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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2022.01] #1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시민이 직접 만든다

글 장예정(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

 

장예정 활동가는 천주교인권위원회에서 인권운동을 하며, 차별금지법제정연대 공동집행위원장을 맡고 있습니다.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 출범

 

정책 없는 대선이라는 비판 속에서 제20대 대통령 선거 날이 다가오고 있다. 의제와 정책 대신, 의혹과 해명이 난무하는 선거판에서 인권정책 역시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에서 대선후보의 인권감수성을 진단해볼 수 있는 인권정책은 무엇보다도 ‘차별금지법’이다. 21대 국회가 막을 올린 2020년 6월, 국회에서는 7년 만에 차별금지법을 발의했다. 연이어 다음 날, 국가인권위원회는 국회에 평등법의 제정을 권고하며 평등법 시안을 발표하였다. 그로부터 1년이 지난 2021년 6월, 10만 명의 시민들은 차별금지법 제정을 촉구하는 국민 동의 청원을 성사시켰다. 거기서 멈추지 않고 부산부터 서울까지 500km의 길을 걸었고 가장 추운 11월과 12월 두 달간 국회 앞에서 24시간 농성을 이어가기도 하였다.

 

그러나 차별금지법과 평등법의 현실은 여전히 ‘발의’에 머물러있다. 손에 꼽히는 순위권의 대선후보 대다수는 차별금지법에 답변을 못하거나, 무슨 내용인지도 모르고 반대하거나 ‘원칙에는 동의한다 다만’이라며 조건을 건다.

 

지난 1월 11일,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은 국민의 삶을 이끌어가겠노라 나선 대통령 후보들이 차별금지법에 관해 이야기하기를 주저하고, 차별금지법 제정 앞에 망설이고 있는 현 상황을 돌파하고자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는 시민들이 만들겠다는 선언과 함께 출범하였다.

 

 

차별금지법 제정 10만행동 집회_2021. 6. 15.(제공: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 제정 10만행동 집회_2021. 6. 15.(제공: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을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을 위한 첫 단추, 차별금지법 제정

 

차별금지법. 꽤 오랜 시간 동안 소위 유력 정치인이라 분류되는 이들에게는 금기어였다. 부러 논란이 중심에 서지 않겠다는 계산으로 차별금지법에 대한 언급조차 피하던 것이 차별금지법이었다. 그러나 지난 2년여의 시간 동안 한국사회의 지형은 바뀌었다. 이제 차별금지법은 유력 정치인이라면 답변을 피할 수 없는 가장 뜨거운 주제다. 코로나19가 바꾸어버린 세상에서 불평등은 심화하였고, 누군가를 배제한 공론장의 공정과 자유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그러나 평등의 바탕 없는 공정은 허상이며 불평등을 밟고 선 자유란 존재할 수 없다. 민주주의 사회라면 더더욱 그렇다. 내 자유의 기반이 누군가의 차별을 디뎌야 한다면 공정할 수 없고, 공정의 아이콘이 된 시험을 누구나 같은 조건에서 응시할 수 없다면 공정의 전제부터 흔들린다. 공정과 자유를 이야기하며 불평등을 외면하는 유력 대선 후보들에게 차별금지법을 끊임없이 묻는 이유이다.

 

이토록 자주 제정에 대한 시민들의 찬반을 묻고, 사회의 전 분야에서 제정의 필요성을 이야기하며, 국회에서의 법안 발의·국민동의 청원·500km 도보행진·노숙농성까지 몰아치는데 논의조차 회피하는 법안이 있었던가? 이러한 현실에서도 차별금지법 제정은 코앞까지 왔다. 15년째 시기상조라는 정치권의 답변에 굴하지 않고 만들어 온 시민운동의 힘이다.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모이며 말해 온 시민들의 힘은 끝내 차별금지법을 제정할 것이다.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한 시민들의 운동은 2022년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으로 즐겁고 활기차게 출발했다. 흔히 선거철이면 볼 수 있는 바로 그 유세차에 시민들이 올라탔다. 총 6주 동안 1주일에 4번, 시민들은 유세차와 함께 수도권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자신들을, 자신들의 정당을 뽑아달라는 외침이 있던 자리에는 누구 하나라도 부당한 차별을 감내하지 않아도 되는 세상, 모두가 동등한 위치에서 살아가자는 평등 약속의 메아리가 울리고 있다. 차별금지법 제정으로 시민 모두가 함께 만들어가자는 목소리다.

 

 

차별금지법 묵살 양당 규탄 집회_2021. 12. 9.(제공:차별금지법제정연대)
차별금지법 묵살 양당 규탄 집회_2021. 12. 9.(제공:차별금지법제정연대)

 

달려라~ 달려라~ 달려라~ 평등!

 

서울 혹은 경기도 어디선가 ‘달려라~달려라~달려라~ 평등! 이 세상 끝까지~ 차별금지법~’하는 노래가 들린다면 반갑게 손을 한 번 흔들어주시기를, 내가 사는 지역에서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 유세단’의 다큐멘터리 상영회가 있다는 소식을 들으신다면, 관심 가져 주시기를 부탁드린다. 시민들의 지지와 응원, 그것이 차별금지법을 다시 한번 국회의 책상에 올린 우리의 거대한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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