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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곁의 인권위원회 [2018.06] 사형제는 국가의 폭력과 잔혹을 보여주는 제도일 뿐이다

인터뷰 최준석

 

범죄는 나쁘지만, 국가가 인간의 삶과 죽음을 결정하는 것이 옳으냐는 문제는 여전히 어려운 문제다. 그럼에도 국제사회에서 사형제 폐지는 인권적 관점에서 볼 때 거스를 수 없는 대세가 되었다. 국가인권위원회와 국회의원 금태섭 의원실 등이 공동주최한 사형제 폐지 국제토론회에 참석한 호주의 줄리언 맥마흔 변호사와 크로아티아의 이반 시모노비치 국제 사형제반대위원회 위원을 만나 사형제에 관한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Julian McMahon 줄리언 맥마흔은 호주의 비정부기구 Reprieve Austrailia의 대표이며, 활발한 사형제 반대활동으로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다.

 

Julian McMahon 줄리언 맥마흔은 호주의 비정부기구 Reprieve Austrailia의 대표이며, 활발한 사형제 반대활동으로 영국 여왕으로부터 작위를 받았다.

 

Q. 호주는 지금 사형제도가 완전히 폐지가 되었나? 어떤 과정을 거쳐서 폐지되었나?

 

A. 호주에서 마지막 사형집행은 1967년이었다. 그런데 1965년에 멜버른에서 한 피고인에게 1심에서 사형이 선고된 적이 있었다. 그 사건이 전국적으로 매우 정치적인 사안으로 떠올랐고, 당시의 많은 변호사가 피고인 측에 합류하여 치열한 법정공방을 벌였다. 결국 연방대법원은 사형 집행을 하지 말라고 선고했다.

 

그 일이 있은 후 정치인들의 심기가 매우 불편해졌다. 그리고 1967년에 비슷한 사건이 있었는데, 당시에는 사형수에 대해 사형을 집행하지 말라는 여론이 훨씬 강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인들의 강력한 요구로 결국 사형이 집행되었다. 그것이 호주에서의 마지막 사형집행이었다. 그로 인해 많은 사람이 사형이 결국 ‘정치적’인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갖기 시작했고, 사형제도가 과연 흉악 범죄에 대해 억제 역할을 하느냐에 대한 많은 연구가 진행되었다.

 

최종적으로 사형제도가 그와 같은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그래서 결국 연방차원에서 사형제도를 폐지하게 되었고, 그 후 6개의 주정부에서도 하나둘씩 사형을 폐지하게 되었다. 단시간에 사형제 폐지가 이루어진 것은 아니고 여러 가지 정치적 사건을 겪으면서 이루어졌는데, 개인적으로 이것을 정치적 드라마라고 부르고 싶다.

 

Q. 사형제를 폐지할 때 호주 내에서 사형제에 대한 여론은 어떠한가?

 

A.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여론은 반반이었다. 그러나 사형제를 폐지한 정치적인 결단 이후에는 여론이 따라오는 것을 경험했다. 현재 사형제를 폐지한 나라들 중에 테러 같은 대형 범죄들이 있었음에도 어느 나라도 사형제를 부활하려는 움직임은 없다. 프랑스의 예를 들더라도 40년 전에 사형제를 폐지할 당시 존속하려는 여론이 훨씬 강했다. 그러나 프랑수아 미테랑은 대통령 후보시절에 “당선되면 사형제를 폐지하겠다”고 공언했고, 당선 후 과감하게 사형제를 폐지했다. 여론이 아무리 분열되었다고 하더라도 정치인의 과감한 정치적 결단으로 사형제 폐지를 추진한다면 여론은 그 결단을 따라올 것이다.

 

Q. 한국은 20년 동안 사형은 집행하지 않았고, 사형을 선고하는 비율도 2010년대 들어서 1년에 1건 정도 선고하는 것으로 나와 있다. 더불어 현 정부도 사형제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도 아닌 것으로 알고 있는데, 그럼 사형제 폐지를 정치인의 결단에 맡겨야 하는 건지?

