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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선 [2021.04] 예쁘다는 말씀, 듣기 불편합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지만, 요즘 시대에 지양해야 할 칭찬이 하나 있다. 바로 외모 칭찬이다. ‘외모 비하도 아닌데, 칭찬이 문제가 되느냐’고 되묻는다면, ‘그렇다’고 답할 수 있다. 지금부터 ‘얼평(얼굴 평가)’과 ‘몸평(몸매 평가)’, 외모 칭찬에 숨은 인권 침해 요소에 대해 자세히 살펴보자.

 

예쁘다는 말씀, 듣기 불편합니다!

 

#사례-1

“김 대리, 안 본 사이에 많이 예뻐졌네?” 옆 부서 상사인 최 과장은 가끔씩 마주칠 때마다 예뻐졌다며 외모 얘기를 꺼낸다. 나를 업무 능력이 아닌 외모로만 판단하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만, 우리 사회에서 ‘예쁘다=칭찬’으로 통용되니 하지 마시라고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오늘 아침에도 엘리베이터에서 최 과장을 마주쳤는데 아니나 다를까, 또 예쁘다는 얘기를 건넨다. 그러자 같은 부서에서 일하는 이 과장이 최 과장을 째려보며 일침을 날린다. “사람 앞에 두고 예쁘다느니 어떻다느니 하는 외모 평가, 그만하시죠. 이제 저까지 불편해지네요.” 아차 싶었는지, 최 과장이 얼굴을 붉히며 서둘러 엘리베이터에서 내린다. 해묵은 체증이 싹 내려가는 기분이다.

 

#사례-2

오랜만에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점심을 먹고 있자니 외출했던 친구 딸이 집으로 들어섰다. 반가운 마음에 ‘폭풍 칭찬’을 늘어놓았다. “너 공부도 잘한다며? 얼굴도 예쁘고 몸매도 날씬하고, ‘엄친딸’이 따로 없네!” 쑥스러운 듯 꾸벅 인사하고 방으로 들어가는 아이를 흐뭇하게 지켜본 뒤 친구에게로 고개를 돌렸는데, 친구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갑자기 무슨 일인가 싶어 이유를 물어보니, 앞으로 아이에게 외모 얘기는 되도록 하지 않았으면 좋겠단다. “안 그래도 요즘 밥을 잘 안 먹으려고 해서 물어보니까 ‘엄마, 날씬하려면 관리해야지’ 하더라. 잘 먹고 쑥쑥 자라야 할 나이인데 말이야. 아이들까지 저런 생각을 하는 게 과연 옳은 걸까?” 칭찬이랍시고 습관적으로 ‘얼평’, ‘몸평’을 한 자신이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여전히 팽배한 외모 지상주의

 

‘얼평’은 ‘얼굴 평가’의 줄임말로, 2010년대 초반 일부 10~20대가 온라인 커뮤니티에 ‘자신의 얼굴을 평가해 달라’는 글과 함께 사진을 올리면서 신조어로 자리 잡았다. 이는 ‘몸매 평가’를 뜻하는 ‘몸평’으로 이어졌다. 이후 이러한 행태와 관련된 부작용이 속출하면서 다른 사람의 외모를 평가하는 것에 대한 경각심이 전 사회적으로 퍼져 나갔다. 하지만 외모 지상주의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평가는 그리 달라지지 않았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 여성위원회는 2017년 7월, ‘2017 유·초·중등학교 성평등 인식실태와 교사의견 조사결과’를 발표했다. 남성 교사 142명과 여성 교사 447명 등 총 636명이 참여한 이 설문조사의 내용은 충격적이다. 얼평, 몸평과 같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는 교사가 전체의 42.7%를 차지했다. 특히 20대 교사의 62.5%, 30대 교사의 58.5%가 성희롱 피해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그런가 하면 외모가 취업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여전히 많았다. 한 취업포털 사이트가 2019년 구직자 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벌인 결과, 응답자의 87.6%가 ‘채용 시 외모가 당락에 영향을 미친다’고 응답했다. 이와 함께 ‘본인이 외모 때문에 채용 과정에서 피해를 봤다’고 느낀 구직자도 절반이 넘는 55.3%로 나타났다. 2018년 동일 항목의 응답률 43.8%에 비해 11.5% 늘어난 수치다.

 

이런 상황 속에서 외모에 대한 칭찬을 얼평과 몸평의 일종이라고 생각하고 언행을 조심하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다. 우리는 스스로 알아채지 못할 정도로 외모 칭찬에 익숙해져 있다. 흔히들 오랜만에 만난 사람에게 살이 많이 빠졌다거나 예뻐졌다고 칭찬한다. 공부와 운동을 잘하는 학생이 최근의 미적 트렌드에 걸맞은 외모를 하고 있으면 ‘엄친아’, ‘엄친딸’이라고 치켜세운다. 머리 스타일을 바꾼 직장동료에게 “머리를 자르니까 훨씬 보기 좋아요!”라는 말을 아무렇지 않게 건넨다. 과연 외모 칭찬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것처럼 얼평과 몸평의 범주에 들어가지 않는 것일까.

 

 

외모에 대한 언급 자체가 ‘인권 침해’

 

외모 평가의 가장 큰 문제점은 상대방의 의사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생각과 감정을 무시한 채 마치 사람을 물건처럼 평가하는데, 이를 ‘대상화’라고 한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은 자신이 대상화되는 것에 불쾌함을 느낀다. 외모에 대한 칭찬인지 비하인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 다양한 인격과 무궁무진한 가능성을 가진 사람을 단지 외모로 평가한다는 것 자체가 언짢은 일인 것이다.

 

외모 평가는 개개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까.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이자 〈거울 앞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보냈다〉의 저자인 러네이 엥겔른은 20여 년간 외모 평가에 대해 연구했고, ‘외모에 대한 언급 자체가 개인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준다’는 결론을 내렸다. 칭찬을 포함한 외모에 대한 언급이 많아질수록 다른 사람이 자신의 얼굴과 몸을 지켜보고 있다는 생각에 빠져들게 되고, 이로 인해 미래를 위한 자기계발보다는 외모를 가꾸는 데 치중하게 된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강박증에 빠져서 외모로 자신의 모든 것을 평가하는 지경에 이르게 되며, 대중과 미디어가 지향하는 미적 기준만을 따르려 노력하게 된다. 칭찬이든 비하든, 모든 종류의 외모 평가가 당사자의 인권을 침해한다고 말할 수 있는 이유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외모 평가가 없는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을까. 노혜경 시인은 이 과정을 ‘강력한 자본과의 싸움’이라고 표현했다. 외모 지상주의를 부추기고 이를 통해 이익을 보려는 세태를 경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더불어 그는 ‘결론은, 아는 것이 힘’이라고 강조했다. 모든 형태의 외모 평가가 인권 침해 요소를 품고 있음을 깨닫는 것, 이것이 바로 그 출발점이라는 것. 이러한 사실을 알게 됐으니, 이제는 당장 나부터 외모 평가, 특히 외모 칭찬에 대해 관대한 문화를 바꿔 나가기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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