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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이슈 [2021.04] 아동학대 현장에 ‘아동 인권’이 없다

글 김예원 변호사(장애인권법센터장)

아동학대 현장에 ‘아동 인권’이 없다

 

#아동 인권

 

양천 아동학대 아동사망사건이 올해 초 모 TV프로그램에서 방영되면서 국민적 공분이 일었다. 정치권은 빠르게 움직이며 연일 자신의 성과가 될 만한 법안을 대량 발의했다.

 

그 내용 중에는 특히 ‘법정형 강화’, ‘가해자 신상공개’와 같은 급조된 법안이 주를 이뤘다. 무턱대고 법정형의 하한선을 상향할 경우, 당초 예상했던 가해자 엄벌의 효과보다, 법정형이 부담스럽다는 이유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충분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한 사건이 무혐의 또는 무죄로 종결되는 부작용이 더 크다는 우려 때문에 다행히도 법개정에까지 이르지는 못했다.

 

개악은 피하였으나, 실질적인 개선이라고 보기 어려운 법률 개정이 있었다. 그 중에는 지침에 들어가도 충분한 내용, 현장의 재량을 지나치게 축소하는 내용도 다수 포함되어 있다. 가령, ‘아동을 행위자로부터 분리하여 조사해야 한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당연한 내용이지만, 이번 개정을 통해 법률에 들어가게 되었다.

 

왜 이런 당연한 내용들이 이렇게 어려운 과정을 거쳐 법률에 들어가는가. 현장에서는 지침은커녕 법률조차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은 아닐까? 무슨 사건이 터질 때마다 법률이 마구 변동되니, 그 법률을 구체화하는 지침의 변동 폭은 더 클 수밖에 없고, 그 세세한 지침을 파악해 가면서 업무를 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그렇다면 도대체 현장은 어떤 상황일까.

 

아동학대 사건에 개입하는 주체는 크게 3곳이다. 경찰(수사기관), 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이다. 경찰은 행정안전부 소속의 조직이기는 하나 이와는 독립적으로 일하는 조직이다. 아동보호전문기관은 보건복지부에서 민간에 위탁하여 운영하는 민간인 종사 기관이다. 아동학대전담공무원은 지방자치단체에 소속되어 일하는 공무원이다. 각 주체의 소속과 근거가 모두 다르다.

 

업무에 사용하는 전산 시스템도 모두 다르다. e행복지원시스템은 일선 시군구의 공무원들이, 국가아동학대정보시스템은 주로 아동보호전문기관이(일부의 기능만 APO가 접근), 경찰의 경우 학대전담경찰(APO)이 사용하는 시스템과 수사경찰들이 사용하는 전산 시스템인 KICS(형사사법포털)가 서로 다르다.

 

이렇게 전혀 다른 조직에 속한 사람들이 수행하는 아동학대의 업무가 중첩되어 있다. ‘현장’에는 아동학대전담공무원, 경찰, 아동보호전문기관(공무원이 없는 곳에 한하여)이 가서 모두 조사권을 행사할 수 있다. ‘사례관리’도 아동보호전문기관, 아동학대전담공무원 뿐만 아니라 법에는 없는 이름인 아동보호전담요원까지 개입할 수 있다.

 

‘함께 출동’, ‘협업’, ‘정보공유’ 이런 말들이 법률과 지침에 넘쳐나지만 위와 같은 이유로 실무상 거의 불가능하다. 같은 사건이라도 지구대나 파출소 소속 경찰, 관할 다른 경찰서 소속 경찰, 수사경찰과 APO간의 정보공유도 안 되는 것을 감안하면 당연하다. 오히려 같은 업무를 하는 주체가 전혀 다른 조직에 여럿 흩어져 있어서 초기 골든타임을 놓치고 나중에 책임회피의 도구가 오용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아동학대 현장에 ‘아동 인권’이 없다

 

#아동 최우선 이익

 

유엔 아동권리협약상 ‘아동 최우선의 이익’은 학대 현장에서 어른들의 판단으로 묵살되고 있다. 현재 법률과 지침상에는 아동의 선택권, 정보접근권을 어떻게 실현할 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빠져있기 때문이다. 분리 당시에 아동의 의사를 물어야 한다는 정도는 법률에 기재되어 있지만, 실무적으로 현장에서 ‘누가’ 아동을 만나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동이 어떤 ‘반응’과 ‘이야기’를 했는지 기록하거나 공유하는 일은 거의 없다.

 

게다가 당장 3월 30일부터 시행되는 ‘1년 이내 2회 신고시 즉시분리’내용을 담은 아동복지법 제15조를 크게 우려한다. 무분별한 아동 분리로 오히려 아동을 장기 시설 아동으로 살아가게 할 위험이 매우 높지만, 브레이크가 없다. 사법적 통제를 받지 않은 채 증거 채집을 위해 또는 수월한 면담을 위해 쉽게 아동을 분리하는 현장은 아동의 분리 이후 삶을 생각할 여력이 없기 때문이다.

 

어떻게 변해야 할까. 무엇보다 현장에 가는 사람인 경찰, 공무원이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 전문성을 쌓는 일은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사회가 투자하고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그런 기다림 없이 어설픈 인센티브만 논하는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다.

 

전문성을 가지고 첫 현장에 가는 사람이 제대로 판단할 수 있도록 판단 기준과 주체를 가급적 일원화해야 한다. 판단이 부담스럽다고 위원회, 사례회의, 간담회 등의 명목으로 외부에 판단을 미루어 초기 골든타임을 낭비하지 않도록 실무를 정비해야 한다. 물론 상식적인 판단을 한 경우 적극적으로 보호해 주는 제도가 병행될 필요가 있다.

 

아동학대 업무는 어떤 경우에는 천륜을 끊는 매우 어려운 일이다. 그렇기에 실질적 정보 공유, 다른 조직이지만 팀워크로 상생할 수 있는 구조 등 더욱 안정된 업무환경 구축이 중요하다. 아이를 살피고 지원하는 일은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1] 아동복지법 제15조 ⑥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은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에 해당하는 경우 제1항제3호부터 제6호까지의 보호조치를 할 때까지 필요하면 제52조제1항제2호에 따른 아동일시보호시설 또는 제53조의2에 따른 학대피해아동쉼터에 보호대상아동을 입소시켜 보호하거나, 적합한 위탁가정 또는 적당하다고 인정하는 자에게 일시 위탁하여 보호(이하 “일시보호조치”라 한다)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보호기간 동안 보호대상아동에 대한 상담, 건강검진, 심리검사 및 가정환경에 대한 조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보호조치 시에 고려하여야 한다.
1. 1년 이내에 2회 이상 아동학대 신고가 접수된 아동에 대하여 현장조사 과정에서 학대피해가 강하게 의심되고 재학대가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2. 제1항에 따른 보호조치 결정이 있을 때까지 아동에 대하여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제12조에 따른 응급조치 또는 같은 법 제13조에 따른 긴급임시조치가 종료되었으나 같은 법 제15조에 따른 임시조치가 청구되지 아니한 경우
3. 현장조사 과정에서 아동의 보호자가 아동에게 답변을 거부ㆍ기피 또는 거짓 답변을 하게 하거나 그 답변을 방해한 경우
4. 그 밖에 제1항제3호부터 제6호까지의 보호조치를 할 때까지 아동을 일시적으로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시·도지사 또는 시장·군수·구청장이 인정하는 경우

 

 

아동학대 현장에 ‘아동 인권’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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