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레터제목이미지
2007년 9월 둘째주 수요일

"차라리 진정함을 없애 주세요?"

“진정함을 없애 주세요.” 얼마 전 상담센터로 전화한 여성 내담자의 절박한 요청이었다. 이 여성은 가족간 금전 문제로 인해 야기된 갈등으로 2007년 7월부터 약 한 달간 제천 소재 한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되었다고 한다. 입원 당시 병원에는 국가인권위원회 진정함이 벽에 부착되어 있었고 자물쇠도 단단히 채워져 있었단다.

당시 내담자를 비롯한 입원 환자들은 진정함 열쇠를 ‘당연히’ 국가인권위원회가 관리하는 것으로 알고 있었고, 간호사와 보호사의 눈을 어렵사리 피해가며 달력 등을 찢어 휘갈겨 쓴 진정서를 진정함에 넣었다고 한다. 그러나 병원 측이 진정서를 인권위에 송부하지 않은 채 이를 꺼내본 후 "글씨체를 조사해보면 누군지 다 알 수 있다."며 오히려 환자들을 협박하고, 진정서를 찢어 폐기하였다고 한다. 이에 내담자는 진정함을 병원이 관리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채고 다른 환자들처럼 진정서를 넣으려는 시도는 하지 않았지만, 진정함을 인권위가 직접 관리한다고 철썩같이 믿고 한 가닥 기대를 품은 채 갇혀 있는 불쌍한 환자들이 걱정되어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했다.

내담자는 진정함이 말 그대로 ‘형식’ 일뿐 환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 하며, 오히려 병원이 진정서를 넣은 환자들을 요주의 인물로 분류해 협박하는데 악용되기까지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진정서를 넣어봐야 소용없는 진정함이라면 차라리 설치를 하지 말거나, 진정함 열쇠를 인권위에서 직접 관리해 주기를 강력하게 요청했다...