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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의 인권 [2022.02] 《유럽인권재판소 판례-증오표현》

 

《유럽인권재판소 판례-증오표현》

“코로나19로 인해 모든 사회적 이슈가 잠식되기 전까지, 지난 몇 년간 대한민국의 주요 화두 중 하나는 ‘혐오표현’이었다. … 혐오표현에 대해 외국에서는 어떻게 인권적으로 다루고 판단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필요성을 느끼던 찰나 2019년 3월, 때마침 유럽인권재판소는 ‘증오표현 보고서(Hate Speech Fact sheet)’를 발간하였고 관심 있는 사람들이 모여 이 보고서에서 언급하는 판례들을 번역해보기로 하였다.” (번역자 일동)

 

‘증오표현’에 대한 유럽인권재판소의 태도는 역사를 통해 정립되어 왔다. 원칙적으로 유럽인권재판소는 표현의 자유는 우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표현뿐만 아니라 비우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표현 또한 인정해야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유럽인권협약」의 정신은 민주적이고 다원주의적 사회이므로 이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증오 확산 또는 선동할 목적의 표현은 제한하고 있다. 물론 유럽인권재판소는 증오표현 그리고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각 판례를 살펴볼 때 위에서 제시한 원칙을 기준으로 각각의 상황을 고려하여 판단한다. 특히, 제한, 정당한 목적, 민주사회에서의 필요성, 비례성, 긴박한 사회적 필요성 등을 꼼꼼하게 살펴보면서 최대한의 표현의 자유는 보장하면서도 선동적인 증오표현은 용납하지 않는, 그 어딘가에 있는 균형점을 최대한 찾으려는 모습을 보여준다.

 

 

‘증오표현 보고서’ 판례 분류 기준 3가지

 

첫 번째 협약 제17조(권리남용 금지) 규정에 근거하여 문제의 발언이 증오표현에 이르며, 협약의 근본적 가치를 부정하는 경우 협약의 보호로부터 배제한 판례들이다.

 

두 번째는 문제의 표현이 비록 증오표현일지라도 협약의 근본적 가치를 부정하지 않는 경우, 협약 제10조 제2항 규정에 근거하여 보호에 제한을 둔 판례들이다.

 

세 번째 인터넷과 관련된 판례들이다. 특히 상업적 또는 전문적 목적으로, 이용자가 댓글을 작성할 수 있는 플랫폼을 제공하는 인터넷 뉴스 포털은 이용자가 폭력을 직접 선동할 만한 증오표현이나 발언을 유포하는 경우 협약 제10조 제2항에 따라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의무와 책임”을 진다는 것을 정립하고 적용한 판례들이다.

 

 

1부 <협약의 보호로부터 제외>

 

이 챕터에서는 ‘민족적 증오’, ‘폭력선동 및 테러 활동 지원’, ‘부인주의와 수정주의’, ‘인종적 증오’, ‘종교적 증오’ 판례를 다루고 있다.

 

민족적 증오 판례
Pavel Ivanov v. Russia 2007년 2월 20일
(심리적격 여부에 대한 결정)

한 신문의 소유주 겸 편집자인 청구인은 대중매체를 통해 민족, 인종, 종교적 증오를 선동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 그는 자신의 출판물과 재판에서의 구두 변론을 통해 유대인의 민족 존엄성을 부정하며 유대인은 국가를 형성할 수 없다고 일관되게 주장하였다. 특히 청구인은 자신의 인종 증오 선동 유죄 판결이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주장하였다. 재판소는 이 청구를 각하하였다(협약의 조항과 양립할 수 없음). 재판소는 청구인이 반유대주의적 관점을 가지고 있다는 점은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그가 출판물을 통해 유대인에 대한 증오를 부추기려 했다는 국내법원의 평가에 동의하였다. 어떤 민족 집단에 대한 보편적이고 일반적이며 맹렬한 공격은 협약의 근본 가치, 특히 관용과 사회 평화 그리고 비차별에 반하는 것이다. 따라서 협약의 제17조(권리남용 금지)를 근거로 청구인은 협약 제10조(표현의 자유)의 보호를 받을 수 없다.

