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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소수자의 인권에 대하여 - 포항 중학생 자살 사건에 부쳐

  • 등록자전용현
  • 등록일2019-03-30
  • 조회수328
I. 서론

https://news.joins.com/article/23422616

지난 3월 25일, 포항에서 비극적인 사건이 발생하였다. 모 중학교 3학년생인 A모 군(15, 이하 '피해자')이 교사에게 수업시간(자습)에 "선정적인 책을 봤다." 라며 공개적으로 얼차려와 망신을 받자 학교 5층에서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이다. 여기까지라면 '한 학생이 어쩌다 홧김에 자살한 사건'으로 치부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사건에서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 있다. 그것은 피해자가 소위 "서브컬처(비주류 문화)* 소설책"인 라이트 노벨을 읽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이 글에서는 이러한 "서브컬처(비주류 문화)" 팬덤의 인권에 관하여 논하기로 한다.

II.사건의 경과
피해자는 이날 오전 2교시 도덕 시간 교사에게 “선정적인 만화책을 봤다”며 꾸지람을 들었다. 도덕 교사가 감기에 걸려 자습을 하던 중이었다. 피해자는 “성인물이 아니라 여자의 모습이 그려진 삽화가 든 서브컬처(비주류문화) 소설책”이라고 맞섰다. 이에 도덕 교사는 “수영복을 입은 여자 사진은 뭐냐”고 했고, 주변 학생들이 웃었다. 도덕 교사는 김군에게 벌로 20분 정도 얼차려를 하도록 했다. 그리고 다음 시간인 체육 시간이 끝날 때쯤 피해자는 운동장에 나가지 않고 혼자 남아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III. 한국 내에서의 소수취미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
소수자는 취미생활 내지 문화생활에도 존재할 수 있다. 가령 연예인 팬은 빠순이와 빠돌이로 불리며 혐오의 낙인이 찍혀 왔다. 지금도 그러한 시선이 없지는 않지만***, 적어도 이들은 피해자와 같이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라노벨' 팬덤에 비해서는 그나마 '인간적인 대우'를 받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에서 오타쿠로 대표되는 소수취미자의 인권은 기존의 사회적 소수자인 동성애자, 장애인 이하라 볼 수 있을 것이다. 기존의 사회적 소수자는 적어도 대다수의 사람들이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가지고 있는 것에 비해, 소수취미자는 이러한 공감대 자체가 없기 때문이다. 이러한 소수취미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의 사례는 다음과 같다.

1)사회성이 부족하다?
'오타쿠'라는 표현의 유래는 집(お宅)에만 틀어박힌다는 것에서 유래하였기에 비사회성 역시 어느 정도 내포하고 있는 상태다. 그러나 이러한 비사회성은 근본적으로 사회의 냉대에서 비롯된 것이다. 즉 사회의 냉대 때문에 인간관계를 기피하여 사회성이 떨어지고, 인간관계 이외의 다른 것에 집중하여 사회성이 더 떨어지는 식의 악순환이 반복되는 것이다.

2)주위 사람들을 힘들게 한다
소위 '혼모노'라는 말이 있다. 한국의 인터넷 은어로, 보통 '일반인 눈치 안 보고 본인만 생각하는 이기적인 오타쿠', '소문으로만 전해지는 비상식적인 말이나 행동을 정말로 하는 사람'을 지칭할 때 사용된다. 특히 일반인 코스프레를 하는 오타쿠라면 혼모노를 보고 역겹게 느낄 것이다. (사용 상황 문단 참고) 주로 오타쿠를 비하할 때 쓰이므로, '씹덕'을 대체하는 성격도 띄고 있다. 한 때 유행했던 "진짜가 나타났다"와도 일부 유사점을 갖는다. 그러나 이러한 기행이 단지 '오타쿠'에게서만 나온다고 보기는 어렵다. 단적으로 '대중적인' 취미인 연예나 스포츠를 예로 들면, 그들 중에도 '빠순이(또는 사생팬)', '훌리건'이라는 일탈자가 존재하지만, '모든 연예, 스포츠 팬은 과격하다'라는 편견은 존재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다수자들은 일탈행동을 하더라도 그것이 '개인의 일탈행위'이지 다수를 대변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반면 소수자의 경우 소수자성과 일탈행위를 연관지으려는 경향이 강하다. 가령 이성애자가 마약 사건으로 구속되어도 누구도 그에게 ‘이성애자 마약범’이라고 하지는 않지만, 동성애자들이 마약 사건을 일으키면 여지없이 '마약범' 앞에 ‘동성애자’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그리고 이러한 '혼모노'들의 행위가 '빠순이'나 '훌리건'의 그것보다 '과격하다고' 보기도 어렵다. 후술하는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등의 사건사고를 제외하면(그나마도 '동성애자 마약파티'처럼 소수자성과 행위의 상관관계는 희박하다) 대부분의 경우 사회면에 오르내릴 만큼 큰 사고는 거의 없다. 반면 '빠순이'의 경우는 무조건적인 찬양과 무한스밍 유도, 경우에 따라서는 악플지령까지 내려지는 팬덤이 존재하기도 하고, 훌리건은 그 자체가 난동을 부리는 극성팬이기에 사회면을 장식하는 일이 다반사이다.

