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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2021.10] 한국에 ‘당당한 타투’는 없다

글 김도윤(타투유니온, 타투이스트)

1992년,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마광수 교수는 소설 ‘즐거운 사라’를 출간 후, 경찰에 체포되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시기, 마이클 잭슨은 꾸준히 내한공연을 시도했으나, ‘근검절약’ 풍토를 해친다는 정부의 의견으로 번번이 무산되었고, 종교단체는 그의 음악이 ‘사탄의 음악’이라는 이유로 반대의 목소리를 높였다. 이 문화 암흑기에 또 다른 ‘사법 궤변’이 탄생한다. 바로 타투가 의료 행위라는 판결이다. 물론 이 판결은 타투 작업 과정에 대한 학술적 분류를 통해 내린 결론은 아니다. 그 시기 국민들의 인식을 반영한 정서적 판단이었다. 당시, 타투(문신)는 국민 대다수의 눈높이에서 혐오 문화였다. 일본 야쿠자의 문화를 흉내 낸 조직폭력배들의 상징이었고, 대다수의 타투는 상대에게 위압감이나 두려움을 주기 위한 용도였다.
사법부는 어느 누구도 타투를 할 수 없도록 ‘타투’와 가장 거리가 먼 ‘의료’ 영역으로 법적 분류를 시도하여 문화 자체를 봉인하려 했던 것이다. 물론 이 과정에서 이웃나라 일본의 판례를 그대로 베껴온 것도 아쉬운 대목이다. 문화 인식 수준이나 사법 원칙에 대한 부끄러움보다는 국민들의 정서적 동의가 더 컸기에 용기를 냈던 것 같다.
‘타투는 의료 행위다’. 잠깐 웃고 변경되었어야 할 이 판례는 30년을 살아냈다. 심지어 30년간 포자처럼 부유하며 상당수의 사람들에게 스며들었다. 이는 타투가 정말 의료 행위라 받아들이는 문화지체 현상을 만들어냈다. 타투 산업 안에서 발견할 수 있는 슬프고 웃기며 공포스러운 사례들을 소개해보려고 한다.

 

한국에 ‘당당한 타투’는 없다

 

요즘 케이블 채널에서 여성 댄서들의 경연 프로그램이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다. 다양한 장르의 전문 댄서들이 출연하기 때문에 각자의 개성을 드러내는 다채로운 타투들이 노출된다. 역시나 관행대로 댄서들은 피부색 밴드로 타투를 가리고 등장한다. 그런데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점이 눈에 띈다. 한 사람이 가진 여러 가지 타투 중 딱 한 개 정도만 공사(?)를 하고 나머지는 훤히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관행을 인정하기는 싫지만, 따르기 위해 노력은 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어떤 타투는 가려야 하고, 어떤 타투는 보여줘도 되는가. 무슨 이유와 기준으로 타투 간에 차별이 발생한 것일까? 그런데 타투 간의 차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경연에 참가한 지원자는 타투를 가리는 성의를 보여야 하지만, 심사위원으로 출연한 가수 보아는 타투를 가리지 않는다. 어떤 근거와 기준이 사람 간의 차별을 당당하게 만들었을지 궁금하다. 이렇게 암묵적으로 행해지는 타투에 대한 방송금지 관행은 어떤 법적 근거도 가지고 있지 않는다. 오랜 관행으로 익숙해지면서, 우리는 누군가의 외모(타투)를 혐오의 대상으로 치부하고 강제적으로 가리고 평가하는 문화지체 현상에 동참하고 있다. 그냥 살포시 웃을 수 있는 문제 같지만, 이 관행이 만들어낸 오염은 사람들의 사고 체계 깊숙한 곳을 더럽힌다.

 

