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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깊이읽기 [2021.05]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지속적으로 연대하기 위하여

글 나현필(국제민주연대)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지속적으로 연대하기 위하여

 

백일간의 항쟁과 어두운 전망

 

2020년 11월에 있었던 총선에서 압승한 NLD가 새 정부를 출범하는 2월 1일, 미얀마 군부는 쿠데타를 일으켰다. 2012년 이후 지속되어 왔던 미얀마의 개혁과 민주주의 이행은 중대한 기로에 섰다. 미얀마에서 오랜 기간 권력을 독점해온 군부는 쿠데타를 통해 쉽게 권력을 장악할 것으로 보였지만 미얀마 시민들은 쉽게 굴복하지 않고 있다. 800명에 달하는 사망자가 발생하고 수천 명이 체포되는 와중에서도 미얀마 시민들은 총파업과 시위를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고 있다. 군부는 과거처럼 실탄사격을 포함한 무력진압을 시작하면 쉽게 시민들의 저항을 무력화시킬 것이라 생각했는지 모르지만 미얀마 시민들은 죽음을 각오하고 백일 넘게 끈질기게 투쟁하고 있다.

 

이러한 미얀마 시민들의 저항은 열악한 인터넷 상황에도 불구하고 SNS를 통해 전 세계로 퍼져나갔다. 군부가 시위지도자들을 체포하고 고문하고 있음을 여과 없이 국영TV를 통해 보여주면서 시민들을 겁박하는 상황에서 민주진영은 군부와 맞설 수 있는 무력을 보유한 소수민족 반군과의 연대를 통해 상황을 타개하고자 통합정부인 NUG를 출범시키고 무장투쟁을 모색하고 있다. 그러나 소수민족 무장단체들 모두가 NUG에 합류하지 않고 있는 점, 설사 반군부 세력을 규합하더라도 군부의 막강한 무력과 싸워야 한다는 점, 미얀마 군부 내의 균열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고려할 때, 내전 국면에 들어가더라도 승리할 가능성이 높지 않은 것도 사실이다.

 

국제사회의 움직임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UN은 안보리 차원의 조치가 상임이사국인 중국과 러시아의 반대로 규탄 성명 이상의 제재조치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고, 아세안 역시 쿠데타 주역인 민 아 훌라잉 총사령관을 인도네시아로 불러서 합의를 이끌어냈음에도 군부가 합의를 무력화시키는 상황을 지켜만 보고 있다. 시민들의 끈질긴 투쟁에도 불구하고, 경제상황 악화와 맞물려 지리한 내전 국면으로 당분간 흘러갈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 우세한 상황이다.

 

 

한국사회의 적극적인 지지와 과제

 

한국시민사회는 쿠데타 초기부터 미얀마 시민들의 불복종운동에 열렬히 화답하고 연대활동을 전개하였다. 한국에 거주하고 있는 미얀마 커뮤니티와 미얀마 문제에 오랜 기간 연대해 왔던 시민사회단체들을 축으로 거의 대부분의 한국시민사회는 지역과 종교, 이념과 분야를 가리지 않고 지지성명과 기자회견, 모금 및 행동으로 미얀마 시민들의 투쟁을 응원하였다. 이러한 광범위한 시민들의 지지는 처음으로 국회차원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를 지지하는 결의안을 이끌어냈고, 정부 차원의 대 미얀마 제재조치를 이끌어내었다. 이러한 한국 정부와 시민들의 조치와 연대는 미얀마 시민들에게도 큰 힘이 되고 있다.

 

백일이 넘어가는 시점에서 한국사회의 뜨거운 지지가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연대하기 위해 해결할 과제들이 부상하고 있다. 첫 번째는 미얀마 민주진영을 대표하는 NUG 인정여부이다. NUG는 물론 재한 미얀마 커뮤니티는 지속적으로 한국정부가 외교적으로 NUG를 인정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NUG의 정당성을 인정하는 것과는 별개로 아직까지 어떤 국가도 NUG를 공식적으로 인정한 국가가 없다는 점에서 한국정부의 NUG 인정은 쉽지 않을 전망이다.

 

NUG 인정 여부와 맞물려 한국사회의 미얀마 연대와 관련한 가장 중요한 현안은 포스코의 가스전 사업이다. 포스코 인터내셔널이 운영권을 소유하고 있고, 한국가스공사가 15%의 지분을 가지고 참여하고 있는 이 사업은, 컨소시엄에 참여하고 있는 미얀마 국영가스공사(MOGE)에 연간 3000억원에 가까운 대금을 지급하고 있다. 이미 NLD정부 당시에도 MOGE에 지급되는 돈이 군부의 비자금으로 쓰이고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쿠데타 이후에 지급되는 이 막대한 돈이 군부가 쿠데타를 성공시키는 데 중요한 자금으로 활용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외에도 국경지역에 한국정부가 지원하는 난민캠프를 설치하자는 제안도 주요 현안이다.

 

 

미얀마군부 쿠데타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시민
미얀마군부 쿠데타에 반대 입장을 밝히는 시민

 

법제화를 통해 지속적인 연대를 모색해야

 

시간이 지나고 내전상황이 본격화되면 한국사회의 미얀마에 대한 관심과 연대는 점점 약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포스코를 비롯해 미얀마 군부와 협력하며 사업을 해왔던 한국기업들도 국제사회의 관심이 줄어들기를 내심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뉴스와 SNS를 통해 노출되는 정보가 줄어들고 한국기업의 투자문제와 같이 한국사회도 손해를 감수해야 할 문제가 떠오르는 상황에서 미얀마의 민주주의와 지속적으로 연대하기 위해서는 이번 쿠데타 과정에서 떠오른 과제들에 대한 후속조치를 마련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가 미얀마에 내린 조치의 핵심인 무기 및 전략물자 수출 금지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이와 관련된 입법이 필요하다. 미얀마에 대한 ODA 재검토 과정에서 시민사회의 참여가 보장될 수 있는 제도 개선도 요구된다. 무엇보다 한국기업이 인권침해에 연루되지 않도록 미얀마와 같이 인권침해가 높은 국가에 투자할 때, 기업으로 하여금 인권침해 방지 대책 수립을 의무화하는 법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논의되고 마련되어야 한다. 특히, 가스개발사업과 같이 환경과 주민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면서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까지 받는 자원개발사업은 반드시 인권기준이 마련되고 적용되어야 한다.

 

포스코가 지급하는 막대한 자금이 미얀마의 시민들을 학살하는 무기를 구입하거나 군인들에 대한 보상으로 지급될 수도 있는 상황 자체가, 한국 시민들이 지난 백일 넘게 미얀마의 시민들과 함께 해온 노력들을 수포로 만들 수 있는 상황이다. 정부와 국회가 나서야 할 상황이다. 국가인권위원회도 한국기업의 미얀마 투자에 대해서 정부와 국회가 필요한 입법과 조치를 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내놓아야 한다.

 

「UN 기업과 인권 이행원칙」에 따르면 한국정부는 미얀마 시민들의 인권을 보호할 의무가 있으며, 한국기업은 미얀마 시민들의 인권을 존중할 책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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