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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생각하기 [2022.03]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원한다면

글 뭉치(전쟁없는세상 활동가)

 

뭉치 활동가는 평화운동단체 ‘전쟁없는세상’에서 무기감시팀 코디네이터로 활동하며 한국산 무기가 세계 곳곳의 분쟁지역이나 인권침해현장에서 사용되고 있는 실태를 파악하고, 비윤리적인 무기거래에 대해 항의하는 캠페인을 벌이고 있습니다.

 

‘금요평화촛불 :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Stop the War in Ukraine’ 집회 현장 _ 2022. 3. 4.(제공:전쟁없는세상)
‘금요평화촛불 : 우크라이나에 평화를 Stop the War in Ukraine’ 집회 현장 _ 2022. 3. 4.(제공:전쟁없는세상)

 

 

금요평화촛불, 한마음으로 평화를 갈망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시작된 지 한 달이 훌쩍 지났다. 내가 활동하고 있는 ‘전쟁없는세상’도 바쁜 한 달을 보냈다. 전쟁이 시작되자 한국의 시민사회 단체들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규탄하며 공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후 우크라이나 평화행동이라는 한시적 연대체를 꾸려 전쟁을 중단하라는 요구를 담아 매주 금요일 주한러시아대사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진행했다.

 

매주 많은 시민들이 촛불을 들고 자리를 지켰다. 다양한 사람들이 전쟁을 당장 멈추라며 발언대에 나왔다. K팝 팬이라고 밝힌 참가자는 우크라이나의 K팝 팬들과 하루빨리 덕질(팬 활동)을 다시 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고, 또 다른 참가자는 러시아의 성소수자 탄압 정책의 여파를 두려워하고 있는 우크라이나의 퀴어 시민들과 연대한다고 했다. 전쟁을 피해 삶의 터전을 떠나고 있는 난민들에 대해 국제사회가 마땅한 책임을 다하기를 바란다고 말하는 이도 있었고, 다양한 두드림이유로 피난을 가지 못하고 있는 사람들을 걱정하는 사람도 있었다. 모두 다양한 계기와 이유를 가지고 한자리에 모였지만, 전쟁의 고통을 겪어내고 있는 사람들과 연대하며 세계 시민으로서 전쟁을 끝내기 위한 책임을 함께한다는 점에서 모두가 같은 마음이었다. ‘금요평화촛불’에 참가한 사람들뿐 아니라 매일 뉴스를 통해 우크라이나의 상황을 지켜보는 모두의 마음이 다르지 않았다.

 

 

방위산업 확장은 전쟁 장기화 우려

 

그러나 같은 전쟁을 보고 전혀 다른 표정을 짓고 있는 집단이 있다. 바로 방위산업체들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언론은 방산업계의 호조를 앞다퉈 보도하며, 신냉전의 국면이 ‘K-방산’의 수출 확대 기회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전쟁이 장기화하며 몇몇 나라들은 우크라이나에 무기 지원을 결정하는 한편, 자국의 방위를 점검하며 새로운 무기를 도입하고 있다. 유럽 내 자산운용사들은 방위산업 투자를 배제하던 기존의 ESG 정책을 뒤집고 방위산업 투자를 적극 검토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방위산업이 평화와 안전을 지키는 데 필수적이라는 여론이 형성되며 방위산업에 대한 대중의 반감이 줄어든 데 따른 움직임이다. 방위산업의 비윤리성을 밝히고, 방위산업에 최소한의 규제와 제동을 마련해 온 그동안의 사회적 노력이 무효화 될까 우려스럽다.

 

방위산업의 이러한 움직임은 우크라이나에서 총을 들고 비장하게 싸우는 사람들의 모습이 강조되며,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이유로 들며 군사적 지원이 확대되고 있는 현 상황으로부터 정당성을 얻는 모양새다. 그러나 무기와 병력 지원이 확대될수록 전쟁은 장기화할 확률이 높아지며, 이에 따른 시민들의 희생은 더욱 커져만 갈 것이다. 상대가 군사력 세계 2위인 러시아라면 군사적 방식으로 상대를 압도하기는 더더욱 힘든 일이다. 전쟁이 격화되고 장기화할수록 이익을 보는 집단은 방위산업체뿐이다. 우크라이나의 평화를 말하며 더욱 많은 자원이 방위산업에 투입되고 있는 현 상황이 아이러니하게 느껴지는 이유다.

