떨어진 일이 정부 성과로 발표될 정도로 높은 노인빈곤 수준을 보여주고 있다. 선진국 진입 시점에서 부끄러운 자화상이라 할 수 있다.

 

 

여성 노인이 남성 노인보다 빈곤에 더 취약

 

한국의 노인빈곤 문제의 심각성을 다룰 때 주요하게 살펴봐야 할 점은 여성 노인과 1인 노인, 즉 혼자 사는 노인의 빈곤 문제이다. 노인빈곤 현상을 남성 노인과 여성 노인으로 구분해서 보면, 여성 노인의 빈곤율이 남성 노인의 빈곤율에 비해 높은 것으로 나타난다. 2018년과 2019년 가처분소득 기준(중위 50% 미만)으로 여성 노인빈곤율이 47.2%와 46.8%이었다면, 남성 노인은 동 기간 35.4%와 34.5%로 여성 노인보다 10% 이상 낮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2021년 빈곤통계연보』를 보면 소득, 지출 두 부문 모두 여성 노인의 빈곤 현상이 남성 노인의 빈곤 현상보다 더 심각하게 발생하고 있는 점을 확인할 수 있다. 얼마나 오랜 기간 빈곤을 경험하고 있는지에서도 여성 노인의 빈곤 심각성은 드러난다. 소득을 기초로 할 때, 여성 노인 중 2012~2018년 사이 최소 4년 이상 빈곤을 경험한 비율이 47.4%로 나타나 여성 노인 두 명 중 한 명은 빈곤을 주기적으로 경험하고 있었다. 이는 남성 노인보다 14.8%가 높은 것이다. 여성 노인빈곤율이 더 높은 이유는 현세대 노인은 가부장적인 사회구조 속에서 남성이 주로 일을 하고 여성은 전업주부로 경제활동 참여상태가 미진하면서 여성 노인의 노후준비가 미흡한 점 등으로 보인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총조사』(등록센서스 방식)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 중 혼자 사는 노인 비중이 전체 노인 인구 중 21.2%에 이르고 있으며, 연령이 높을수록 증가하여 85세 이상에서는 25.1%로 높아지고 있다. 혼자 사는 노인의 노인빈곤율은 거의 혼자 사는 노인 열 명 중 7~8명이 빈곤선 이하에 있을 정도로 심각한 빈곤문제를 경험하고 있다. 정부 지원을 통해 점차 혼자 사는 노인의 빈곤율도 감소하고 있지만, 문제는 생계 문제와 더불어 발생하는 정서적, 정신적 취약성을 들 수 있다. 아래 한 논문의 분석에서 보듯이 시간이 지나며, 우울감이 줄어들고 있지만, 남성에 비해 여성 노인이 모든 측면에서 열악한 현상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우울감을 가지는 비율에서 남성 노인보다 여성 노인이 두 배 이상 높은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와 같은 현상은 혼자 생활할수록 타인과의 관계가 줄어들면서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노인이 불행하면 청장년 역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65세 이후에도 일할 수 있다면?

 

지난 수십 년간 국가 발전을 위해 기여한 세대가 현세대 노인이다. 하지만 이들은 국가가 제공하는 사회복지, 사회보장의 지원은 충분히 받지 못한 세대로 볼 수 있다. 노후소득보장제도인 국민연금의 경우 1988년에 처음 도입되었으며, 전 국민을 대상으로 확대된 것도 1998년에 이르러서다. 국민연금 도입 시점에서 40세 혹은 50세 이상에 도달한 장년층은 국민연금 노령연금의 혜택을 받을 수 없으며, 그것이 현재와 같은 높은 노인빈곤 현상을 만들어내는 주요한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정부는 다양한 노인 지원 정책을 통해 노인빈곤 문제 해소를 위해 노력하였다. 대표적으로 기초노령연금 도입과 기초연금으로의 전환을 통해 만 65세 이상 노인 70%에게 월 30만원(2021년 4월 기준)을 지급하고 있다. 지원이 필요한 노인에게는 단비와 같은 제도라 할 수 있다. 현 정부에서도 기초연금 급여 상향을 주요 공약으로 발표한 바가 있어 역시 노인의 소득안정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초연금의 경우 한국의 고령화가 심화하면서 재원의 지속가능성과 노인빈곤 축소에 있어 선진국 수준의 빈곤율까지 가기에는 한계를 보일 수 있다. 현세대 노인빈곤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다른 형태의 지원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예전의 노인은 60세에 이르면 환갑잔치를 하며, 건강하게 생활해 온 것을 모두 함께 축하해 주었다. 하지만 현세대 노인은 건강증진 및 예방, 의료 기술 등의 발전으로 인해 ‘60세 청춘’이라는 표현이 있을 정도로 건강한 세대가 되고 있다. 60세 이후에도 언제든지 사회생활을 할 수 있으며,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는 것이다. 최근 발표한 통계청 『2022년 5월 경제활동인구조사』 중 고령층 부가조사를 보면 장래에 일하기를 원하는 비율은 68.5%에 이르고 있으며, 일을 계속하고자 하는 이유로는 생활비에 보탬(57.1%), 일하는 즐거움·건강이 허락하는 한 일하고 싶어서(34.7%) 등으로 나타났다. 즉 여전히 고령 시기에도 일을 하고자 하는 의지가 높은 것이다.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방안 중 하나로 노인일자리가 중요하게 대두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65세 이상 고령에도 건강하고 일할 능력을 충분히 보유하고 있으며, 일을 통해 사회에 충분히 기여하고자 하는 의지도 높은 세대가 지금의 노인인 것이다. 따라서 노인빈곤 해소 방안 중 하나로 노인을 대상으로 한 일자리 지원과 이를 통해 소득보장이 가능하도록 지원할 필요가 있다.