공포스러운 사례도 있다. 타투는 소비자의 몸에 평생을 함께 할 그림을 그려주는 예술업이자 서비스업이다. 작업 과정이나 결과가 미흡할 시, 소비자는 당연히 불만을 얘기하고 배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 다른 서비스업과 마찬가지로 민사적 다툼이 생기게 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다르다. 방금 전까지 타투 서비스를 청탁한 소비자가 갑자기 타투이스트를 불법의료행위로 형사고발하겠다며 환불과 고액의 추가 비용을 요구하기도 한다. 타투이스트가 법적 약자라는 점을 이용하여 협박과 갈취를 하는 것이 일상이다. 이 과정에서 신고를 당한 많은 타투이스트들이 벌금을 물고 전과자가 되며, 징역을 선고받기도 한다. 단순히 돈을 노리고 한 달간 십여 개의 타투를 받고 모든 작업자에게 연락해서 금전을 요구하다가 타투유니온에 적발된 사례도 있다. 미대를 졸업하고 사람의 피부를 표현 수단으로 삼은 주변머리 없는 화가(타투이스트)들이 이 과정을 이기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경우도 일년에 한두 명씩 목격하고 있다. 다음은 그냥 좀 이상하고 괴기스러운 사례이다. 2020년에는 국세청은 타투이스트들이 정확한 납세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었다. 타투 스튜디오를 방문하여 ‘문신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할 수 있도록 가이드를 주고 직권으로 업종/업태를 변경한 사례도 있다. “정식 사업자 등록이 된다니!”. 물론 타투이스트들도 합법의 영역으로 한발 들어가는 것 같아서 환영했지만, 무작정 따를 수는 없었다. 앞서 언급한 신고 사례들은 보통 ‘의료법위반’으로 기소가 되며 벌금을 내게 된다. 그런데 영리를 목적으로 일했다고 판단이 되면 ‘보건범죄단속에 관한 특별조치법’으로 기소가 되고, 최저 형량이 징역 2년부터 시작된다. 타투업으로 사업자등록을 한다는 것은 영리가 목적이라는 증거를 남기는 것이기 때문에 행정부의 가이드에 따르면, 사법부는 징역 2년이라는 비정상적인 양형을 하게 된다. 행정부는 정상 직업으로 납세를 종용하고, 그렇게 하면 사업부는 징역을 선고한다. 경이롭게 기괴하다. 심지어 고용노동부는 2015년 미래유망신직업으로 타투이스트를 선정했다. 이때 직업코드가 발급되었지만, 우리는 존재하지 않아야 한다. 이 행정과 사법의 충돌로 생긴 피해는 고스란히 타투이스트들이 떠안고 있다. 참으로 괴이하다.

 

한국에 ‘당당한 타투’는 없다

 

법제도 밖에서 어렵게 성장한 타투 산업은 수년 전부터 찬란한 꽃을 피웠고, 현재는 1조 원의 시장이 형성되었으며, 20만 명의 타투이스트들이 이 직업에 종사하고 있다. 상식적으로 접근한다면 소비자의 안전과 산업의 관리를 위해 이미 법제도가 마련되었어야 하지만 우리는 1992년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30년간 떠다닌 포자가 어디선가 거대한 버섯으로 성장했는지, 의사협회는 국민의 안전을 위한다는 납득 불가능한 이유로 당당히 법제화를 막아서고 있다. 개인적인 판단으로는 1조 원 시장의 매력에 푹 빠진 것은 아닌지 의심이 된다. 포털사이트에서 ‘눈썹 문신’이라고 검색을 하면 유료광고 중인 업체의 100%가 병·의원이다. 그래서 의심이 된다. 또, 병·의원에서 이루어지는 99%의 타투 작업은 의사가 아닌 일반 타투이스트들을 고용해서 작업한다. 비의료인에게 의료업무를 시키는 것이기 때문에 의료면허대여라는 심각한 불법이 추가로 발생하고 있으며, 실제 의사가 타투를 하더라도 사용되는 모든 기구가 의료용품이 아니기 때문에 이 또한 불법의료다. 즉, 현재의 판례 아래에선 그 어떤 타투 작업도 합법일 수 없다. 그런데 왜 국회에는 눈썹 문신을 한 의원들이 이렇게나 많고, 대선후보들의 눈썹은 점점 진해질 수 있을까? 직업에 대한 불공정한 차별. 한국이 비준한 국제노동기구 ILO 협약 ‘고용 직업상 차별금지 협약(111조)’ 위반사항이기도 하다.

 

하나의 문화를 모두가 사랑할 수는 없다. 타투는 앞으로도 계속 호불호가 극명한 문화일 것이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모두가 이 문화를 좋아해 달라는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불호를 법으로 보위하는 것이 잘못된 것임을 말하는 것이다. 사법적 판단이 법률에 의거하지 않고 정서에 기대어 만들어질 때 어떤 궤변이 사회를 지배하는지를 경험하고 있다. 이로 인해 문화 강국인 대한민국에서 많은 사람들과 사법, 행정, 언론 매체들이 차별과 부조리에 무감각해지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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