 

 

비폭력 저항, 사회적 방어 필요

 

지난 2월 24일, 전쟁저항자 인터내셔널(War Resisters’ International)은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성명을 발표하며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시민들에게 사회적 방어에 나설 것을 호소했다. 사회적 방어는 공동체가 군사적 행위에 대해 비폭력적으로 저항하는 방식으로서, 군사적 침략이나 정치적 탄압에 반대하는 광범위한 항의와 설득, 비협조, 개입에 기초한다. 보이콧, 불복종, 파업, 시위, 대안적 기관 설립 등 다양한 방식의 저항이 가능하다. 이러한 방식의 저항은 침략자들의 이익 확보를 차단하거나, 침략자들에 대한 사회적 지지를 약화시킴으로써 침략자들을 무력화하고 사회를 방어하는 데 그 목표를 둔다.

 

사회적 방어는 아직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개념이지만 이미 역사 속에서 그 효과성이 입증된 저항의 방식이다. 일례로 1968년 체코슬로바키아 민주화 운동은 군사적 방식이 아닌 비폭력 저항으로 소련군에 저항했다. 체코슬로바키아의 시민들은 도로표지판과 주소판을 변형시켜 소련군을 교란시켰고, 탱크 앞에 앉아 소련 군인들과 대화하며 그들의 정당성을 설득시켜 군인들의 충성심을 빠르게 저하시켰다. 철도노동자들은 소련 군수품이 운송되는 속도를 낮추었고, 아나운서들은 파업에 나섰다. 결과적으로 소련은 체코슬로바키아에 꼭두각시 정권조차 세우기 어려웠다.

 

우크라이나 시민들도 현재 다양한 방식의 비폭력 저항을 실천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병역거부 활동가이자 평화활동가인 유리 셸리아첸코는 우크라이나의 시민들이 맨몸으로 탱크를 막아내거나, 도로 표지판을 변형하거나 없애며 군사행위에 비폭력으로 맞서고 있다고 알렸다. 평화집회를 열고 군대를 설득해 탈출한 사례 또한 전해지고 있다. 18세 이상 60세 미만 남성들의 출국 금지 조치를 철회하라는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다. 러시아에서도 수천 명의 시민들이 전쟁 반대를 외치며 거리에 나오고 있고, 침략전쟁에 투입되기를 거부하는 군인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이 하루빨리 끝나기를 원한다면, 우리 역시 이러한 사회적 방어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전쟁으로부터 이익을 보는 군사집단들의 자금줄을 끊어내고, 비폭력 저항에 나서고 있는 시민들과 적극 연대해야 한다. 격화되는 군비경쟁과 방위산업의 호황 역시 경계해야 한다. 더 강한 무기는 우리 모두를 더 강한 위험에 빠지게 만드는 일이다. 더욱 많은 군사력을 갖출수록, 군사적 대응이라는 선택을 할 가능성을 높이고 갈등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과 사회 전반에 필요한 자원을 축소한다. 방위산업의 호조는 바로 이러한 위험이 우리에게 오고 있음을 알리는 신호다.

 

 

군사비 축소와 무기거래 중단해야

 

4월에도 시민사회는 계속해서 바쁘게 움직일 예정이다. 우크라이나 침공 중단을 요구하는 대규모 집회가 있을 예정이고, 국제적 차원의 캠페인도 빠르게 계획되고 있다. 각국의 평화단체들은 곧 ‘세계 군축 행동의 날’, ‘록히드마틴을 멈춰라’ 등의 전 세계적 캠페인을 진행한다. 우크라이나에서의 전쟁을 끝내라는 요구는 군사비를 축소하고 무기거래를 멈추라는 요구와 이어질 수밖에 없다. 전 세계 시민들의 참여와 지지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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