 

A. 초기 단계만 하더라도 8개국 정도가 사형 집행을 하지 않았다. 그러나 현재는 160개국 정도가 사형을 폐지하거나 집행하지 않는다. 사형을 집행하는 나라는 25개국 밖에 되지 않는다. 이것이 3세대에 걸쳐서 일어난 변화다. 사회적으로 모든 인간이 존엄하고 생명을 지켜야 한다는 데 공감을 이뤘다고 본다. 그 외에도 인류 보편적인 권리에 대한 이해가 어느 때보다 높다.

 

외부인의 시각으로 봤을 때는 한국도 한국만의 길을 가고 있다고 본다. 한국도 더 이상 사형집행의 필요를 느끼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길을 걸어가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은 지난 30년 동안 여러 가지에서 큰 발전을 이루었고, 사회의 안녕을 보장하기 위해서 사형을 유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인식하고 있는 세대가 아닌가 생각한다. 한국 같은 경우도 유엔에서 사형에 대해 2년마다 한 번 씩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있는데 한국은 2번 연속 기권한 것으로 알고 있다. 20년 동안 사형을 집행하지 않았던 것은 다음 세대에게 인간이 인간을 죽임으로써 사회정의를 실현하지 않겠다는 사회적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본다.

 

Q. 사형제도를 폐지하지 않았지만 실제로 집행하지 않는 것, 그리고 사형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것, 그리고 법률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어떤 사회적·정치적 의미를 가지는가?

 

A. 일반적인 원칙으로 말하면,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입법을 통해서 사형제를 없애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입법을 하지 않으면 언제든지 다시 집행하는 것이 가능하다. 사회적으로 공분이 정점으로 치달을 때 정치인들은 그것을 모면하기 위해 사형집행을 검토하게 된다. 그게 좋은 것인지 생각해봐야 한다. 그리고 상징성도 살펴봐야 한다. 20세기에는 전쟁, 공포, 고문, 사형 등의 역사가 있었다. 그러나 사회혁명을 통해 평화의 시기를 불러왔으며, 개개인의 권리와 존엄을 확보해 왔다. 국가의 결정으로 한 명의 시민의 목숨을 뺏는 제도를 후대에게 남겨줄 것인가 하는 문제다. 지난 70년간 어느 정치인도 사형제 폐지로 인해서 정치적으로 피해를 본 사람은 없다. 한국도 사형제에 대한 여론이 분열될 수 있고, 그것으로 인해 정치인들이 꺼려한다는 것은 이해할 수 있지만, 정치적 지도력으로 해결해야 한다.

 

Q. 당신을 포함해 호주의 많은 사람이 사형제를 반대하는 중요한 이유는 무엇인가?

 

A. 마이클 커비 전 호주 대법관이 세 가지로 정리했다. 다른 나라의 사법제도와 마찬가지로 호주의 사법제도도 늘 오류의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그런 일도 있었다. 그리고 오랫동안 연구해 왔지만 사형제도가 흉악범죄를 억제하는데 아무런 역할을 못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사형제도야 말로 국가의 폭력성과 잔혹성을 보여주는 제도라는데 동의하고 있다. 한국이 걸어온 지난 75년간을 돌아보면 과거에는 사형집행이 많았지만 사회가 안정이 되고 평화의 길로 가는 현재에 사형제도가 전혀 도움이 안 된다는 것이 자명해졌고, 모라토리엄을 선언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 되었다. 한국도 사형제를 폐지한 다른 나라의 길을 따라갔으면 한다.

 

Ivan Simo Savanovic 이반 시모노비치는 크로아티아의 전 법무부장관으로 유엔 사무총장 특보를 거쳐 현재는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Ivan Simonovic 이반 시모노비치는 크로아티아의 전 법무부장관으로 유엔 사무총장 특보를 거쳐 현재는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Q. 사형제 폐지를 위한 활동에 몸담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는지? 어떤 활동을 했는지

 

A. 아주 오래전에 시작을 했다. 유고슬라비아에서 자랐는데 대학 때부터 사형제 폐지에 대해 관심이 많았고 학생 때 논문의 주제이기도 했다. 그리고 제가 유엔에서 사무총장보로 근무하면서 사형제 폐지와 관련해 많은 행사를 개최했고, 특히 세계 여러 나라에 사형제 폐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해왔다. 당시에 반기문 사무총장과 협력 해서 일을 진행해왔다.

