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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동행 [2018.05] 요즘 초등학교 교실 속 이야기 - 혐오 표현과 아이들

인터뷰 유제이 사진 봉재석 인터뷰 도움 용산구 시설관리공단 청소년수련관 배수한

 

혐오와 혐오 표현이 사회문제가 되면서 이를 여과없이 받아들이는 초등학교 교실에서의 혐오도 주목을 받고 있다. 지금 초등학교의 교실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을 생생한 목소리로 전달하기 위해 용산구청소년수련관(이하 수련관)과 학부모의 협조를 받아 해당 지역 초등학교 6학년 학생 3명에게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학부모의 요청으로 학생들은 실명 대신 본인이 정한 별명으로 인터뷰를 수록합니다.

 

인터뷰에 참여한 세 학생의 모습입니다

 

인권 : 반갑습니다.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해주세요. 부모님께서 닉네임(별명)으로 인터뷰를 하면 좋겠다고 하셨으니까 각자 닉네임도 알려주세요.

 

모니카 : 저는 6학년이고요. 이름을 뭘로 하지… (한참 생각하고) 모니카로 할게요.

바삭한 베이컨 : 저는 바삭한 베이컨으로 할래요. 저도 6학년이에요.

솜사탕걸 : 저도 6학년이요. 코튼캔디가 나을까요? 솜사탕걸이 나을까요? (잠깐 생각하더니) 솜사탕걸로 써주세요.

 

인권 : 세 사람은 한 반이에요? 같은 학교 다녀요? 수련관에서 만났나요?

 

모두 같은 학교예요. 한 반은 아니고, 원래도 알고 지냈어요.

 

인권 : 학교에서 친구들이 뭐하고 놀아요? 스마트폰 게임을 주로 하나요? 아니면 텔레비전에서 본 방송 얘기해요?

 

바삭한 베이컨 : 스마트폰은 학교에서 못 써요. 그리고 텔레비전 얘기도 별로 안 해요. 그냥 친구들이랑 하는 얘기가 별로 없어요.

솜사탕걸텔레비전 보는 친구들이 많지 않아요. 그냥 별 얘기 안 하고 노는 거 같은데….

모니카친구들이랑 쉬는 시간에 ‘마피아 게임’ 할 때도 있고 운동장에선 ‘경찰과 도둑’도 가끔 해요. 요즘엔 액괴(액체괴물) 만지고 놀아요.

 바삭한 베이컨, 솜사탕걸 맞아요. 요즘은 액괴 가지고 놀아요.

 

인권 : 혐오나 혐오 표현이라는 말에 대해서 알아요?

 

모두 : 잘 모르겠는데. ‘극혐’이 아주 혐오한다, 아주 싫어한다는 말인 건 알아요.

 

인권 : 친구들이 같이 놀면서 어떤 말을 쓰는지 궁금해요. 스케치북에 여러분들이 들어본 말이나 친구들이 쓰는 말 중 나쁜 말을 아는 대로 써주세요.

(세 사람은 처음엔 별 어려움 없이 쓰다가 단어가 10개를 넘어가자 고민하기 시작했다. 옆 사람의 스케치북을 보기도 하고, 서로 대화를 나누며 무슨 말이 있는 지를 생각했다. 세 사람이 적어낸 스케치북의 내용은 사진과 같다.)

 

학생들이 아는 혐오표현을 적은 스케치북 사진입니다. 내용은 아래에 텍스트로 있습니다,.

 

첫 번째 스케치북에 쓰인 말들 - IC, 또라이, 미친, 씨발, 돌아이, 병신, 미친쌔끼, 갑분싸, 겁나, 존나, 빡쳐, 지랄, 싸가지, 인성, 박근혜, 노잼, 게이, 기모띠, 아디오스, 와이이이.

 

두 번째 스케치북에 쓰인 말들 - 와이이이, 앙기모띠, 싸가지, 씨발, 닥쳐, 핵노잼, 망할, 바보곰탱이, 숫자 팔 빼기 팔은 장애인, 쌍, 지랄, 존나, 겁나, 급식충, 빡친다, 더럽다, 대박, 레즈, 게이, 개쓰레기, 동의, 쪽팔림, 메갈,셧업, 년, 병신, 헐, 아이씨, 똘아이,니치팔로마, 인성, 남겐, 재미없다, 괄호열고, 재미없다는, 꺼져라, 각설탕, 극혐.

 

세 번째 스케치북에 쓰인 말들 - 와이이이, 인성, 빡친다, 씨발, 귀가 썩었냐? 눈 썩음. 미친년, 망할, 닥쳐, 꺼져, 셧업, 바보곰탱아, 니애미, 레즈비언, 병신, 아이씨, 게이, 씨발새끼, 썩을 쓰레기, 졸라, 좋은 말로 할 때 꺼져라, 응아니야,

 

인권 : 스케치북에 쓴 말들은 학교에서 친구들이 자주 하는 말이에요?

 

모두 : 아뇨. 학교에서 욕하고 나쁜 말 쓰면 “나쁜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하고 약속해야 해요. 친구들이랑 싸우거나 해도 그러는데요. 일주일에 5번이 넘으면 나쁜 일 한 내용을 부모님께 보여드리고 싸인을 받아와야 해요.