3)친일 혹은 국까 성향이다
이들이 즐기는 문화는 전술하였듯이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라노벨'이 대부분인데, 일본에 대한 감정이 좋지 않은 한국에서는 "즐길 수 있는 다른 문화도 많은데 왜 굳이 일본 문화냐?" 라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일본 애니메이션같은 일본 문화는 말그대로 '일본 문화'라서 그렇다. 정확히 말하면 그들의 취향에 맞는 문화가 '일본 문화'였을 뿐이다. 호날두/메시(또는 해외리그)가 포르투갈인/아르헨티나인(또는 해외축구)이라서 좋아하는 축구팬이 있는가? 아니다. 단지 축구를 잘하기(리그의 수준이 높기) 때문이다.

IV. 피해자의 소수자 스트레스
연구에 따르면 레즈비언, 게이, 양성애자, 퀴어, 퀘스쳐너리 등의 성소수자 청소년은 일반 인구보다 자살시도율과 자살성 사고의 빈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1][2][3][4][5] 이는 낙인화된 소수자 집단의 구성원이 마주하는 높은 수준의 만성적인 스트레스인 '소수자 스트레스' 때문인데, 낮은 사회적 지지와 낮은 사회경제적 지위를 포함한 많은 요인에 의해 유발될 수 있지만, 가장 잘 알려진 원인은 개인간의 편견과 차별, 혐오이다. 실제로 이러한 혐오발언을 접하는 피해자의 경우 소외감, 무력감, 두려움, 슬픔, 자살 충동, 자존감 손상, 긴장감, 공황장애,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등을 겪었다고 답했다.[6]

이러한 소수자 스트레스는 가끔 공격적인 방향으로 표출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가해자가 애니 프사를 한 오타쿠인게 밝혀진 인천 초등학생 살인사건 등의 사건사고가 방송을 타고 널리 알려지면서 부정적 인식은 더더욱 커져가고 있는데, 이 경우에도 범죄를 저지른 소수자 개개인에게는 잘잘못을 따져야 하겠지만 이를 사회적 요인을 무시하고 소수자 집단의 문제로 보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실제로 청소년 LGBT의 3분의 1은 범죄의 유혹에 빠지기 쉽다고 한다[7]. 미국 흑인 남성의 1/3은 감옥살이를 경험했고, 즉 이런 현상들이 소수자들을 범죄인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당하는 현상이 그들을 범죄로 이끈다고 한다.

이 사건의 경우에도 피해자가 성인물이 아니라고 주장하는 식의 '반항'을 하였다는 점을 문제삼는 이들이 있는데, 이러한 반항은 피해자의 '소수자 스트레스'를 자극하였기 때문에 일어난 현상이다. 한편으로 수업 시간이 아닌 자습 시간이라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학습과 무관하며 '선정적인' 라노벨을 읽고 있던 피해자 본인에게 있다고 하는 의견도 있는데, 그건 사회적 상황에 따라 다르게 봐야 한다. 수업과는 관련이 없지만 별로 문제가 될 만한 내용도 없는 종교 경전을 읽고 있다고 가정하자. 만일 성경을 읽고 있었다면 웬만해선 간섭하지도 않을 것이고, 설령 문제삼더라도 '신앙심이 깊은 건 좋지만 성경책은 끝나고(교회에서) 읽으렴' 정도의 가벼운 훈계로 끝날 것이다. 그런데 한국에서 소수 종교인 이슬람 경전 코란을 읽고 있었다면 테러 교본 취급이나 당하지 않으면 다행일 것이다. 즉 피해자의 '반항'은 '코란이 테러 교본도 아닌데 왜 테러 교본 취급 하느냐'와 마찬가지인 상황인 것이다. 그리고 자살이라는 결말은 이러한 '소수자 스트레스'가 만들어 낸 파국인 것이다.