 

정부는 65세 이상 노인이면서 기초연금 수급 노인을 대상으로 노인일자리 사업을 펼치고 있다. 대표적 사업인 공익형 사업의 경우 매년 참여자가 증가(2020년 5천 여명)하고 있으며, 사업 참여 시 월 27만 원의 급여를 지급받고 있다. 연간 참여 시 다음 해에 국세청에서 제공하는 근로장려금도 함께 수령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노인을 위한 주요한 소득보장 방안으로 볼 수 있다. 현재의 노인일자리 사업은 과거의 공공근로, 취로 사업 형태에 머무르고 있어 현세대 노인이 평생 축적해 온 노하우를 충분히 발휘하기가 어렵다.

 

다양한 사업 분야와 프로그램 개발을 통해 건강하고 일할 수 있는 노인이 적극적으로 일자리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노인이 불행하면 청장년 역시 희망을 가질 수 없다

 

65세 이후에도 일하려면?

 

더불어 제안하고 싶은 점은 노인이 계속해서 노동시장에 남아 있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과 자신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후세대를 위해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참여형 일자리의 개발이다.

 

첫째, 건강하고 일을 할 수 있는 노인이 계속해서 시장형 일자리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정년과 관련된 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고령화가 심화하고 있다는 점에서, 청장년층 생산가능인구가 감소하고 있어, 일을 할 수 있는 노인이 적극적으로 노동시장에 참여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정년 폐지 혹은 정년 연장과 같은 정책은 사회적으로 논쟁이 많이 유발되고 사회적 합의 과정이 필요하므로 우선 노인이 일하던 사업장에서 계속 고용이 가능하도록 하는 조치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임금을 연봉제에서 직무급과 생활임금 등을 반영한 형태로 개편하여 능력과 직무에 맞는 일자리에 계속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이 마련되어야 한다.

 

둘째, 참여형 일자리 개발이다. 이는 자원봉사 형태의 일자리로 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을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 내에서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여기서 일정한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만드는 방안이다. 자원봉사의 경우 자발적 참여를 전제로 하고 있어 임금, 급여 등이 지급되지 않지만 참여형 일자리는 노인이 가지고 있는 개별 능력을 지역사회에 제공하고 여기로부터 일정한 임금 혹은 급여를 받을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최근 많이 논의되고 있는 지역사회 안전 및 교육 사업, 지역사업 소상공인·중소기업 등에 대한 지원, 지역사회 돌봄서비스 제공 등과 같은 다양한 형태의 사업개발을 통해 노인이 직접 참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것이다. 한국은 다른 국가에 비해 매우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보이고 있으며, 베이비부머 세대가 점차 고령 세대로 진입하고 있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오랜 기간 한국의 산업 발전에 기여해 온 세대로 개별 능력과 사회 기여 측면에서 노인이 되어서도 충분히 사회에 기여할 것이 많은 세대로 평가되고 있다. 이들 세대는 기존 세대와 다르게 ‘욜드(YOLD, Young Old. 건강하고 젊게 사는 1946~1964년생을 뜻함) 세대’라 지칭할 정도로 사회에 대한 관심도 높은 세대이다. 기존 노인 세대와 더불어 베이비부머 세대를 대상으로 한 적극적 일자리 발굴과 참여형 일자리 지원을 통해 현재의 심각한 노인빈곤 문제를 해소해야 한다.

 

한국은 이제 세계가 인정하는 선진국 반열에 진입하였지만, 내부적으로는 노인빈곤이라는 심각한 문제를 함께 가지고 있다. 노인의 삶이 행복하고 즐거울 때, 청장년 역시 미래에 대한 희망을 품을 수 있다. 노인이 불행하면 청장년 역시 미래에 희망을 가질 수 없다. 따라서 한국의 지속가능한 발전과 전 세대의 행복을 높이기 위해서는 노인빈곤 해소를 위한 적극적 지원과 관심이 필요하다.

 

김태완 한국보건사회연구원 불평등소득정책연구실 선임연구위원은 청년, 중·고령층 불평등과 빈곤, 예술인·농촌복지 등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사회정책 강화 방안에 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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