 

인권 : '앙기모띠’ 같은 말을 친구들이 학교에서 자주 써요? 무슨 뜻인지 알고 있어요?

 

솜사탕걸 : 남자애들이 정말 많이 써요. 일본어로 ‘기분 좋아’라는 뜻이라는데 아무 때나 쓰는 것 같아요. 축구해서 점수 나고 하면 ‘앙기모띠’ 해요.

바삭한 베이컨 : 뜻은 ‘기분 좋아’라고 하는데 안 좋은 의미라고 들었어요. 그래서 나쁜 말이라고 생각해요.

모니카 : 애들이 많이 보는 유튜브 방송에서 써서 그냥 쓴다고 했어요.

 

인권 : 게이, 레즈비언이라는 말도 스케치북에 있는데 그 말은 언제 써요? 무슨 뜻인가요?

 

모니카 : 남자애들끼리 써요.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어요.

솜사탕걸 : 저도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는데 주로 놀릴 때 쓰는 것 같아요. “이 게이야!” 하던데요..

 

인권 : 그런 나쁜 말을 썼을 때 부모님이나 선생님이 들으면 어떻게 해요? 아까 얘기한 것처럼 ‘나쁜 말을 하지 않겠습니다’ 벌 표지판을 받는 것 말고 또 있나요?

 

바삭한 베이컨 : 앉았다 일어났다 5번 해요.

솜사탕걸 : 선생님 없어도 자기도 모르게 말하고 자동으로 하는 애도 있어요.

모니카 : ‘잘못했습니다’라고 5번 소리 내서 얘기하기도 해요.

 

인권 : 그러면 가장 듣기 싫고 기분 나쁜 말이 뭐예요?

 

솜사탕걸 저는 패드립, 그러니까 부모님 욕하는 게 제일 싫어요.

모니카 : 저는 욕은 다 싫어요.

바삭한 베이컨 : 자꾸 듣다 보니까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저는 입 밖으로 욕을 하지는 않지만 욕이 생각날 때가 있거든요. 저는 욕을 하는 걸 싫어해요. 그리고 ‘병신’ 소리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 정말 기분 나빴어요.

 

인권 : 왜 그런 나쁜 말들을 쓴다고 생각해요?

 

모니카 : 세 보이려고요. 그래서 남자애들이 더 많이 쓰는 것 같아요.

솜사탕걸 주위에서 쓰니까 각인돼서 자꾸 쓰는 것 같아요. 그런데 5학년 때는 많이 쓰다가 6학년 되면서 애들이 나쁜 말을 많이 안 하는 편이에요.

바삭한 베이컨 : 애들이 8 빼기 8은 장애인이라고 하면서 웃기도 하거든요. 그런 얘기를 인터넷에서 자꾸 보니까 자기도 모르게 쓰는 애가 더 많은 것 같아요.

 

인권 : 학교 단체 채팅방에서 나쁜 말을 쓰거나 하지는 않아요?

 

모두 학교에서 단체 채팅방이 금지되어 있어요. 그래서 안 해요.

 

인권 : 혹시 인권에 대해서 생각하거나 배운 적 있어요? 인권이 뭐라고 생각해요?

 

모두 학교에 인권 선생님이 오셔서 배웠어요. 모든 사람이 가지는 권리가 인권이에요.

 

인권 : 그럼 학교에서 배운 얘기 말고, 각자 생각하는 인권에 대해서 스케치북에 써서 보여줄 수 있어요?

 

솜사탕걸 : 인권은 평등이에요. 모두가 누리는 것이니까요.

바삭한 베이컨 : 인권은 보석이라고 생각해요. 인권이 있어야 빛나니까요.

모니카 : 저는 인권은 감정이라고 생각해요. 모두가 가지고 있으니까요.

 

인권 : 다 좋은 말이네요. 모두 인터뷰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초등학교 혐오표현을 보도한 기사 목록입니다

 

 

초등학교 교실 안 혐오 표현에 주목하는 이유

 

얼마 전까지 초등학생들이 정보를 접하는 경로가 특정 사이트 등을 주로 사용하는 인터넷이었다면 요즘은 유튜브다. 이런 영상 매체에서 접하게 되는 개인 방송은 자정과 규제가 없기 때문에 각종 혐오 표현으로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 유튜버(크리에이터)들은 ‘재미있다’는 이유로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조회 수가 수입으로 직결되다보니 혐오를 팔아 방송을 하는 이들도 있다.

 

혐오 표현은 중학생이 되면 더 심해진다. 혐오도 자라는 것이다. 많은 언론사가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 초등학교 교실 안에서의 혐오를 이야기하고 다루는 것은 현재의 혐오 문화가 어디까지 퍼져있는지, 왜 인권 교육이 필요한지를 환기하고 더 나아가 혐오에 대항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이야기하고자 함이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는 혐오와 싸울 기회가 없을지도 모른다.

 

화면해설.

이 글에는 인터뷰를 한 세명의 초등학생 사진과 아이들이 각자 나쁜 말이라고 생각되는 것들을 스케치북에 빼곡하게 적어놓은 사진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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