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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교사가 울면 아이도 웁니다
등록일 : 2018-05-10 조회 : 2125
안녕하세요. 저는 광주광역시에 사는 아무개입니다. 딸이 하나 있는 아빠고요. 하소연할 곳이 떠오르지 않아서 이곳에 왔네요.

오늘 새벽 저는 수화기 너머 한 여자가 "힘들어서 죽겠다"며 울먹이는 소리를 들어야 했습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정말이지 근무환경이 너무나 열악하군요. 여자는 최근 어느 사립유치원 교사로 일하기 시작했고, 네 살박이들 한 반을 맡았습니다. 일이 너무 많습니다. 기저귀 갈아주는 일부터 달래고, 재우고, 가르치는 일만으로도 하루가 짧을 것인데, 별의별 서류작업에 이런저런 행사 준비까지. 여자는 매일 10시간에서 13시간을 일하고 있어요. 서류를 만드느라 주말 같은 것도 없습니다. 제 자식 얼굴 보고 얘기 나눌 여유도 없고요. 오늘도 새벽 일찍 가서 회의자료를 만들어야 한다더군요.

압니다. 박봉과 잔업,... 한국의 노동현장이 얼마나 비인간적인지. 공무원이나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하루 12시간 근무, 잔업까지 14시간 근무가 기본이지요. "잔업은 선택 사항이다" - 라고 하지만, 현실은 "싫으면 나가라" - 입니다. 아실는지 모르겠지만 아직도 많은 노동자들은 교대시간이나 잔업시간 때문에 '투표권' 행사조차 누리지 못합니다. 이런 현실에서 수화기 너머로 들려오는 여자의 울음은 다만 '개인적인 나약함'으로 치부될 지도 모르겠습니다. 정말 그럴까요. 정말 그래야 할까요.

여자는 성실한 사람입니다. 되도록 잘 하려고 애쓰고, 어지간한 일은 힘들다 내색하지 않습니다. 남한테 떠넘기지도 않고 소처럼 묵묵히 해냅니다. 이런 사람이 "힘들어 죽겠다"면서 새벽 내내 울고 있네요. "한 달 내내 잠만 자고 싶다", "사는 게 왜 이렇게 힘드냐", "그냥 빠져 죽고 싶다"....

"선생님이 무슨 서류작업이 그렇게나 많아?" - 저는 물었습니다. "국가적으로 또 시스템적으로 다 짜여 있는 일이야" ─ 이런 대답이 돌아왔습니다. 알만 합니다. 그리고 명백합니다. "국가적으로 또 시스템적으로 보육교사를 쥐어잡고 있다" 아닌가요?

유감스럽게도 '착취'라는 단어를 쓰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입사한 지 얼마 되지 않았으니, 처음엔 열심히 해야 한다고들 하지만, 그런 '열정페이'는 젊은이들을 부려먹으려는 '젊은 착취'에 지나지 않습니다.

저는 여자에게 일을 그만두라고 했습니다. 여자는 "그럼 뭐 해서 돈 벌어" 라고 합니다. 저는 "없으면 없는대로 살 수 있다" 라고 조언했습니다. 하지만 여자는 "애들한테 미안해서" 관둘 수 없다고 합니다. 관둘 수 없지만 너무 힘들다고 합니다. 힘들어서 죽고 싶다고 합니다. "선생님이 그렇게 힘든데, 애들한테 안 좋다. 얼른 그만 둬." 저는 말했습니다.

아이들은 새 선생님께 금방 적응할 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그 선생님도 힘들고 고통스럽겠지요. 허드렛일에 잡무에 사무까지.

부모들은 자식이 유치원에서 행복하길을 바랍니다. 당연한 일이죠. 중요한 일이죠. 아이들의 행복 보다 더 가치 있는 것이 무엇이겠어요. 하지만 교사가 행복하지 못한데, 아이들이 무슨 수로 행복할 수가 있을까요. 교사가 일에 치여 허덕이고 있고 너무 힘겨워 신음하고 있는데 아이들이 무슨 수로 제대로 된 돌봄과 보육을 받을 수 있을까요.

뉴스에서는 '어린이집 폭력 교사'가 종종 보도됩니다. "저런 사람은 선생 자격이 없다"는 것은 반쪽만 보는 것이지요. 아이의 인권은 선생님의 인권과 한몸이니까요.

보육교사와 유치원 선생님에 대한 처우 개선은 너무나 시급하고 중요한 일입니다. 특히 사립유치원은 그야말로 인권의 사각지대입니다. 많은 교사들이 열악한 근무환경, 과중한 업무 속에서 고통받고 있습니다. 그들의 고통은 우리 아이들의 고통으로 흡입되고, 아이들의 미래를 어둡게 물들이고 있습니다. 사람들은 돈을 말하고 경제를 말하지만, 아이들의 행복 보다 더 값비싼 것이 무엇며, 아이들의 불행 보다 더 큰 손실이 어디 있을까요.

청원컨대 사립유치원 교사들에 대한 근로환경 실태를 조사해주십시오. 그리고 개선해주십시오. 선생님들의 과중한 업무를 덜어줄 방법을 찾아주십시오. 저임금 문제도 해결해주십시오. 아이의 건강과 행복을 책임지는 교사가 판사나 의사 보다 덜 중요한가요?

어린이집 교사, 돌봄 교사, 사립유치원 교사 - 이들의 근로환경을 조사해주세요. 형식적인 조사가 아니라, 전수조사를 해주세요. 그리고 서둘러 개선의 방안을 찾아주세요. 교사가 울면 아이들도 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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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내용에 동의하면, 청와대 국민청원에도 참여해주세요.

국민청원/제안 링크 → https://www1.president.go.kr/petitions/228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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