 

Q. 현재의 주요 활동을 보면 각국에서 사형집행을 하지 않는 것을 넘어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거나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에 중심을 두고 있는데 어떤 의미가 있는지?

 

A. 실질적인 유예를 공식적인 유예로 만드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단계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하는 쪽으로 옮겨가는 것이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시민적 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의 제2선택의정서 가입이나 사형제의 공식적, 법적 폐지 같은 제도가 있어야 한다.
예를 들면 필리핀과 터키 같은 나라들은 사형제를 폐지하지 않고 유예를 했더라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사형을 집행했을 것이다. 공식적이고 법적으로 사형제가 폐지가 되어야만 정치적 환경이 변하더라도 사형이 집행되는 것을 막을 수 있다. 사형제 폐지는 한국의 남북정상회담만큼의 가치를 가지고 있다.


죽음의 문화에서 삶의 문화로 옮겨 가고 있다. 사형제 폐지가 추구하는 가치는 복수보다는 인간의 존엄, 모든 인간의 생명권이 국가가 가지는 사법권보다 더 우위에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정상회담이 가지는 의미 역시 군사력을 바탕으로 한 국가의 안보보다는 국제법에 대한 존중, 그리고 경제를 포함한 상호 관계를 맺는 가치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이 지역적인 리더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이 선도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한다면 지역적 선도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런 기회를 통해 한국이 사형제를 폐지하는 것이 필요하다.

 

Q. 한국은 20년 넘게 사형을 집행하지 않고 있는데, 공식적인 유예를 선언하거나 사형제도를 법률적으로 폐지하는 것이 왜 중요한가?

 

A. 사형을 제도적으로 폐지하는 것은 현재 한국이 하고 있는 것을 보여주는 중요한 포인트다. 시민들에게 국가의 권한보다 시민들의 권리가 중요하다는 것을 선언하는 것이다. 그리고 역사적으로 볼 때 한국의 사형제는 군부독재 아래서 존재해 왔었기 때문에 과거의 어두운 역사로부터 벗어나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렇게 되지 않기를 바라지만, 다음 대통령은 지금의 대통령처럼 인권 친화적인 대통령이 아닐 수도 있기 때문에 우리가 공식적인 유예 혹은 폐지를 한다면 사형의 집행이 어려워지는 것을 바라는 것이다.

 

Q. 국제사회에서 사형제 폐지 운동을 하면서 성공을 거두거나 소개해주고 싶은 경험이 있는가?

 

A. 우리가 세계 여러 나라를 다니면서 사형제에 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할수록 사형제를 찬성하는 정치인이 많이 줄어드는 경험을 했다. 사형제가 합헌이라는 한국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을 읽어보았다. 그 결정문에서 중요한 논지는 범죄 억제력이었다. 그러나 그에 대한 많은 연구가 있었는데, 사형제도가 흉악범죄를 억제한다는 증거는 없다. 또 결정문은 사형만이 흉악범죄를 처벌할 수 있는 적당한 처벌이고 피해자의 가족에게 정의를 보여주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내가 만나본 범죄 피해자의 가족들은 사형을 원하지 않고 있었다. 이들은 폭력의 고리를 끊기를 원했다.


미국의 연구를 보면 의도적으로 살인을 저지른 범죄자의 1%만 사형선고를 받았고, 상당히 오랜 기간이 지난 뒤에 사형을 당했다. 심리적으로 결과를 받아들이고 끝내고 싶은 가족들에게 너무 오랜 시간이 지나서 사형이 이루어지다 보니 범죄자에 대한 사형은 다시 그 기억을 떠올리게 한다고 했다. 이는 목마른 사람에게 소금물을 주는 것과 같다.

 

Q. 사형제를 폐지하면 대안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A. 사형제를 폐지하는 대안으로 많은 나라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택하고 있다. 인권적인 관점에서 볼 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방법은 아니다. 왜냐하면 시간이 많이 지나면 사람이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가석방도 필요하다고 본다. 내가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한국이 지난 수십 년 동안 개발, 교육, 의료, 인권 분야에서 성취한 성과에 어울리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화면해설
이 글에는 사형제 폐지에 대해 인터뷰한 호주의 줄리 맥마흔 변호사와 이반  국제사형제반대위원회의 위원의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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