V. 마치며
교사를 옹호하는 입장에 있는 이들은 수업시간에 학생이 딴짓을 하고 있는 것을 교사가 훈육한 것일 뿐이고 여기에 책임을 물으면 교사는 학생을 제대로 훈육하지 못하게 된다는 주장을 하는데, 어디까지나 문제의 핵심은 '공공연한 사실의 적시****를 통해 학생들 사이에서 매장시켰다.'는 점에 있다. 즉, 교사로서 학생을 훈육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방향성과 정도가 잘못되어 학생에게 치욕감을 안겨주었고 피해자의 자살로 이어졌다는 것이다. 많은 이들이 지적하는 것처럼 당장 학생을 공개적으로 망신 주기에 앞서 일단 소설만 압수하고 추후 교무실로 따로 불러내 훈계하는 등 얼마든지 정당하게 훈육할 방법이 있었다.

또한 이 사건은 인권위법 30조 1항에 따라 이 사안이 '국가기관 등에서 헌법에 보장된 인권을 침해당하거나 차별 행위를 당한 경우'인 인권침해에도 해당될 수 있다.

우리 사회는 이처럼 취미에도 소수자가 존재할 수 있음을 인지·이해하는 문화가 부족한 실정이다. 여러가지 이유로 다수와는 다른 취미를 선택하는 사람들이 있고, 그들을 이해하고 배려해 주는 것이 사회 구성원으로서 우리가 가져야 하는 태도임을 아직 우리 사회가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이 단어가 사용되는 경우는 대부분이 '일본 만화, 애니메이션, 라노벨' 등을 포함하는 소위 '오타쿠 문화'를 가리킨다. 그러나 이와 같은 '오타쿠 문화(사실 '오타쿠 문화'라는 말도 어폐가 있는데, K-POP이 소위 '빠순이'를 중심으로 퍼졌다고 해서 K-POP을 '빠순이 문화'라고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만을 가리키는 상황에서 서브컬처라는 말을 쓰는 것은 흑인만을 가리켜 '유색인종'이라고 표현하는 것과 같은 오류이다(실제로 미국에서 '유색인종'은 주로 흑인 또는 흑인 혈통의 사람을 가리킬 때 쓰였다). 모든 흑인은 유색인종이지만, 모든 유색인종이 흑인은 아닌 것처럼, 모든 서브컬처가 오타쿠 문화는 아니기 때문. 따라서 여기에서는 이 용어의 사용을 자제하기로 한다.
**여기에서는 본 사례와 같은 '오타쿠' 이외에, 대중음악 중에서도 마이너한 분야 등의 소수자를 포괄하는 용어로 쓰기로 한다. (알레르기, 채식주의자 등을 포괄하는 '식소수자'와 마찬가지로)
***일례로, 2019년 1분기 현재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방탄소년단의 소속사 빅히트의 방시혁 대표는 이러한 연예인 팬에 대해 "K-Pop 콘텐츠를 사랑하고, 이를 세계화하는 데 일등공신 역할을 한 팬들은 지금도 ‘빠순이’로 비하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며, 아이돌 음악을 좋아한다고 떳떳하게 말하지도 못한다"고 밝히고 있다.
****한국의 경우 모욕죄 및 사실 적시 명예훼손죄, 외국의 경우에는 대개 차별금지법 위반인 증오발언으로 범죄를 구성한다.

[1](영어) Risk Factors for Suicide among Gay, Lesbian, and Bisexuual Youths, Curtis D. Proctor and Victor K. Groze, Social Work (1994) 39 (5): 504-513. doi: 10.1093/sw/39.5.504
[2](영어) Risk Factors for Attempted Suicide in Gay and Bisexual Youth Gary Remafedi, James A. Farrow, Robert W. Deisher, PEDIATRICS - American Academy of Pediatrics, Vol. 87 No. 6 June 1, 1991 pp. 869 -875
[3](영어) Stephen T. Russell and Kara Joyner. Adolescent S*xual Orientation and Suicide Risk: Evidence From a National Study. American Journal of Public Health: August 2001, Vol. 91, No. 8, pp. 1276-1281. doi: 10.2105/AJPH.91.8.1276
[4](영어) Gay and Lesbian Youth, Tracie L. Hammelman, Journal of Gay & Lesbian Psychotherapy Vol. 2, Iss. 1, 1993, DOI:10.1300/J236v02n01_06, pages 77-89
[5](영어) Johnson, R. B., Oxendine, S., Taub, D. J. and Robertson, J. (2013), Suicide Prevention for LGBT Students . New Directions for Student Services, 2013: 55–69. doi: 10.1002/ss.20040
[6] 국가인권위원회, 혐오 표현 실태 조사 및 규제 방안 연구
[7] http://www.koreatimes.com/article/1196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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