 

 

2부 <협약 제10조(표현의 자유)에 따른 보호의 제한>

 

이 챕터에서는 ‘폭력에 대한 옹호와 적개심 선동’, ‘동성애 혐오 전단 배포’, ‘테러리즘 옹호’, ‘전쟁범죄 용인’, ‘국가 정체성 폄하’, ‘극단주의’, ‘논쟁의 여지가 있는 역사적 의미를 지닌 깃발을 남에게 보여줌’, ‘민족 증오 선동’, ‘국가 증오 선동’, ‘인종 차별이나 증오의 선동’, ‘종교적 불관용 선동’, ‘국가 공무원에 대한 모욕’ 판례를 다룬다.

 

동성애 혐오 전단 배포 판례
Vejdeland and Others v. Sweden 2012년 2월 9일

이 사건은 재판소가 동성애자들에게 모욕적이라고 판단한 약 100장의 전단지를 고등학교에 배포한 청구인들의 유죄 판결에 관한 사건이다. … 전단 속 성명은 동성애는 ‘일탈적 성적 성향’이고 ‘사회 본질에 도덕적으로 파괴적 영향을 미쳤으며’HIV와 에이즈의 확장에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였다. 청구인들은 동성애자를 하나의 집단으로 경멸할 의도는 없었다고 주장했으며 자신들의 활동 목적은 스웨덴 학교 교육의 객관성 결여에 대한 논쟁을 시작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진술하였다. 재판소는 이러한 진술들이 비록 증오 행위를 직접적으로 요청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심각하고 편견을 가진 주장을 구성한다고 판단하였다. 재판소는 성적 지향에 따른 차별이 인종이나 출신, 피부색에 따른 차별만큼 심각하다고 강조하였다. 재판소는 청구인의 표현의 자유 행사에 대한 제한은 스웨덴 당국이 타인의 평판과 권리를 보호하기 위해 민주사회에서 필요한 것이었다고 합리적으로 결정한 것이므로 협약 제10조(표현의 자유) 위반이 없다고 판단하였다.

 

 

3부 <증오 표현과 인터넷>

 

이 챕터에서는 인터넷 뉴스 포털, 블로그 등의 올려진 콘텐츠, 포스팅, 댓글 등과 관련한 증오표현 판례에 대해 다룬다.

 

증오표현과 인터넷 판례
Savva Terentyev v. Russia 2018년 8월 28일

이 사건은 블로그 포스팅의 댓글에서 경찰에 대한 모욕적인 발언을 한 후 혐오를 선동했다는 이유로 청구인이 유죄 판결을 받은 것에 관한 것이다. 재판소는 협약 제10조(표현의 자유)의 위반이 있다고 판결하였다. 특히 재판소는 청구인의 언어가 불쾌하고 충격적이기는 했지만, 그것만으로는 표현의 자유에 대한 그의 권리를 제한한 것을 정당화하기에 충분하지 않았다고 판시하였다. 국내법원은 그가 쓴 댓글의 전반적 맥락을 좀 더 잘 살폈어야 했다. 그의 댓글은 경찰에게 물리적 폭력을 쓰자는 실질적 요청이었다기보다는 청구인 자신이 경찰의 간섭이라고 본 것에 대해 분노를 표현하려는 도발적 시도였다.

 

 

21세기 인권 판단의 기준 판례들

 

이처럼 유럽인권재판소가 주장하는 것처럼 1953년에 발효된 「유럽인권협약」이 재판소의 판례들을 통해 21세기에도 여전히 인권 판단의 기준이 되고 있다. 약 40여 년간에 걸친 ‘증오표현 보고서’의 판례들을 통해 ‘증오표현’과 관련한 어떠한 새로운 경향들이 있는지, 또는 여전히 같은 사안을 마주하고 있는지, 이를 유럽인권재판소가 어떻게 판단해왔는지 살펴볼 수 있을 것이다.

 

 

QR코드

※ 본 번역서는 국가인권위원회가 발간한 전자책(PDF·2020년)을 인쇄본으로 재출간한 것이다. 총 3권으로 구성해 아동·부모·형사 분야 등 16개 주제와 71개의 보고서를 담고 있다.

※ 스마트폰으로 QR코드를 스캔하면 《유럽인권재판소 판례-증오표현》 번역본 전문을 볼 수 있다.
배부 문의 : 인권교육기획과(교재담당자 02-2125-9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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