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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보기 [2021.07] 뜨거운 여름, 더 뜨거운 교도소

글 강성준(천주교인권위원회 활동가)

 

폭염이 이어지던 2016년 8월 부산교도소 수용자 2명이 하루 간격으로 잇달아 숨졌다. 국과수 부검 결과 사인은 열사병 등으로 추정됐다. 국가인권위원회 직권조사에 따르면, 그 즈음 최고 기온은 37.3℃였고 열대야가 20일간 지속되고 있었다. 이들이 수용된 조사수용실의 면적은 5.22㎡(화장실 제외)였는데, 각각 3명이 수용되어 1인당 거실면적은 1.74㎡에 불과했다. 교정시설의 수용정원을 산정하는 기준인 1인당 2.58㎡보다 좁았다. 소측은 자살 등 교정사고를 우려하여 선풍기를 설치하지 않았고 부채만을 지급했다. 또한 하루 3번 수돗물을 단수하는 제한급수를 실시하고 있었다.

 

뜨거운 여름, 더 뜨거운 교도소

 

기후위기와 교정시설

 

최근 기후위기로 여름철에는 극심한 폭염과 열대야가 지속되고 겨울철에는 강한 한파가 발생하고 있다. 기상청의 ‘2018년 이상기후 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여름철(6월~8월) 전국 평균기온은 1973년 이후에 가장 높았고, 일최고기온과 일최저기온은 두 번째로 높았다. 온열질환자 수는 2017년 1,574명(사망 11명 포함)에서 2018년 4,526명(사망 48명 포함)으로 늘어나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운영 이래 신고 환자수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이에 2018년 9월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이 개정되어 폭염과 한파도 ‘자연재난’으로 규정되었고 그 피해자는 재난지원금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

 

교정시설 수용자들은 신체의 자유가 제한되어 있어 폭염과 한파에 더욱 취약한 집단이다. 폭염과 한파가 단순히 기후의 열악한 상태가 아니라 자연재난으로 규정될 만큼 심각한 상황이므로, 교정시설에서 실내 적정온도 유지에 실패한다면 이것이 가능한 다른 교정시설로 수용자를 이송하거나 일시 석방하는 극단적인 조치까지 고려해야 할 수도 있다. 실제로 형집행법 제102조는 “천재지변이나 그 밖의 사변에 대한 피난의 방법이 없는 경우” 수용자를 다른 장소로 이송하거나 일시 석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는 공간에서 생활할 권리

 

그러나 교정시설 관련 법령에는 실내 적정온도 기준조차 없고, 이에 따라 교정시설이 적정 온도 유지 조치를 취할 의무도 없다. 2019년 위원회의 10개 교정시설 방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온도 및 습도 기록을 기록하여 관리 보관할 의무가 없어 일부 기관만 자율적으로 기록하고 있었다. 수용자들은 “날이 더우면 한증막 찜질방 같은 느낌이라 잠자기가 특히 힘들다”, “여름에 씻는 것이 잘 안되다 보니 음식도 잘 안 맞게 되고 설사나 구토 등 건강문제도 생겼다”고 호소했다. 위원회는 법령에 실내 적정온도(여름철 최고온도와 겨울철 최저온도) 기준 및 교정기관에 수용거실 적정온도 유지를 위한 조치를 취하도록 하는 규정을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섣불리 법제화를 추진할 경우, 적정 실내온도 미준수에 따른 각종 국가배상 소송 등이 제기될 우려가 있다”며 “적정 실내온도 준수를 위한 국가의 의무를 선언적으로 밝히는 규정을 신설하겠다”고 위원회에 회신했다.

 

기후위기의 시대, 수용자에게 ‘적절한 온도가 유지되는 공간에서 생활할 권리’는 생사를 가르는 문제이다. 법무부의 계획처럼 법령에 ‘노력 조항’만 신설하면 교정시설 냉난방은 소측의 재량에 따라 예산 범위 안에서 이루어지게 되어 혹서기 열사병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재발할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소송을 걱정할 것이 아니라 실내 적정온도 기준 및 이를 준수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임을 법령에 명시하고, 그 적정온도를 유지할 수 있는 냉난방 설비를 갖춰야 할 것이다. 또한 실내 적정온도를 정할 때는 겨울철에는 외풍이 심해 실제 체감온도가 측정온도보다 낮을 수 있는 점, 반대로 여름철에는 거실의 환기구가 부족하여 실제 체감온도가 측정온도보다 높을 수 있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더불어 거실 실내온도의 △측정 방식 △측정 시각 및 주기 △측정 기록의 보관 의무 등을 형집행법령에 명시해야 한다.

 

 

“여름 징역은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

 

여름철 교도소는 과밀수용으로 더욱 뜨겁다. 신영복 선생은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에서 “없는 사람이 살기는 겨울보다 여름이 낫다고 하지만 교도소의 우리들은 없이 살기는 더합니다만 차라리 겨울을 택합니다. … 여름 징역은 자기의 바로 옆 사람을 증오하게 한다는 사실 때문입니다. 모로 누워 칼잠을 자야 하는 좁은 잠자리는 옆 사람을 단지 37℃의 열덩어리로만 느끼게 합니다. 이것은 옆 사람의 체온으로 추위를 이겨나가는 겨울철의 원시적 우정과는 극명한 대조를 이루는 형벌 중의 형벌입니다”라고 썼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교정시설의 1인당 수용면적이 수형자의 인간으로서의 기본 욕구에 따른 생활조차 어렵게 할 만큼 지나치게 협소하다면, 이는 그 자체로 국가형벌권 행사의 한계를 넘어 수형자의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서울구치소 과밀수용에 대해 위헌 결정을 했다. 그러나 지난 6월 법무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5년(2016년~2020년) 평균 수용률(수용정원 대비 수용인원)이 115.8%에 달하는 등 과밀수용 문제가 나아지지 않고 있다.

 

2018년 위원회의 과밀수용 직권조사 결정에 따르면, 교정시설 1인당 기준 면적은 2006년 2.58㎡에서 2017년 3.40㎡(화장실 포함)로 확대되었으나, 각 시설은 그 설계 당시 규정의 기준 면적으로 정원을 산정하고 있어, 대부분의 시설이 2.58㎡이다. 위원회의 계산에 따르면, 2017년 12월 말 기준 한국 교정시설의 수용률은 최소한의 국제기준인 국제적십자사의 3.40㎡ 기준으로는 152%, 유럽고문방지위원회의 7㎡ 기준을 적용해 무려 300%를 넘었다.

 

과밀수용은 단순히 정원을 초과하는 수용 상태가 아니라 수용자가 인간의 존엄을 유지하기에 적합한 생활공간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1인당 면적을 다른 국가의 기준을 참고하여 상향해야 한다. 법무부도 서울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직후인 지난 1월 ‘3밀 환경’ 개선을 위해 1인당 수용 면적 상향을 추진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더해 형집행법령을 개정하여 수용자가 인간다운 생활을 할 수 있는 1인당 면적을 규정하고 이를 보장하는 것을 국가의 의무로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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